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려고 보려고 하다가 이제야 봤다.
잘 만든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충분히 좋은 영화이다.
버려진 아기들, 입양, 고아 문제들이 다뤄진다.
나는 부모님과의 관계가 좋지 못하다.
그래서 차라리 고아였으면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고아들이 겪는 정체성의 문제들을 바라보며 감사해야 되는구나 고쳐서 생각했다.
전에는 버려지는 아기들을 보며 무책임하게 버릴거면 낳지를 말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생명을 낳기로 결심하는 것도 그 자체로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아기가 버려진다는 건 그 아이를 낳고 키울만한 상황이 되지 못함을 전제한다.
그럼에도 생명을 탄생시키려고 마음 먹는다는 것이 그 자체만으로 얼마나 어렵고 소중한 결단인지 새삼 느낀다.
모든 생명은 탄생 그 자체로도 감사할 이유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묻는다.
피로 연결된 가족은 나름의 끈끈함이 있지만 가족은 피로 연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
마음으로, 사랑으로 연결된 가족이 진정한 가족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수도 이러한 또 하나의 가족으로서 교회를 생각했는데 지금의 교회는 그 의미를 잃어버려 안타깝다.
하나님을 아버지로 하고 성별, 나이, 신분, 인종, 경제력 차이를 따지지 않는 형제, 자매로 구성된 확장된 가족 공동체를
예수는 꿈꿨다. 지금의 교회는 이걸 무시하거나 알지도 못한다.
기독교인이었던 내가 이제는 기독교인이길 거부하는 이유다.
영화는 착한 사람들만 나온다. 그리고 따스하다. 그래서 한편으론 아쉬우면서도 좋은 영화임은 부정할 수 없다.
나는 영화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재미라고 생각한다.
러닝타임 내내 관객을 붙잡을 수 있는 흥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바로 이 ‘재미’가 있다.
두 시간 약간 넘는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게 소소하게 흘러갔다.
잘 만든 영화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히 좋은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