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내 이름은 "레이디 버드"라고 해
다른 이름이 있지만, 내가 나에게 이름을 지어줬지
모두가 나에게 잘 살아보라고 충고로 위장한 잔소리를 해
하지만 지금
이 모습이 내 최고의 모습이라면?
날 좀 그냥 내버려 둬!
이 영화 속엔 철 없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철 없는 딸, 철 없는 학생, 철 없는 엄마, 철 없는 오빠, 철 없는 아들, 철 없는 선생님.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완벽하지 못한 존재임을 온
몸으로 보여준다. 특히 남자친구라고 믿고 사랑한 친구에게 상처를 받게 된 레이디버드가 갑자기 찾아와 비밀을 지켜달라며 우는 전남자친구를
위로해주는 장면이 너무 기억에 남는다. 자신의 비밀이 알려질까 두려운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 상황에선 자신보단 레이디버드를 먼저 생각했어야
한다. 사과가 필요했지만 어쩔 수 없었음을 이해받으려는 그 행동이 너무 미웠고 참 어리다고 생각했다. 레이디버드 역시 어려서 자신이 받은
상처보단 당장 친구의 두려움을 안아주려 했던 것 같다. 그 상황에선 레이디버드의 배신감, 당황스러움, 화남이 우선이었어야 했다.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에도 비슷한 사건이 나오는데 그 사건 속 여자주인공과 남자주인공은 매우 잘 대처했다. 서로에게 준 상처에 공감하고 사과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친구가되었다. 영화속에 모든 이야기를 담지는 못하지만 이런 작은 상황들이 레이디버드를 조금은 괴롭게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이런
조금은 덜 완전한 사람들이 모인 이야기를 보다보니 진짜 왜 저러나 싶은 행동도 있고 이해되지 않는 장면도 있었다. 게다가 미국 10대의 행동들은
공감되지 않는 부분이 컸다. 하지만 그 안의 엄마와 딸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아빠와 딸의 관계는 완벽하지 않아서 더 공감하고 후회하고 울 수
있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저렇게 말하면 안되지!' 하며 오해가 생기는 부분들을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나도 그렇게 하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 레이디 버드를 보며 웃고 울었구나 싶다. 나도 알지만 잘 고쳐지지 않는 내 모습, 나도 알지만 조심하지 못하는 내 말들을 영화 속
인물들이 마치 내가 되어 서로에게 하고 있었다. 엄마와 딸이 본다면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건 꼭 둘이 따로 봐야
한다. 영화 러닝타임은 짧지만 정말 많은 사건들이 담겨있어 더 재미있고 정신없고 레이디버드다웠다. 정신없지만 따뜻한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