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친일파에게 가족이 희생된 한 남자가 자식을 다 키우고 노인이 되어 비로소 복수를 시작한다.
그런데 알츠하이머에 걸려 기억이 온전치 못 해 살해할 친일파의 이름을 손가락에 문신으로 새기고 잊지 않는다.
운전면허를 반납해 운전을 할 수 없어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 젊은이에게 운전을 부탁하는 바람에 젊은이도 이 일에
휘말린다.
자식을 다 키우는 동안에 살해 계획은 치밀하게 준비되었고 그렇게 하나씩 찾아다니며 살인을 한다.
친일하는 사람들이 권력을 잡고 버젓이 친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는 지금 이 영화는 너무도 공감이 간다.
그래서 하나씩 하나씩 처단할 때 쾌감마저 들었다.
이 영화를 보며 정말 많이 울었다. 살인자의 가족이 친일파에게 희생될 때 마음이 아팠다.
영화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친일파 청산을 국가가 나서지 않는다면 그 다음 권리는 피해자의 가족들에게 있지 않은가’라고.
이 영화는 친일파 청산이라는 명분 아래 친일파를 처단하는 쾌감을 선사하는 각시탈 같은 판타지가 아니다.
명분이야 어떻든 살인은 범죄임을 인식하고 철저한 자기반성을 하고 있다.
주인공은 결국 살인죄에 대해 감옥을 가고 죗값을 치른다.
이 영화는 반전이 있다. 스포가 되니 이야기하지 않겠다.
이 반전도 너무 공감이 가서 많은 생각을 하고 울었다.
이 영화의 마지막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옆에서 운전을 하며 이 모든 것을 지켜본 젊은이가 노인에게 “아저씨는 나쁜 짓을 했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예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말이다. 착한 사람도 어떤 이유와 상황에서 나쁜 짓을 할 수도 있다는 것,
그럼에도 그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말, 어떤 의미에서 공감이 간다.
친일파들이 죽기 전에 자기 변명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들은 자기들이 자기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산 것 밖에 없음을 주장한다.
한편으로 일리가 있는 말이면서 열심히 산 게 그 자체로 의가 되지 못함을 깨닫게 한다.
주인공은 자기 자신을 방관자로 질책한다.
나 또한 어떤 의미에서 역사의 방관자가 아닌가 돌아보게 한다.
현실에 안주해 역사에 눈감아 버리는 방관자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아무튼 이 영화는 쾌감을 선사하는 판타지로 흐르지 않고 처절한 자기 반성을 반복한다.
이 점에서 이 영화는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현 시국에 맞물려 이 영화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그래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