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주옥같은 영화를 발견한 것 같아 영화광으로서 우선 보는 내내 흥분된 맘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다들 그래본적 있을테지만, 좋은 영화는 그 순간순간이 너무 좋기에 영화를 계속 보면서도 한편으론 영화가 끝을 향해 간단 생각에 아쉬움이 폭풍처럼 밀려온다. 이 영화가 그리하였다.
이 영화의 무엇이 그토록 내 맘을 뒤흔들었을까?
우선 이 영화엔 뚜렷한 개성을 지닌 여러 명의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청소년기를 거쳤다면 최소 한 명 정도엔 자신의 삶을 대입시켜 공감을 이뤄낼 수 있다. 난 찰리에 나를 투영시켰다. 찰리처럼 나는 이모에게 성학대를 당하지도, 가장 친한 친구가 자살로 안했지만 난 찰리의 행동들에서 너무나 또렷하게 내 자신을 엿볼 수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미국으로 유학갔을 때 난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 4년 간 발버둥을 쳤다. 인간은 본래 어떤 조직에 소속되어있는 상태를 좋아한다. 그것이 곧 안정감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한국 친구들이랑만 대부분의 시간들을 보내는 나를 외국인 친구들이 고립된 존재로 생각하는 것이 끔찍히도 싫어 다양한 교외활동들을 통해 나의 crew(패거리)를 형성하고자 하였다. 표면적으로는 성공하였으나 마음 속 깊이 들여다보면 나는 실패했다. 왜냐면 그 어떤 조직에서도 내가 소속감을 못느꼈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학기 초반에 외톨이 생활에서 고전을 면치못하던 찰리에게 샘과 페트릭이 손을 내밀어 주었을 때 나 또한 큰 희열을 느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샘을 연기한 엠마 왓슨이 감탄스러울 정도로 예쁘게 나온다는 것이다. 그녀의 진가를 확인하게된 영화이기도 하다.
자신을 인정해주고, 이해해주고, 친구로써 받아들여 준 인생의 첫 crew와의 관계 속에서 찰리는 우정을, 그리고 사랑을 배운다. 멍으로 얼룩진 영혼이니 만큼 모든게 조심스러운 찰리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좋아해주는 샘과 패트릭은 그에겐 보물 그 자체이다.
어짜피 모든이들이 자신을 좋아해주기란 불가능하다. 주변 모든이들의 감정을 헤아릴려고 노력하며 그들의 비위만 맞춰주고만 살다간 자신은 인생을 살 수 없다. 자신이 마음이 내키는 대로, 자신의 영혼이 말하는대로 행동할 때 분명 그런 나를 보듬어주는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이 곧 내가 챙기고, 섬기고, 사랑할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과 나의 인생을 함께할 때 우리는 무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