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가 없다고 했지만,
아주 작은 부분, 의미가 별로 없다 생각하는 부분조차
다 스포라고 생각하신다면, 아예 이런 글을 전혀 보지 마세요.
얘기를 하다보면 하다못해 뉘앙스라도 풍겨야 할테니까요.
어떤 사건을 얘기하더라도 그 사건의 핵심이나 주요한 부분들은 전혀 언급 안하고
작은, 단지 현상들에 대해서만 얘기할테니...
참고해서 보실 분은 보시고, 안보실 분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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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히어로 작품들을 보면
각 히어로별로 3편의 솔로무비가 계획되어 있죠.
그리고 그 솔로무비들의 1편들같은 경우는,
그 히어로의 기원(?)같은 걸 다뤄야 하므로
새로운 인물의 등장, 세계관의 구축 등
불가피하게 설명충 영화가 되다 보니
2,3편에 비해서 다소 지루하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캡틴아메리카 1편
토르 1편
블랙팬서 1편 등이 특히 별로라는 평이 많았는데...
제 생각에 캡틴마블은
블랙팬서 1편 수준이었습니다.
실망햇다는 얘기죠.
1편이 다 그렇지 뭐.. 하고 실드치기엔
1편이라고 다 별로였던 건 아니었죠.
아이언맨1편은 두말할 필요 없고(MCU의 근간을 만든 작품이니 당연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스파이더맨 등은
1편도 어썸이었죠.
일단 PC로 떡칠이 되어 있습니다.
저는 차별주의자도 아니고
특히 양성평등에 대해서도 적극 지지하는 쪽입니다.
그런데 '자연스러움' 속에서의 지지이지
억지에 티나는 강요를 지지하는 건 아닙니다.
막말로 '강한여성'을 보여준
최근의 원더우먼도 아주 재밌게 봤었습니다.
거기서도 여성이 주체이며, 남성은 서브, 빌런 등으로 등장했지만
억지 PC의 냄새는 안났습니다.
그러니까 이야기 속에서 의도적으로 남성, 여성을 갈라놓았다기 보다는,
자연스러운 캐릭터 분배였다고 할까요.
그래서 그런 부분을 전혀 신경 안쓰고
이야기와 볼거리에만 집중해서 봤습니다.
그런데 캡틴 마블은...
너무 의도가 보입니다.
너무 보이니까 어색하고, 또 억지스럽습니다.
한 흑인 여성이 등장하는 데
이 여성은, 여자가 조종사가 되기 어려운 시절
편견을 극복하고 조종사로 인정받던 사람이었습니다만,
어떤 사건을 계기로 은퇴하고 6년동안 딸을 기르고 있었죠.
그런데 6년만에 갑자기 손놓고 있던 비행기를 조종하게 되었는데
그냥 하는 수준을 넘어,
고도로 훈련받은 외계인 조종사보다도 뛰어난 실력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결심을 하기에 앞서서도
마찬가지로 흑인 여성인 딸이,
엄마에게 여성으로서의 자각을 일깨워줍니다.
또 캡틴 마블이 지구에 처음 와서
적인 줄 알고 공격을 하는데,
그냥 입간판이었습니다.
남녀가 함께 서 있는 입간판인데
남자의 머리만 날려버립니다.
너무 티나게요.
사실 전혀 안중요한 인서트 컷인데도
남자 머리만 날아간 입간판을 한 번 다시 집중해서 잡아줍니다.
심지어 아주 중요한 어떤 장면에서는
연출 자체를 1분짜리 나이키 우먼 광고를 보는 줄 알았습니다.
"여성이라는 편견을 벗어나. 넌 뭐든 할 수 있어"
같은 헤드카피가 어울릴법한 장면이 아주 길고 장황하게 펼쳐지죠.
정말 거짓말 안하고
그 시퀀스만 떼어다가 그대로 페미니즘 광고 만들어도 아무 문제 없을 정도입니다.
영화들마다 그런 느낌의 연출이 있을 수도 있지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의도가 너무 명확해서, '자연스럽지 않게'보인다는 겁니다.
아주 대단한 빌런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그래서 그런지 그 '남자'빌런'들'은
조롱거리처럼 전락합니다.
명분이나 야심이 거창하지도 않고, 대단해보이지도 않고
심지어 '찌질해 보이기'까지 하죠.
여러 빌런 들 중 '여성의 형상을 한' 빌런들만이
그래도 좀 멋있는 장면을 연출하죠.
남자 빌런들은 걍 찌꺼기입니다.
닉 퓨리도
전작들에서 보여준 임팩트나 리더십은 전혀 없이
그냥 입만 나불대는 따까리로 등장합니다.
암튼.... PC관련해서는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근데 정말 너무 대놓고 티내는 게 보여서...
자연스럽게만 연출했어도
충분히 강한 여성성을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마치 한이라도 맺힌 듯,
의도적으로 연출한 게 보여서 그게 좀 극을 방해했습니다.
아쉬웠어요.
그리고 다음 문제점.
그래픽, CG
충격먹었습니다.
2019년에 개봉한, 심지어 마블무비의 CG수준이
왜 갑자기 후퇴했는지...
캡틴마블을 구속하는 광섬유같은 표현도
싸구려 CG같은 느낌(붕 떠있는, 가짜라는 느낌. 이질감)이고
일부 동물CG도 모셥캡쳐를 안하고 해서 그랬는지, 기술의 문제인지
움직임이 상당히 부자연스러운 컷이 많습니다.
진짜같은 부분은, 실제 동물이고,
CG한 부분은 움직임이 많이 어색해서... 몰입에 방해가 됐습니다.
그리고...
예고편에서 보셨다시피
이 당시의 닉퓨리는 안대를 안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닉퓨리가 안대를 하게 된 사연이 등장하는데...
저는 그게 너무 납득이 안됐습니다.
눈을 다치게 되는 장면의 연출은
평생 안대까지 할 정도로 크게 다친 것처럼 1도 그렇게 안보였는데
끝에 가 보면 결국 그걸로 인해 평생 눈을 잃게 된 건데...
아무리 가볍게, 큰 의미없이 연출했다고 이해해보려고 해도
납득이 안됩니다.
코믹스를 안봐서
코믹스에서는 왜 눈을 잃는지는 몰라도...
연출 자체가 납득이 안됩니다.
덜 멋있다라든지 이런 얘기가 아니라...
사람 다치는데 꼭 멋있으라는 법도 없고...
분명 영상으로 보이기에는 별로 심하게 안다쳤는데
나중에는 그게 결국 닉 퓨리의 한쪽 눈을 영원히 빼앗아 갔다는 설정이
너무 어이가 없네요..
암튼 실망이라 그런지 몰라도
이런 '사실은 별로 안중요한' 부분들조차
좋게 보이지가 않네요.
어차피 영화 한 편 때문에 본 것도 아니고
MCU의 과정으로 보는 작품이다보니
기본적으로 마블팬들은 다 볼 거고, 봐야 하겠지만....
저한테는
여태 나온 모든 마블히어로의 1편들 중
최악의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