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감상평

거리의연주자 작성일 24.03.14 04: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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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함께 보려고 살살 꼬셔 봤는데 흥미 없대서 그냥 혼자 봤다.

 

그런데 혼자 보길 잘 한 것 같다. 

 

이렇게 여운이 남는 영화는 혼자서 감상하는 게 더 낫다. 물론 딸과 토론하며 보는 것도 괜찮지만.

 

대략적인 스토리는 이렇다.

 

어릴 적 서로 좋아하던 소년, 소녀가 있다.

 

그런데 소녀가 갑자기 이민을 떠나버리고 시간이 흘러 소년이 소녀를 찾는다.

 

결국 서로를 찾고 인터넷과 전화로 만남을 이어가다가 이민자로서의 삶을 성공하고 싶어하는 여자가 그만 연락하자고 한다. 

 

헤어진 사이에 여자는 미국인 남자를 만나서 결혼하고 남자도 여자 친구를 사귄다.

 

그러다 남자가 여자를 만나러 미국으로 와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예고편을 보고 로맨스 영화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Past Lives라는 제목이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보고 나니 로맨스 영화라기보다는 과거의 삶, 사랑, 추억, 후회, 감정들을 

 

현재에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 같아 보였다.

 

과거의 사랑, 추억, 후회, 감정들은 현재에 와서 부정해야 할 것이 아니다. 그것이 존재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들은 과거에 두고 와야 한다. 현재로 가지고 와선 안 된다.

 

그래서 이 두 남자와 여자는 서로의 과거와 감정들, 그리고 묻지 못했던 질문들을 던지며 확인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현재로 가져오지 않고 과거에 그대로 둔다. 그리고 자신이 있는 현재로 각자 돌아간다.

 

다 보고나서야 왜 제목이 Past Lives인지 이해하게 됐다. 이 영화는 과거의 삶을 대하는 태도에 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여자의 남편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자기 아내가 첫사랑을 만나게 허락하고 심지어 그 첫사랑을 직접 만나서 함께 식사하고 

 

그 둘만의 한국어 대화를 알아듣지 못하는 그 답답하고 불안한, 

 

그러나 아내를 사랑하기에 아내의 추억을 소중하게 지켜주려는 큰 사랑이 느껴졌다.

 

내가 행복하다면 헤어져 주겠다고 얘기하던 내 아내의 말이 떠올랐다. 내가 불행해 보여 아내는 결국 못 떠났다.

 

내 아내도 나를 무척 사랑하는가 보다.

 

이 영화의 감상을 얘기하자면 영화는 무척 잔잔하다.

 

크게 휘몰아치는 파도 없이 영화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잔잔하고 고요하다.

 

그런데 지루하지 않다. 이렇다 할 사건 사고가 없는데 영화에 빠져들고 집중하게 된다.

 

여자가 과거의 사랑을 과거에 두고 남자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와 남편의 품에 안겨 울음을 터뜨릴 땐 

 

그 마음이 느껴져 나도 울었다.

 

이 영화는 잔잔한데 여운이 상당하다. 많은 것들을 느끼고 생각하게 한다.

 

별점을 준다면 5점 만점에 4.5를 줄 수 있다. 추천한다.

 

로맨스가 아니라 사랑을 포함한 삶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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