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의학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

whiteup 작성일 16.06.01 13: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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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06년, 벌써 10년이나 됐구나. KBS 주말 밤 한국 성우들의 더빙으로 처음 접한 그레이 아나토미 시즌 2. 처음엔 그냥 CSI 같은 흔한 미드겠거니 하다가  (CSI 팬분들 죄송..) 남자 주인공 목소리가 너무 멋진 거다. 그리고 그 남주가 여주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도 .. 심지어 한국 성우가 연기를 하는 건데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거다. 거기다 에피소드는 심지어 시즌 2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폭탄 사건!

 대체 무슨 드라마가 이렇게 중독적이지! 싶어 주말 밤 11시 정도였나? 나름 본방 사수하는 애청자가 되었고, (당시에는 지금처럼 케이블이나 티비에서 풍요롭게 쏴주는 시대도 아니었고 ㅋㅋ)

그렇게 난 닥터 맥드리미와 메레디스의 팬이 되었고,
(솔직히 말하면 지금은 닥터 오웬 헌트의 팬이지만 쩝)
띄엄띄엄이지만 그래도 멈추지 못하고 아직까지 그레이 아나토미의 에피소드 하나하나를 애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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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처음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할 때야 당연히 이 멤버 그대로 드라마가 주욱 갈 줄 알았지. 난 너무 순진했던 것 같다. 거기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저 수술실에서 내 심장이 함께 뛰고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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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즌 4-5쯤 부터 아마 메디컬 드라마를 가장한 돌려 사귀기 연애물이라는 오명과 함께 오랜 시간 사랑받던 등장 인물들이 하나 둘 하차하고, 시즌 11에서는 급기야 팬들 사이에서 건들여선 안 될 인물까지 해치워버린 터라 열 시즌이 넘는 이 드라마를 대체 왜 아직까지 붙들고 있냐 소리를 들을 수고 있겠지만...

             아 그래도 재밌는 걸 어떡해..

 난 아직까지 매 에피소드에 나오는 환자들의 사건사고, 그들의 살아가는 인생 이야기, 그리고 호불호가 강하긴 하지만, 끊임 없는 '썰전'(surgeon lol)들의 은밀한 사랑 이야기까지 눈물과 한숨, 그리고 웃음으로 즐기고 있단 말이다.

 그레이 아나토미를 보며 기대하는 바가 다른 이들은 롤러코스터 같은 진행 스케일과 방향에 불만을 가지거나 실망도 많겠지만, 어이 없을 정도로 복잡한 등장 인물 간 사랑 얘기도 한낱 가벼운 연애 얘기가 아니라 그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대로 풀어나간 것이라 생각하고 보면 조금은 또 다르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뭐랄까, 나름 삶에서 나름 굴곡 있던 시절에 이 드라마의 시작과 끝 부분에 나오는 주옥같은 나레이션에서 감동도 받고 위로 받았던 터라 난 아직도 이 드라마의 작가들을 포기하질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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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주조연들도 많지만, 그래도 그들이 에피소드에서 하나하나 남긴 스토리와 연기는 아직도 내 마음과 우리집 DVD장에 고이 모셔져 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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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루즈해진 중반 시즌 투입되어 내 심장을 주물렀던 바로 당신!
닥터 오웬 헌트!
런던에서 홀릭해서 봤던 드라마 ROME의 루시우스가 현대판 미국 씨애틀 병원으로 들어와 나를 계속 행복하게 해주었다.
닥터 헌트와 크리스티나의 환풍구에서의 키스 장면은 걸작 중의 걸작.
하지만, 크리스티나가 떠난 이후 아멜리아 셰퍼드와의 가슴 아리지만 쫄깃한 사랑 밀당으로 나를 가만 두질 않는구나. 닥터 셰퍼드와는 다른 절절한 사랑력과 이 병원을 이끄는 멋진 리더쉽으로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병원의 기둥이 되었다, 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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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매의 케미도 나름 볼만하다. 특히 아멜리아 셰퍼드 역의 Caterina Scoreone의 매력적인 페이스와 연기도 놓치지 말아야 할 관전 포인트. 이 드라마의 상징인 닥터 맥드리미의 하차 소식은 너무나도 속상하지만, 그의 마지막 에피소드까지 그 전개는 너무나 눈부셨고, 서서히 자연스럽게 그의 하차는 이루어졌다.


 시즌 11의 마지막 에피소드를 보다 문득 떠오른 것이, 아멜리아가 데릭의 마지막 음성 메세지를 확인하는 장면에서, 그레이 아나토미 대표 OST "HOW TO SAVE A LIFE"가 흘러 나오는데 그 순간 깨달았다. 아, 어느 순간에서 부턴가 드라마의 하이라이트 부분에 늘 흘러 나오던 그 노래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 아직 아이폰도 나오기 전 아이팟에 저 노래를 넣고, 얼마나 열심히 들었던가. 지금 시작한 시즌 12 조금 보고 나서 시즌 1 부터 다시 시작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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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에게는 화가 날 정도로 어이 없는 닥터 셰퍼드의 죽음이지만, 시즌 1이었던가, 애청자들이 역시 실망했을 크리스티나의 하차 직전, 그녀가 남긴 마지막 명언. 저 대사로 나는 닥터 셰퍼드의 하차는 물론, 드라마 자체를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졌고, 그 뿐 아니라 내 인생 자체를 바라보는 방식도 달라졌다.

이 드라마는 닥터 맥드리미의 이야기가 아니라, 메러디스의 이야기라고. 닥터 셰퍼드가 미치도록 매력적인 건 맞지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그가 아니라 메러디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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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당장 여기 다 나열하기에는 그들의 이름도 에피소드도 정확히 기억 안 나지만, 그래도 그들 덕에 웃고 울고, 한숨 짓고, 감동 받았던 그 한 순간 한 순간 영원할 것 같다.
 아직 가보지 않은 씨애틀을 향한 조금의 갈망이 있는데 그건 아마 스타벅스 1호점  때문이 아니라 바로 메러디스처럼 진과 부츠에 머플러 둘러 메고, 모닝 커피 한 잔 하며, 씨애틀에서 페리를 타며 겨울 바람을 맞아보고 싶은 그런 소망 때문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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