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바로 지금'을 꼽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13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타샤 튜더(감독 마쓰타니 미쓰에)'는 아흔한 살 나이에도
"일생에서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던 미국 동화작가 타샤 튜더(1915~2008)의 행복론을 다룬다.
튜더는 평생 100여 권의 그림책을 냈으며, 그 그림은 백악관 크리스마스카드나 엽서에 쓰일 정도로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튜더는 중년 이후 모든 부와 명예를 뒤로한 채 버몬트주 농가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선택했다.
영화는 튜더가 9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기 전 말년의 일상을 담았다.
고령임에도 30여 년간 가꿔온 정원을 손수 돌보고, 홀로 느긋하게 티타임을 즐기거나 그림을
그린다.
일상의 변화라고는 이따금 찾아오는 가족들과 요리나
농사일을 하는 것이 전부다.
텔레비전도 전기 오븐도 없는 이 집의 시간은 외부 세계에 비해 한참 느리게 흐르지만, 튜더는 매 순간 더없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요즘 사람들은 너무 정신없이 살아요. 차를 마시고, 저녁에 현관 앞에 앉아 개똥지빠귀 노래를 듣는다면 한결 인생을 즐기게 될 텐데!"
영화는 튜더의 삶 못지않게 담백하다. 감독이 "튜더와 마주 보고 대화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며
나레이션을 넣지 않은 덕분에
그의 일상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
튜더가 마지막까지 애정을 쏟은 정원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들꽃과 나무가 사계절 내내 풍성한 정원은 그의 삶을 대변하듯 소박하고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