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이렇게 살아왔어요 ㅎ(스압)

잠자는 시인 작성일 19.04.06 14:17:12
댓글 14조회 3,419추천 27

 토요일인데 혼자 일하다가 그냥 끄적여 봅니다

 왜 이렇게 갑갑하고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는지 요즘은 일 안하고 있으면 불안하네요 

딱히 돈도 많이 못벌면서 ^^

 79년생 문과 출신

 대학갈때 전국을 휘몰아친 imf바람에 남자는 기술이지!! 하고 외치며 당당히 지방 국립대 기계과 입학...

 사실 서울쪽 학교도 붙었는데 별 생각없이 지원한 기계과가 차석이더라구요

 효자 코스프레 하면서 난 머리좋으니까 이정도는 우습지 하는 얼빠진 생각도 있었습니다 ㅋ

 거기서부터 꼬였을까요?? 도저히 적응을 할 수가 없더군요

 인간관계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완전 문과인이라 수업을 못따라 가겠더라구요 나름 차석입학이었는데요...

 도망치듯이 입대하고 다시 복학했지만 아버님이 중풍으로 쓰러지시더라구요...

 동생은 공부를 너무 잘해서 제대하고 나니 동경대유학 확정...어떤 오빠가 그걸 막겠습니까..

 걱정 말라면서 공부 잘하고 오라고했습죠

 

 이 상황에서 학교는 도저히 무리라 몇달만 고생하자 싶어 아버지를 요양원에 맡기고 거제도 조선소로 일을하러 갔습니다

돈 많이 주더라구요 2002년에는 일도 많았구요

 몇달만 일한다는게 2년...돈은 벌었지만 건강을 잃어버리는 부작용...(기침하는데 피가 나오더라구요)

 다시 부산으로 돌아오니 뭘해야할지 막막하더라구요

아버지 앞으로 계속 돈이 들어가야하니 학교는 무리고 결국 자퇴하고 직장을 구하는데

조선소에서 돈맛을봐서 그런가 계속 관련계통만 기웃기웃...

결국 나이27에 일하던 회사 망하고 모아둔 돈도없이 백수생활...

성격상 직업이 없으니 불안감에 죽겠더라구요 그래서 한달만에 구직활동

고졸학력에 자격증도 하나없으니 취업은 하늘에 별따기...

결국 들어간 회사가 레미콘공장 품질관리실

여기서 정말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나고 배려도 많이받아서 자격증도따고, 사이버대학도 다니고 그랬네요

제가 일하는 스타일이 너무 옛날 사람스타일이라...

그 성격이 1등으로 출근하고 회사 불끄고 나오는 회사에 충성하는 그런 스타일이거든요..

몸 생각도 안하고 과로에 과로에 과로...

확실히 회사 윗대가리들은 박봉에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는 호구를 좋아하기는 하더군요

34살에 허울뿐인 차장진급

그리고 찾아온 뇌출혈

잔업수당도없고 출퇴근카드도 없는 회사라 과로 입증도 못하고 산재도 못받고 그냥 유급으로 쉬고싶은만큼 쉬고

회사복귀하는걸로 이야기 되었네요

 뇌출혈이면 살아날 확률이 낮은데 그나마 출혈량이 적어 약물치료로 4개월간 입원했네요

 이때 얻은 후유증으로 몸 왼쪽 감각이 날아갔어요 ㅋ

 천만다행인게 운동신경은 또 고대로 남아있어서 움직이는데는 지장이 없네요 

 걸을때 왼쪽발이 더 이상 내려가지 않으면 발이 땅에 닿았다는걸 인지하는거죠

 감각이 없으니 칼날 같은거에 몸 왼쪽 부분이 베여도 모르고있다가 눈으로 확인하고 화들짝 놀란적도 많아요

 스틱운전도 하면서 왼쪽 운동화는 발만으로 쏘옥 못신는답니다(이게 얼마나 불편한지 안격어본 분은 모를거에요)

 

퇴원후 집에서 잠시 쉬면서 해외여행도 한번 못가보고 죽으면 너무 억울할것 같아 일본으로 혼자 배낭 달랑매고 출국

바로 옆나라지만 나름 충격을 많이받고 귀국했네요

얼굴도 비슷한 사람들이 전부다 다른 언어를 쓰는걸보고 말그대로 

"아 나는 그저 돈버는데만 급급한 우물안 개구리였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귀국

 

 여기서 인생이 바뀌어 버리는 일이 생겨 버리는데요

 일본에서 샀던 가방을 여행지에서 신나게 쓰고

 한국에와서 몇개월정도 잊고 지내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중고 나라에 팔아버렸었죠

 구매가도 생각안나고해서 그냥 대충 올려버렸는데 그게 팔렸고, 나중에 확인하니 구매가보다 비싸게 팔렸던거죠

 그떄 어라? 이게 돈이되나? 샆어서 그떄부터 알아보니 돈이 될만한 종목들이 있더라구요

 장사에 "ㅈ"도 모르던놈이 이떄부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이게 보따리 장사고 불법이라는것도 그떄는 몰랐네요 단지 현장에서 먼지만먹고 일하면서 안움직이는 팔다리를

남들에게 들키지않기위해 버둥거리던 인생에 뭔가 방법을 찾았다는 생각뿐이었죠

 복귀한 직장에서는 아무래도 몸도 성치않은 사람을 계속 쓰는걸 부담스러워 하고 저 역시 현장근무가 힘들어지니

자연히 도태되기 시작하고 결국 사직서를 쓰고 나와서 창업을 했네요

 보따리장수는 되기 싫으니 나름 열심히 공부하고, 정식 수입, 통관진행하고 이때 병행수입으로 재미 많이 봤어요

 나이키, 아디다스, MHL,겐조, 버버리등등 이떄 돈 벌어서 동생 차도 사주고 그랬는데 ㅎ

 어쩃든 사업이 잘되니 직원도 뽑고 으쌰으쌰 하고 일 잘하고 있었는데 항상 잘되는건 아니라고 급격히 기울더라구요

 직원 월급을 줘야하는데 돈이없어ㅋㅋㅋㅋㅋㅋㅋㅋ

 

일하면서 직원들에게 무슨일이 있어도 월급은 안 밀리게 해준댔으니 고민에 고민을 하다 결국 사채까지...

 직원들에게는 마지막월급을 지급하고 미안한데 담달부턴 월급지급이 어려울것같다 그러니 여기까지 해야겠다라고 말을하고 저는 다시 예전처럼 혼자 일을 시작했네요

 하....사채 그거 진짜 사람 피 말리더라구요

 1000만원 빌린걸 5000만원 정도 갚은것 같네요

 그거 갚으려고 낮에는 본업하고, 본업하면서 택배알바도하고, 밤에 음식배달알바까지...크흑....

 엊그제 남은 사채빚 다 갚고 이제 소상공인 대출받은거 갚으면 끝이네요

 개인회생도 생각해봤지만 남의돈쓰고 그렇게 나몰라라 하는것도 아닌것같아서 다 갚을려구요

 매출도 다시 조금씩 오르고 사채도 다갚았으니 다시 살아가야겠죠?? 

 

 어제는 진짜 오랜만에 2만원짜리 통닭을 사먹었네요

 소주한잔 하고싶을때 라면에 소주 한병씩먹다가 통닭먹으니 완전 꿀맛이네요

 

 

 

잠자는 시인의 최근 게시물

인생상담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