결론부터 얘기하면 이 영화는
치정에 얽힌 두 여인이 치고 받는 얘기가 주는 아니다
그러므로, 개인적 생각이지만,
굳이 페미니즘 시각에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물론 대중이 1944년도의 여자 예술가들이 펼치는 예인끼리의 싸움을 보고 싶다면 그또한 아니다
대략 모차르트를 질투한 나머지
그를 간접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한 살리에르의 경성시대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살리에르라는 지독히 자존감 낮은 우리 모습 한 부분,
그리고 그렇지 않은 정반대에 위치한 사람들이 부대끼면서 벌어지는
인간 사이의 화학적 작용 여기서 예쁜 화면과 노래들은 덤이라 할 수 있다
작위적인 연출과 스토리가 아쉽긴하지만 더불어 유연석의 읭스러운 연기도 (칠봉아 미안 ㅜㅠ)
단순하게 보면 한효주는 그저 남친을 빼앗아간 동무를 시기한 나머지 일제시대 부대통령급(?)
경무국장에게 몸을 팔아 복수라는 이름으로 두 사람의 인생을 아작낸 천하의 나쁜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영화의 비극을 만드는 것은 단순히 한효주의 질투가 아니다
2년 뒤 결혼하자고 말한 남자, 자신이 작곡한 노래를 불러달라고 하며 여자에게 꿈을 심어주고
자신의 마음만큼은 절대 변치 않을 거란 맹세를 한 정인의 이별 방식은 너무나도 예의 없다
한효주가 맡은 정소율이라는 여성에게 심어주었던 꿈도, 사랑의 맹세도 그 어떤 미안한 말 없이
모든 것이 끝났다는 그 어떤 제스추어 없이 어색한 웃음으로 마무리한 그 순간이 비극을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린다
애초에 자존감이 낮은 그녀에게 그 예의없는 뒤통수는 그녀가 가진 정가에 대한 재능마저 스스로 거추장스럽게 여기게 만들고,
결국 그녀는 친구 서연희의 카피캣으로 전락한다
여기서 주인공 정소율이 자신의 남자도, 꿈도 쟁취한 동무 서연희 조선의 마음을 따라 부르며
창법을 흉내내는 장면은 이 영화에 등장하는 가장 가슴아픈 장면이다
애초에 그녀의 재능을 알아보고 키운 기생집의 대모(?)가 그 흉내를 듣고 있는 장면은 그 슬픔을 배로 만든다
자신의 빛나는 장점을 타인의 인정 여부에 의해 쓸모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아류로 전락하는 장면
이것은 시대를 초월해도 볼 수 있는 보통 사람의 모습, 비극이기에 더욱 와닿는다
결국 그녀는 경무국장에게 몸을 주는 스스로의 모습조차 창녀라고 말하며 한 순간도 행복해하지 못한다
끝까지 자신의 피해의식과 뒤틀린 욕망을 인지하지 못하고 다른사람 탓을 하며 본인의 인생을 갉아먹은 그녀의 삶은
평생을 불행했을 것이라는 마지막 장면 그녀가 그토록 받고 싶어했던 타인의 인정을, 몇 십 년이 지나서야-
본인의 감정과 능력에 솔직해져서야 겨우 받게 되어 스스로 가둔 감옥에서 탈출하게 되는 정소율의 모습은 마지막까지 먹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