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컬트 장르를 좋아한다. 아니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환장한다.
그러나 오컬트 장르는 그렇게 작품이 자주 나오는 편은 아니다.
내 기준에 오컬트 장르를 잘 찍는 감독이 둘이 있다.
하나는 [검은 사제들], [사바하]를 찍은 장재현 감독.
[검은 사제들]도 좋았고 [사바하]는 엄청 감탄하면서 아들과 극장에서 보고 한 번 더 보았다.
이번에 영화 [파묘]를 찍었다는 소식을 듣고 엄청 기대하는 중이다. 정말 몇 없는, 귀한 오컬트 장르를 찍는 감독이다.
또 하나는 연상호 감독이다.
연상호 감독의 오컬트 대표작은 드라마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방법’은 우리가 흔히 아는 그 ‘방법’이 아니고 주술로 살을 날리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드라마 [지옥]과 [괴이]도 오컬트 장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연상호 감독은 장재현 감독과 달리 오컬트 장르에 집중하는 감독은 아니다.
영화 [부산행], [반도], [정이]와 같은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도 연상호 감독의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연상호 감독이 오컬트 장르에 집중해줬으면 하지만 본인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그런 연상호 감독이 이번에 오컬트 분위기의 드라마를
감독은 아니고 각본, 제작에 참여했다는 정확하지 않은 소식을 들었다.
그 드라마가 [선산]이었다.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딸이 놀러 오면 같이 보려고 아껴두고 아껴두었다.
드디어 딸이 놀러 와서 아껴두었던 이 드라마를 한 번에 몰아서 보았다.
총 여섯 편이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몰아서 볼 수 있는 양이다.
딸에게 보자고 살살 꼬셔 보았는데 좀처럼 시큰둥한 반응이었지만 결국 같이 봐줬다.
막상 같이 보자고 해서 보았지만 보자고 한 게 미안할 정도로 이야기 전개가 답답했다.
분위기는 엄청 잡는데, 뭔가 있을 듯 있을 듯 하면서 보여주지는 않고 지루하고 답답한 전개가 고구마처럼 이어졌다.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는 답답한 전개에 보자고 한 게 살짝 미안해지려 하는 순간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며 흥미진진해지고 그동안 풀었던 떡밥도 하나 하나 깔끔하게 회수한다.
다 보고 나니 이 드라마는 분위기만 오컬트스럽지 오컬트 드라마가 아닌 그냥 미스테리 스릴러 범죄 드라마였다.
그리고 SF영화 [정이]처럼 결국엔 가족 이야기였다.
역시 연상호 감독은 좀처럼 오컬트에 집중하지 않고 그 좋은 소재들을 가족 이야기로 귀결시켜 버린다. 아쉽다.
다 보고 나면 드라마가 괜찮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기까지 고구마 전개로 이게 뭔가 싶다.
결국 한 방의 임팩트를 위해 질질 끄는 이야기 전개이다.
이것을 견딜수 있으면 나쁘지 않은 괜찮은 드라마이다.
개인적으로는 오컬트 드라마가 아니라 아쉽지만 끝까지 다 본 지금엔 괜찮고 이 정도면 잘 만든 드라마라고 평가된다.
그런데 한 방의 임팩트를 위해 너무 질질 끄는점은 아쉽다.
차라리 횟수를 줄이거나 아니면 한 편의 영화로 만들었으면 더 나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