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했네요, 수고했어요(사례)

킥오프넘 작성일 11.05.07 00: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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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 동아리, 공부, 대인관계.

한꺼번에 병행하기가 너무도 힘들어요.

인터넷이라 이렇게 거침없이 써내려갈 수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실제로 내 주변에는 '술먹자' 라고 말을 했을때 말없이 함께 술을 마셔주는 친구가 없네요.

내 인간관계는 바람불면 날아가는 위태위태한 모래로 쌓은 성이라는걸.
평소에 눈치채고 있던 사실을 오늘에서야 마음에 새기게 됐네요.

수요일에는 아동센터에 다녀왔어요.
동아리 이름을 걸고 하는 봉사활동이에요.
방과후에 학원도 가지 않고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저녁까지 오갈데가 없는 아이들을 위탁해서 학습활동도 하고, 그 외에 좋은 활동도 하는 아동센터에요.

후배들은 각각 1,2학년, 3,4학년 아이들을 맡고, 나는 5,6학년 아이들을 맡았어요.
어찌나 내 초등학교 다닐때와 똑같은지, 한참을 흐뭇하게 웃으면서 대화한거같아요.

센터에서는 두시간동안 집중해서 조용히 공부하기를 원하는데,
제 생각에는 목표를 주고 그만큼을 빨리 끝내면 자유시간을 주어 조금 조용히 떠들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요.
아이들이랑 그렇게 해주겠다고, 센터장님이 혼내러 오시면 무조건 너희편을 들어주겠다고 말은 했지만.
센터장님한테 슬쩍 찾아가서 미리 말씀드려봐야겠어요.
아이들이랑 한 약속은 꼭 지키겠다고 좌우명 삼았거든요.

사실 저는 기독교인이에요.
근데 저는 기독교인이 아니에요.
마음속으로 절실히 믿는게 아닌것같아요.
그냥 내가 힘드니까 뭐라도 잡을게 없나 싶어서 붙잡은게 친구따라 강남대신 교회를 가게 됐네요.
수요일날 봉사활동 끝나고 기숙사에 오니 8시 47분이었어요.
기도회 9시 ㅋ
찬양드리고 기도하는 내내 포풍ㅋ슬립ㅋ
교회도 자주 빼먹고 ㅋ
나 못되먹었네요.

그리고 기숙사와서 퍼질러 잤어요.

어제는 정말 하루 24시간중에 20시간을 밥만 먹고 잠만 잤어요.
게으르면 안되는데.
감기기운도 있고 너무 힘들었어요.

오늘 금요일에는 기숙사 체육대회를 했어요.
나는 나름 열심히 했는데, 같은 조가 된 아이들이랑 친해지지를 못했어요.
게다가 뒷풀이때는 혼자 뭐 주섬주섬 먹다가 올라왔어요.
친구들이 다 집에가서 어울릴 사람도 없었고요.

교수님이 물으셨어요.
술은 왜 안먹고 올라가냐고.

배채우러 왔습니다. 라고 나름 쾌활하게 웃으면서 대답하고 올라왔어요.
올라오니 제가 너무 한심했어요.

그러다가 문자가 왔어요.
'전경련'에서 왔네요.
봉사활동을 지원해준다고.
전에 신청했는데 붙었네요.

그런데 아동센터에서 월마다 동아리랑 연계해서 행사하는게 있는데 ㅋ
5월 27일에 캠프 와야된데요 ㅋ
안오면 지원금 없ㅋ음ㅋ이래요.

어쩌지 어떻게 하지, 하고 있는데 아부지한테 전화가 왔어요.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아부지가 미안하다는 얘기를 하고, 나는 고맙다는 얘기를 했어요.
늘상 그렇듯이 아부지는 제 건강걱정하시고는 전화통하를 끝내셨어요.

공부도 해야되는데.
나름 유아교육과라고 학교행사에서 교재교구를 만들 계획서를 만들래요.

큰 주제는 세계 이고 제 개인 주제는 시간.이에요.

시차는 애들이 이해하기 너무 어렵고 역사는 교재교구 만들기가 너무 어려워요.
교수님한테 여쭤보고싶지만 주말이네요.
학업도 쉬울게 없네요.

오늘 너무 힘들었어요.
아부지랑 통화하고나서는 이렇게 무력한 내가 서럽고 슬퍼서 술이 먹고 싶었어요.
근데 위에서 말한것처럼 술먹자 고 말해도 흔쾌히 알겠다고 하는 녀석들보다는 돈핑계 피곤하다는 핑계를 대는 녀석들이 더 많네요.

서러웠어요.
나는 이렇게 힘든데.
나만 이렇게 힘든가.
주변애들은 적당히 요령도 피우고 땡땡이도 치고 해도 성적 잘 나오고 인간관계 잘 하고.

근데 나는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성적은 고만고만, 장학금이랑은 멀어저만가고,
친구들이랑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술마실 친구 하나 없고.
대학교와서 벌써 세번이나 차이고.

봉사활동도, 학업도, 동아리일도, 난 열심히 하고 있는데.
정말 감기기운이 있어도 약도 못사먹고있을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이거 쓸 시간에 약국 갔다올까 하는 생각도 해봤어요.
근데 사실 나 돈이 없어서 약국에 못가요.

이번달 생활비 쓰라고 아버지가 용돈 주신 10만원.
아끼고 아껴야해요.
저번달에 친구한테 빌렸던 돈도 바로 갚아줘야해요.
동아리 이름걸고 하는 봉사활동, 사실은 아동센터랑 관계 더 끈끈히 하고 싶은마음에 혼자 진행하고 있는거에요.
동아리사람들은 참여율도 낮고 매주 금요일에 집에가서 우리 과 후배들좀 꼬셔서 하자고 했어요.
봉사시간 필요하지 않냐고 해서.

근데 교통비 내가 내주기로 했어요 ㅋ
6명이 왕복 2천원 주 1회 4주면 벌써 4만 8천원이네요.
생활비 반절이 뚝 하고 나가요.
근데 어쩌겠어요.
내가 하겠다고 약속한건데.
이런데다가 풀어놓고 욕먹어도 어쩔 수 없죠.

그리고 매일 남는시간에 하는 오유에 들어왔어요.
그리고 이렇게 가끔 하듯이 글을 쓰고 있어요.

옥이, 잘했어요. 수고했어요.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을거에요.
오늘 했던 일 후회하지 말아요.
내일은 더 잘 할 수 있을거에요.
나는 무력하지 않아요.
나는 행복해질 거에요.
울지 말아요.
한번더 나한테 말해줄거에요.

옥이. 잘했어요. 수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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