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살 남자/ 재능없는 음악인생, 푸념좀 하겠습니다. ㅎㅎ

순대맛농약 작성일 14.10.16 01: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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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살면서 이뤄놓은게 하나도 없네요...

그나마 열심히 해온게 노래입니다. 실용음악과 보컬전공 졸업했구요.

기타도 독학으로 꽤 오래 쳐와서 어디 학원 들어가서 강사할 정도는 아니지만 주변 사람들 가르치곤 합니다.

타고난 음치라 노력 하나로 겨우겨우 실용음악과 졸업하는데 성공했습니다.

23살쯤 음치 극복하고나서 '음치도 극복했는데 계속 열심히 하면 상위권도 노려볼만하지!' 싶었습니다.

정말 노력 많이 했습니다.

실기시험 시즌엔 하루 10시간도 넘게 새벽까지 연습실에서, 음치라 나오지도 않는 노래를 창피한거 참아가며 했습니다.

그래도 안되는건 안되더라구요. 졸업할 때까지 전 열등생에 반쯤 아싸였습니다.

 

그렇게 작년 26살 봄, 학교 졸업하고 여태 1년 반넘게 음악을 놓고 살았습니다.

졸업 후 몇달 안있어서 집안 사정상 더이상 집에서 다같이 살 수 없게되어 자취를 시작했습니다.

이런 저런 알바 전전하다가 대학가 앞 호프집 알바를 5월부터 7개월정도 했습니다.

그와 함께 어렸을때부터 배우고싶던 한국 전통주를 주조하는 일을 공부했습니다.

약 3개월정도 전통주 연구소 다니며 공부하고 그 뒤로도 같은 클래스를 들었던 형들과 모여 술 빚으며 생활했었습니다.

낮에는 그렇게 살고 밤에는 호프집 알바를 했습니다.

호프집 알바는 아무리 아파도 열이 38도가 넘어가 쓰러질 것 같아도 출근도장은 찍었습니다.

그렇게 일하니 처음엔 더럽게 못했던 일 금방금방 배워가며 주방이모, 손님들과도 친하게 지냈습니다.

그렇게 7개월을 하니 사장님도 손님들도 매니저처럼 대하더군요.

호프집 사장님이 본인은 다른 곳에 가게 새로 열테니 이 가게 네가 맡아보는건 어떻겠냐는 제안도 받았습니다만

거절했었습니다. 솔직히 제안 자체도 반쯤 떠보는 듯 해서도 있었고요.

그떄까지 공부와 병행하느라 모자란 수입때문에 부모님한테 돈을 빌려가며 생활했던터라

도저히 이렇게 살다간 안되겠다 싶어 돈도 벌고 영어도 배워보자 싶어 올 봄 3월 호주 워킹홀리데이 갔습니다.

그러다 얼마 안있어 9월 초 다리뼈 골절로 한국으로 입국했습니다. 5개월 조금 넘게 버텼네요.

얻어온건 초급 영어실력, 부모님께 진 300만원이 넘는 신세, 먼 땅에서의 악연...

 

호주가서도 처음 두 달 정도는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뭣도 모르고 문장하나 못만들면서 외국인 숙소에 들어가 어버버 거리면서 어렵게 영어공부하며 살았습니다.

그와 동시에 일본인 사장한테 욕먹어가며 하루 15시간씩 일했습니다.

진짜 너무 힘들어 한국으로 돌아갈까 하루에도 수백번씩 생각했습니다.

그러고 얼마 안가 영어가 안돼 일이 안돌아간다고 짤렸지만

그렇게 1달정도 하니까 외국인 친구들이 너 진짜 영어 빨리 배운다고 칭찬도 듣고 했습니다.

그렇게 두 달 열심히 생활했습니다만 일하던 도중 척추 밑부분에 디스크 경련이 생겼고 한 달을 아무것도 못하고 끙끙댔습니다.

그동안 같이 사는 동생한테 기타도 가르치며 살았지만 여태 번 돈 다 까먹고 생활비도 모자라 부모님께 손을 조금 벌렸습니다.

도저히 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지만 3달만에 돌아오기엔 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 달 정도 놀다가 조금 낫기 시작해 다시 일을 시작했지만 얼마 안가 다리가 부러졌습니다.

이쯤 되니 아 호주는 나랑 안맞는건가 싶더군요... 그걸 반은 핑계삼아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먼 땅에 가서 혼자 계속 막일하며 살다 보니 느낀건 단 한가지. 

내가 지금 진짜 열심히 해야할건 돈버는게 아니라 음악이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부모님이 운영하는 노래방에서 연습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허나 2년 가까이 손놓고 살았던 노래는 더이상 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대학다닐땐 비전공자들이랑 노래방가면 가수같다는 소리 들었는데 

지금은 연습하는걸 밖에서 들으시는 어머니께서도 형한테 쟤 저렇게 노래 못해서 어떡하냐 말씀하셨다더군요.

현재까지 약 2개월간 나름 연습해서 어느정도는 돌아왔습니다만 아직 예전같지가 않네요.

오늘은 예전에 같이 음악하던 친구랑 노래방갔다 나오면서 '내 노래가 상/중/하로 나누면 어느정도같냐'고 물었습니다.

'중하'라고 대답하더군요. 제가 생각해도 그런것같습니다. 전공했던 실력으로는 절대 안보이네요...

 

솔직히 20살즘엔 대학도 안가고 일찍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친구들 보면서 답답했습니다. 

왜 저렇게 살까 좋아하는걸 해야 행복한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지금은 그 친구들 자리잡고 IT기업에서 월급 200 찍는 친구도 있고,

일찍 자영업을 배워 지금은 지방에서 월 300만원 이상 버는 친구를 보니

저 혼자만 아무것도 이뤄놓은 것 없이 썩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있는것 같은게 아니라 썩어가고 있네요...

 

부모님께서는 인천 서쪽 끝자락의 섬에서 작은 슈퍼와 노래방을 운영하시며 생활하시고

형은 그 옆에서 부모님이 차려준 캠핑장을 운영하며 생활하고있습니다.

한국 온 뒤로는 호주가서 어렵게 배운 영어 살려보려고 토익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생활을 보면 부모님 집에서 노래 연습/토익 공부/운동을 하며 부모님 일을 중간중간 돕고 있습니다.

부모님 집은 제가 살 경우를 생각하지 않은 집이라 잘 곳이 여의치 않습니다.

그래서 서울쪽에 방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한심하지만 방값은 물론 부모님 돈입니다....

원래 의도는 음악 계속 해보고싶어 방을 홍대쪽으로 잡아 학원 다닐 생각으로 비싼 방값 감안하고 홍대로 구하고있습니다만

구하다보니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인지 잘하는 짓일지 고민되네요.

제가 홍대에서 할 일도 기껏해야 알바정도일테고 그 돈으론 학원비도 벅차겠죠.

그럼 보증금, 월세 다 부모님이 감당하셔야하겠죠.

부모님은 그래도 열심히 한 번 해보라고 하시지만 나이 27먹고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습니다.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내 욕심에 주변 사람들한테 피해주고있는건 아닌지... 

 

그나마도 최근 3주? 정도 전부터 엄청나게 나태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롤에 빠져서 머리로는 토익 공부나 하자 발성법이라도 좀 더 찾아보자 하는데

이번판만 이번판만 하다보면 너덧시간은 훌쩍 가있고

어떤날은 노래 한마디 안부르고 토익책은 펴보지도 않고 그냥 하루가 다 갑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면 스스로를 비난하며 잠도 못자고 술 마시고 겨우 자책을 멈추고 잠듭니다.

한심한새끼 지금 이럴때가 아닌데 하면서 어쩌다 하루는 하루 종일 영어공부, 노래연습을 하긴 하지만

그냥 그렇게 하루이틀일 뿐입니다.

일주일에 4일은 놀고먹는 거 같네요.

자책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 나태해지는 것 같습니다. 나태해지면 더 자책하고 그럼 더 나태해지는것같고...

최근 속이 너무 쓰려 병원을 가보니 과민성 장 증후군에 스트레스성 위염이랍니다.

 

원래 20살때 제 계획은 30살까지만 음악해보고 안되면 그때 가서 공사판에서 막일을 하든 공장을 들어가든 부모님 밑에서 일을 하든 후회는 없겠지... 였습니다.

허나 주변에서 힘들어하는 걸 보니 저도 너무 힘드네요. 철도 없어보이고...

조금 늦었어도 주변에 피해가지 않게 이제라도 취업준비 하면서 살아볼까 싶기도 합니다.

방도 홍대쪽 말고 최대한 싼 곳으로 가서 음악은 취미로만 하면서요.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원래 계획대로 30살까지는 음악 해봐야할지

지금이라도 취업에 힘써야할지...

 

장기하와 얼굴들 신곡 듣고 감정에 복받쳐 쓰기 시작한 글인데 엄청 길어졌네요ㅎㅎ.

너무 횡설수설 하는 것 같아 이렇게 저렇게 글 수정하면서 쓰다보니 이것도 벌써 2시간이 훌쩍 갔네요.

할말이 엄청나게 많지만 이쯤에서 줄여보려 합니다.

특히 못난 남자친구 때문에 엄청나게 고생했던 제 여자친구... 여자친구 얘기 시작하면 너무 길어 중간중간 내용 다 지웠네요.

 

그래도 이렇게 주욱 정리하다 보니 객관적인 사실로써 저를 보게 되는 것 같네요.

한 번 속 시원하게 털어놓고 나니 속도 시원하구요.

원래 제목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였는데. 푸념으로 바꿨네요 ㅋㅋㅋ

쓰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기도 합니다. 스스로 어느정도 좀 돌아보면서 다시 열심히 살게되는 계기도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좀 편하게 잠들 것 같습니다. 내일은 어떻게 살지 좀 보이기도 하는 것 같네요.

긴 글 굉장히 불편하셨을텐데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형님들도 오늘 밤 푹 잘 주무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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