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와 꿈을 키우며 살자.'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아시는 대사라고 생각합니다. 이 대사는 단순히 끝마무리 멘트일 뿐 아니라 이 영화를 관통하고 있는 주제며 우리에게 큰 메시지를 주기도 합니다.
이 사랑스러운 트롤 가족이 남쪽바다(리비에라)로 여행을 떠나며 겪는 사건들과 만나는 사람들은 우리 주변을 본따 만든 것 처럼 너무나 닮아있습니다.
허세가 심하지만 동심을 간직하고 있는 무민파파, 가족의 든든한 버팀목이며 그 역할안에서도 자신만의 즐거움을 찾으려는 무민마마,언제나 낭만을 꿈꾸는 스노크메이든과 나이브 하지만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하는 우리의 무민!그리고 작가 토베얀손을 본따만든 귀염둥이 악당 리틀 미이도 빼놓을 수 없죠.
영화의 줄거리는 앞서 작성한대로 스노크메이든이 리비에라로 바캉스를 가자고 하는걸로 시작합니다. 리비에라에 도착한 가족들은 상류층의 생활을 즐기기도, 힘들어 하기도 하고 귀족 '드 무민'으로 가문세탁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누리게 될 상류층 생활은 즐겁기만 할까요?
재벌 친구 마르퀴스 몽가와 웃고 떠들고 마시느라 가족을 신경쓰지 못하는 파파, 잘난 귀족집 아드님 클라크와 바람이 난 스노크메이든!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무민과 마마... 점점 가족의 결속력은 시험을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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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무민의 굉장한 팬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를 본데에는 몇가지 납득이 가는 이유들이 있습니다.
1. 가장 큰 볼거리는 멋진 작화였습니다. 무민 만화책을 그대로 애니화 시켜 냈다고 할 정도로 작화가 원작에 가깝고, 군더더기 없지만 눈이 호강하는 멋진 광경은 말 그대로 '심플 이즈 더 베스트' 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2. 그리고 감독의 무민 원작에 대한 이해도가 있겠네요. 이 애니메이션의 줄거리는 국내 정식발매된 무민 만화책인 무민의 모험 1권을 짜깁기해서 만든 거라 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극의 완성도를 위해 감독 나름대로 '토베 얀손'의 냉소적이고도 해학적인 스타일로 필요에 따라 변화 시킬 것은 변화시키고 재밌는 유머감각은 그대로 유지했죠, 거기다 일본 애니메이션 '즐거운 무민 일가'도 참고하여 무민파파와 몽가의 다이얼로그에서 구현되었죠! 감독이 엄청난 무민 오타쿠인가 봅니다.
3. 무민의 성장
무민은 일시적인 실연을 겪고 가족의 결속을 시험받는 과정에서 몽가의 조언일지, 본인 스스로의 성장일지 모르겠지만 고난에 맞딱뜨려 싸우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모두가 자신한테 뭔가를 요구할때 '응, 그래.' 밖에 할 줄 모르는 수동적인 인물에서 '아니! 안돼! 안됀다구!' 라고 할 줄 아는 믿음직한 캐릭터로 성장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성장하여 고향에 돌아온 무민의 성장통을 이해한다는듯 스너프킨은 조용히 무민을 안아줍니다. 이는 무민 원작에서도 볼 수 없었던 가장 가슴이 찡한 부분이였습니다.
4. 현실의 인간군상을 풍자한 캐릭터와 우리에게 던져주는 삶의 지혜
평소 돈이 없으면 없는대로 유유자적한 무민가족은 상류층의 삶을 누리고, 평소 보헤미안을 동경해오던 마르퀴스 몽가는 조각배 안에 요를깔고 비를 맞으며 잠을 자며 싸구려 와인을 마십니다.
그들이 뜻밖의 부를 누렸다고, 혹은 멀리서 보기에 너무나도 낭만적인 삶을 영위하게 되었다고 과연 그들은 행복할까요?
이 작품을 관통하는 대사 '감자와 꿈을 키우며 살자.' 라는 대사는 표면적으로는 유유자적 청경우독의 삶을 살자는 의미로 들릴 수 있지만,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감자를 심는 행위,
평소 바라던 생활을 누리고 싶거나 이루고 싶어하는 꿈. 이 둘을 어느정도 절충하는게 이 각박한 세상에서 어찌보면 가장 즐겁게 살 수 있는 삶의 지혜라고 이 귀여운 무민가족들이 귀띔해 주는게 들리지 않으세요?
또 다른 인상적인 장면으로는 무민마마가 섬을 떠나기전 게 자신의 바위정원을 공짜로 내어주는 모습이 있겠네요. 잔디 한 발자국, 꽃 한송이, 파라솔의 그늘, 모든것을 자신의 울타리에 넣어 영위하려는 사회에서 이런 작은 나눔을 실천하는 모습은, 그 어떤 부자보다도 부유해보이고, 풍요로워 보이지 않나요?
거기다 슬픈 강아지 핌플의 짤막한 씬은 이 영화의 멋진 커브볼이죠. 이번 여름은 가족과 함께 집에서 에어컨 빵빵하게 틀고 무민가족과 함께 힐링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다들 즐거운 여름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