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잼인생, 여기 한명 추가요!

백도씨끓는물 작성일 17.04.17 04: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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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두살, 회사 때려치우고 싶습니다
형님동생들 어디서 저 많이 보셨는지요?
딱 이맘때 즈음, 똑같은 글을 썼습니다
그때 회사랄 때려치우는데 성공했는데요
3개월 간 놀면서 만화도 그리고 팟캐스트도 만들고
저 만의 세상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부모님의 눈치...
설상가상 그만뒀던 회사에서 다시 출근해달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부모님과 트러블 일으키기 싫어서 다시 서울에 올라왔는데요
역시 제 선택이 틀렸다는 것이지요

무슨일 하냐구요?
문화 기획 전략부터 시나리오, 칼럼 기타 등등 글도 쓰고요
지지체 홍보동영상, 홍보 피피티 제작 등 온갖 잡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들 눈에는 재밌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실상 저는 지쳤어요 ㅎㅎㅎ

스물다섯, 처음으로 제가 선택해서 이룬 시나리오 공모전 입상 후
가난해도 창작의 길로 가겠다고 마음 먹었으나 결국 부모님의 말에
회사원이 되었고 스토리텔링, 게임개발 회사를 거쳐 지금까지 왔습니다만
글쎄요... 제가 가진 철학과 의견으로 쓰는 글이 아니기 때문에
정말 피곤합니다 흔히 대필작가라고 하지요? 그냥 월급받은 대필작가이죠
아무튼 나름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뭐랄까요 나이가 들면서 그 꿈이 멀어져
가는 것 같아서 유감입니다

요즘 회사에 가기 너무 싫습니다
저희 대표는 제가 일처리를 잘한다고 모든 귀찮은 일을
다 넘겨버리는데요 이것저것 신경쓰다가 과로로 몇번 쓰러지고
건강에 다시 빨간불이 들어오니까 정말 싫어졌네요
홧김에 그만두겠다고 하니까 말리면서 병원다녀오라고,
상황봐준다고 말했지만 다시 저에게 오는 건 엄청난 업무량입니다

이상하게 매일 이런 삶이 반복되니까 그냥 도망가고 싶습니다
저를 위한 삶이 아니라 남 좋은 일 하는 게 싫어졌습니다
고작 월급 받아가자며 저를 지우는 일을 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불쌍해요 돈 벌어도 절반을 부모님께 드리니 이건 뭐 사는 재미도 없고
그렇습니다

사실 저는 부모님의 기대가 매우 부담스럽습니다
아니 누군가에게 기대를 받는 것이 부담스럽습니다
제 자랑은 아니지만 저는 늘 어딘가에 누군가에게 기대를 받아왔습니다
팀의 에이스 취급을 자주 받았는데요 그것이 매우 싫습니다
그들의 기대를 채워주고자 제가 하고 싶은 일은 뒷전이 된 현실,
이제는 탈출하고 싶네요

모두들 힘내시고요
사는게 너무 재미없어서 한풀이 해봤습니다
하루빨리 그만두고 저의 삶을 찾아 떠날거에요
모두들 행복한 삶에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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