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좀비영화에 약간의 편견을 가지고 있어서, 좀비영화라면 어쩐지 유치한 학살극 이야기만이 떠오릅니다. 이야기보다는 얼마나 멋있고 화려하게 좀비를 학살하는지에 초점을 맞춘 영화가 먼저 떠올라서 보고 싶지가 않더군요. 무엇보다 제목에 들어있는 'Z'가 무척 촌시러웠습니다. ㅋㅋ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이 발생, 감염된 자는 좀비처럼 변하고 이들에게 물리면 12초내로 좀비로 변한다. 전염병은 미국 또한 덮치게 되고, 전 UN 소속 조사관인 제리(브레드 피트)는 아내와 두 딸과 함께 휘말리게 된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전염병의 진원지를 쫓는 제리. 하지만 세계 어디에나 전염병이 퍼져있어 수 없이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 영화는 앞서 말했던 얼마나 화려하게 좀비를 학살하는지에 초점을 맞춘 영화가 아니라 한 사람의 아버지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전 세계를 돌며 싸우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여기에 UN소속이기는 하지만 미국 병사의 멋진 모습까지 어필하고 있지요. 진원지를 더듬어 쫓아가는 이야기 역시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미국, 한국 평택, 이스라엘, 웨일즈로 무대가 계속해 바뀌는 것도 무척 신선했습니다. 무자비함 보다는 생존이라는 느낌을 더욱 강하게 묘사하는 이야기라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전개 자체는 예상하기 쉬운 왕도를 따르고 있지만, 그런 전개를 예상하지 못하게 시청자의 관심을 한 곳에 모으는 긴장감 넘치는 묘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평택에서 아내가 전화해서 위험에 처한 제리와 이스라엘에서 노래부르던 종교인들이군요.사선에 나가있는 사람에게 왜 먼저 전화를 할 생각을 하는지.. .전직 군인의 아내이면서 아직도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물론 일찌감치 매너모드로 바꾸지 않은 제리도 잘못이긴 합니다만.더해 어느 상황에서나 자신이 믿는 것을 내보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심지어 남에게 민폐를 끼치더라도 나몰라라 하는 종교인들의 모습도 상당히 짜증을 유발했던 부분이었습니다. TOP 좀 지켜야지, 민폐를 끼치는 모습을 보면 한숨이 나옵니다.
DAUM 영화 사이트에서는 <월드워Z 2>가 2017년으로 예정되어 있는데 사실일까요? 후속작은 보통 졸작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기에 1으로 끝내는 것이 깔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짜 2가 개봉된다면 꼭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