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아트하우스에서 영화를 보고
김어준이 진행하는
시네마톡까지 참여하고 왔습니다.
영화를 보려고 하는 분이나,
너무 슬플까봐 보기를 꺼려하시는 분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리뷰를 하겠습니다
(스포는 당연히 없으니 걱정 마세요)
일단, 개인적으로 영화는 재밌었습니다.
(여기서 제가 말하는 재미를, '유머'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겠죠? -_-;;)
끝날 때가지 몰입해서 볼 수 있었고
끝나고 나서도 남는 게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남는다는 게, 어떤 교훈도 아니고, 여운도 아니고...
질문이 남습니다.
'질문이 남는다'라는 게 보통의 영화와는 조금 다른 것이긴 하지만,
그게 제작자인 김어준총수의 제작의도였다고 하니...
그 의도가 제게는 잘 전달되긴 했나 봅니다.
장르는 다큐멘터리입니다.
그리고 오직 세월호 침몰 '원인'에만 집중합니다.
유가족의 슬픔이라든지,
사고의 참상이라든지,
정치적인 접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냥 차갑고 담담하게
세월호 침몰의 '물리적'원인을 찾습니다.
어떤 단편적 증거를 가지고 하나의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철저히 검증합니다.
검증이 안되면 가설을 지우고
새로운 증거에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팩트와 증언으로 그것을 검증하고
그런 반복과 더블 체크, 트리플 체크를 하며
그렇게 러닝타임을 끌고 갑니다.
결국 영화는 마지막에
제작진이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높은 가능성'(내용은 스포일러라... 직접 보세요)을
세월호 침몰의 '물리적' 원인으로 내놓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갑니다.
물론 "원인은 이거다!"라고 강하게 주장하지도 않습니다.
아주 여러가지 측면으로 검증해본 결과,
"이것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생각한다" 정도의 논지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보통 보는 영화의 결말 같은 것이죠.
세월호 침몰 원인을 찾는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100% 확실한 원인은 아니더라도
예상이나 추측을 넘어,
다방면 다각도의 증거와 검증을 거친 '아주아주 높은 가능성'을
원인으로 꼽고난 뒤에, 영화가 끝이 났으니까요
그런데...
"빼박캔트 원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고개 끄덕일만한 침몰원인을 영화가 찾아줬는데도
뭔가 뒤를 안닦은 것 같은 꺼림직함이 남았습니다.
왜냐면 그것은
세월호 침몰의 "물리적"원인을 찾은 것이기 때문이죠.
배가 어떻게 침몰했는지
물리적 과정은 다 이해가 됐는데
하나의 질문이 해결이 안되는 겁니다.
그게 바로
"WHY?"
였습니다.
물리적 원인이 아닌
진짜 원인이요.
배가 어떻게 돌고,
화물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가라앉았는지는 알겠는데
"근데 누가? 왜?"
에 대한 질문에는
영화는 단 1도 답을 하지 않습니다.
암튼 그런 묘한 여운? 꺼림직함? 을 남기고
극장에 불이 들어오고 김어준 총수가 들어왔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그중에 핵심만 공유드리면...
김어준의 이 영화 제작의도가
'그 질문을 남기기 위해서' 였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그래서... 세월호의 진짜 침몰 원인이 뭔데?"
라고 더 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게 만드는 것.
#그런데 최순실은?
#다스는 누구껍니까?
이 질문들을 누군가 꺼냈고
그 질문들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하게 되니
결국 그것에 대한 대답을
국가기관이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 이번에도
#세월호의 진짜 침몰 원인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 더 많아져서
결국 국가기관이 제대로 된 답을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는 것
그것이 김어준 총수의 제작의도였습니다.
암튼 영화적으로도 흥미로웠고
감정은 절제한 채 차근차근 읽어가는
정우성의 나레이션도 진정성 있고 좋았습니다.
김어준 총수가 이런 얘기도 했습니다.
"재밌으라고 만든 영화다"
오해할까봐 저 말의 의도를 조금 설명드리면
영화적인 흥미와 재미가 있어서 흥행했으면 좋겠다는 의미이고
흥행을 한다는 건, 여러 사람이 본다는 얘기고
여러 사람이 본다는 건,
아까 위에서 말한 질문, 의문을
더 많은 사람이 갖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얘기입니다.
암튼, 눈물날까봐 못보겠으신 분들,
그런 영화가 아니니 흥미롭게 보시고
영화 뒤에 질문 하나 마음에 품고 나오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