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직장. 미래. 여자. 넋두리 입니다.

김파덕 작성일 22.01.10 13:22:04 수정일 22.01.10 13: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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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후반이 된 미혼입니다. 어쩌다가 나이가 이렇게나 먹어버렸네요. 30대 초반에 결혼하려고 했던 여자와 상황적, 환경적 문제 때문에 마음 아프게 헤어지고 나니 그 다음부터는 감정 소비하기도 싫고, 마음 다치는 것도 싫고 하다보니 시간이 몇년이 지나서 나이도 먹어버렸네요.

 

직장에 재입사한 여직원이 있습니다. 제가 이직해서 왔을 때 인사 정도만 하는 사이였고 개인적인 대화를 해본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입사한지 두달이 됐을 때 퇴사를 했는데 어쩌다가 작년 말에 다시 재입사를 했습니다. 

 

재입사를 하고 어쩌다보니 조금 친해졌습니다. 개인적인 연락도 좀 하고 다른 직원들과 밥도 같이 먹다 보니 퇴근 후 모임도 자연스럽게 몇번 가졌습니다.

 

주변 직원 분들께서 다시 재입사하는 여직원하고 잘해보라고 하시는 분들이 몇분 계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별로 친하지도 않고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데 같은 직장에서 그런 마음 품으면 서로 힘들지 않겠냐고 둘러댔습니다.

 

그 여직원과는 11살 차이가 납니다. 나이야 서로 합의되고 이해되면 넘어갈 수 있는 문제고 부부 사이에 나이차이 나는 분들 이야기들어보면 사는데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들 하시는데 사람에 따라서는 아예 시작 조차 못하게도 되는 문제이지요.

 

그래도 이런 저런 이야기 주고 받고 하다보니 약간의 호감은 생겼습니다. 밝고 당차고 자기 미래에 대해서 계획을 차근히 준비 나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회사 사람들과 카페에서 모임을 약속했는데 다들 갑자기 다른 일정이 생겨 그 여직원과 저만 만나게 될 상황이 생겼습니다. 일적인 모임도 아니고 안만나도 상관없는 모임이라 제가 개인톡을 보내서 “다른 사람들 다 안된다는데 저랑 보실래요?”라고 보냈더니 저만 괜찮다면 자기도 상관없다더군요. 그래서 카페에서 만나 개인적인 사담을 2시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여직원 분은 제 나이를 알게 되었고, 처음에는 놀라더군요. 제가 30대 후반이라는 것을 알고 자기는 많이 봐도 자신과 3-4살 차이나는 줄 알았다고 하더군요. 30은 됐을 꺼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카페를 나갈 때 옷을 너무 얇게 입고 나왔길래 제가 하고 간 목도리를 줬습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제가 해주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여직원이 가만히 있더군요. 그러면서 “제가 얘기 같은신가보네요?” 수줍게 말하더군요.

 

그리고 목도리를 한 채로 자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다음날 회사 제 책상 자리 밑위에 목도리가 쇼핑백에 담겨서 놓여져 있더군요. 그런데 목도리에 자기가 쓰는 향수를 뿌려놨더군요. 처음에는 돌려줄 때 예의상 그런 것인가 보구나 했습니다. 그래서 향수를 뿌렸느냐? 향이 좋은데 뭘 뿌렸느냐 물어보기 까지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게 전략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또 하루는 밤 10:30이었는데 간단한 업무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하는데 통화 가능하시냐고 카톡이 왔습니다. 급한건 아닌데 내일 알려드려도 될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괜찮다고 했습니다.

 

 방금 회의가 끝나서 알려드릴려고 전화했다고 하더군요. 문자로도 될 짧은 전달은 굳이 전화로 할 필요가 있었나 싶을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기회다 싶어 전화를 끊지 않고 계속 질문을 했습니다. 질문을 유도하고 대화하는 형식으로 그렇게 2시간을 통화했습니다.

그쪽은 받은 질문을 대답하는 형식이었는데 성격인지 아직 저에 대해서 경계심(?)이 있는지 먼저 질문을 잘 하지는 않더군요. 

 

그래도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주고 받다 보니 그 사람에 대해서 조금 더 알게되고 좋은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12:30 까지 통화를 마치고 나니 예전 여자친구와 밤늦게 통화하던게 생각나더군요. 이게 유사 연애 감정인가 싶었습니다.

 

그리고 저녁 모임에 저와 여직원, 남직원 3이 만났는데 제 차로 이동을 했습니다. 남직원을 데려다 주고 저와 그 여직원분이 같은 방향에 근처에 살아서 차로 이동 중 제가 집에 그냥 들어가기 아쉽다고 했습니다. 그때가 11시 40분이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랬던니 저보고 “저기 공원 산책이라도 하세요.” 하라고 하더군요. 제가 황당해서 “이 늦은 시간에 어두운 공원을 저 혼자 청승맞게 걸어다니라고요?”라고 장난처럼 받아치니 “그럼 제가 같이 걸어드릴께요. 가요.”이러는 것입니다.

 

이거 뭐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밤 12시가 다되어가고 내일 아침 일정이 있다는 사람이? 그것도 이제 서로 말튼지 2주도 안된 사이인데? 

그래도 가자 하니 어쩌다 공원을 밤 12시 넘어서 1시간을 걷게 되었습니다.

 

걸으면서 왜 결혼을 안하시냐, 여자 소개를 왜 안 받으시려고 하냐, 내가 주변에 알아보겠다. 이런 대화들을 주로 했습니다. 그러면서 퇴사하고 재입사할 때 까지 자기가 뭘 했는지도 알려주더군요.

 

그러면서 “남자는 한번 아니다 싶으면 아닌걸로 아는데 여자는 10번 찍어 안넘어가는 나무 없다라는 말이 나도 여자지만 맞는거 같아요”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 이야기를 나 한테 왜 하는거지 싶었습니다.

 

그리고 제 어깨에 자기 팔을 올리면서 자기가 여자가 뭘 좋아하는지 가르쳐 주겠다고 합니다. 저는 괜찮다고 여직원 손목을 잡고 내렸는데 다시 올리면서 “아니요 가르쳐 드릴께요”라고 했습니다. 그냥 그때 가르쳐 달라고 할 걸 그랬습니다.

 

그리고 한달 정도 지났을 때 다른 직원분이 저에게 이야기해 주시더군요. 저에 대해서 그 여직원 분에게 이야기해 봤더니 11살이나 차이는데 삼촌같은 사람한테 무슨 그런 감정을 갖겠느냐고 했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렇죠 11살… 적은 차이는 아니지요.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서로 협의되고 동의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시작 조차 못할 요소이기는 한 것 같습니다.

그 여직원분이 입사한지 한달 쯤 지났을 때 기점으로 문자를 보내도 단답으로 오고, 사무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하려는게 보였습니다.

 

저랑 따로 보자고 하면 둘러대며 거절하더군요. 그러면서 선을 그으려고 하는 것도 느껴지고, 그렇지만 사무적인 관계는 유지하려고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애시당초 직장 동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을 테니까요. 

 

하루는 사무적인 문자가 하나 왔을길래 제가 “나는 OO씨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어요.”라고 보내버렸습니다.

 

그러니 답장으로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지못해서... 그리고 알아가면 되지요 ㅎㅎ.” 라고 온 겁니다. 이건 또 무슨 의도일까… 아주 가끔 헷갈리게 하는 언행들이 있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마음이 없다는걸 느끼고 있는 시점이었는데 이런 문자가 오니 또 마음이 동요되더군요. 물론 그 여직원 입장에서는 문장 그 자체의 내용 말고는 다른 의도한 바가 없었을 수도 있는데 말이죠.

 

그러면서 전화를 해버렸습니다. 11:30이나 됐을 때 인데… 제가 잘못했죠. 늦은 시간에 예의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그 분은 40분 동안 전화를 받아주시더군요. 처음에는 “이런 문자 보내지 마라, 남자들은 오해한다.”라고 말해주려 했는데 굳이 분위기 무겁게 할 필요는 없어서 다른 이야기를 40분 동안했습니다. 하품 하면서 전화를 받아주더군요. 그래서 끊을려고 하는데 어쩌다 다시 대화가 이어지고 그랬네요.

 

그리고 그 다음 주 쯤 다른 여직원분이 저에게 말씀해 주시더군요. 그 여자가 말 좀 전해 달라고 했다면서 자꾸 만나자하고 밤늦게 연락오는게 싫다면서요… 배려가 없었다고 했다더군요.

 

제가 잘못했지요. 그래도 조금 서운하기도 하면서 그 이야기를 들으니 소극적이게 되더군요. 앞에서는 아무말 안 하고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면서 그런 마음이었으면 그때 이야기 해 주거나 했으면 사과를 하던지 했을텐데 말이죠.

 

그래서 2주 있다가 사과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러니 그냥 감사합니다. 정도 단답이 오더군요.

 

아니면 11살이나 차이나서 관심 없는데 자꾸 개인적인 영역으로 넘어오려고 하니 싫은 이유를 찾은 걸 수도 있구요.

그리고 이건 회사에서도 경력 많고 그 여직원분과 개인적으로 소통하시는 분이 저에게 몰래 말씀해 주신 건데. 

얼마전에 소개 받은 남자가 있다더군요. 아는 언니가 소개해 준건데 너무 마음에 든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결혼을 빨리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더군요. 그런데 거리가 좀 멀어서 자주는 보지 못한다고 합니다. 서울과 부산 차이 정도?

 

나는 내 마음을 전달도 하지 못했는데 뭐가 기회 조차 없어져 버린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더 선을 그으려고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연애 분야에 올려야 할거 같은 내용인데 인생상담에 더 가까운 마음이 들어 여기 올립니다.

 

뭔가 잘 안되네요. 내가 마음 먹으면… 그쪽도 싫지는 않은 것 같아서 나이 차이가 나도 좀 해볼까 했는데 지금은 의기소침해 져 버렸습니다.

그쪽이 20대 중후반이지만 외모나 일처리가 성숙해서 저는 그런 나이 차이의 괴리감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쪽은 9살 차이 나는 사내 부부를 보고 여자분이 대단하시다. 그렇게 차이가 많이 나는데 결혼을 하실 수가 있으시냐 라고 했던 이야기를 누가 듣고 알려주더군요.

 

나이 차이도 날 것이도, 이것저것 자신이 생각했던 남자의 모습과는 다르겠죠. 자신은 급한 것도 없고 소개 받은 남자는 마음에 들고…

어떤 여자분은 “여자는 원래 시시각각 마음이 왔다갔다 한다. 싫다가도 좋아하게 되고, 좋으면서 사람들한테는 싫다고도 할 때가 있다. 그러니 기다려봐라”라고 하시던데. 이것도 케바케가 아닌가 싶구요.

 

어쩔때는 내가 어떻게 살아왔냐 싶기도 하고 비참한 생각에 길 가다가 눈물이 나려고도 하네요. 나는 왜 이렇게 나이가 들었지 싶고 그 여직원은 왜 아직 그렇게 나이가 어린거지 하며 상황을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냥 내 할꺼 하고 신경 안쓰려고 노력해 봅니다. 그냥 사무적으로 대하고 있습니다. 그 쪽도 재입사했을 초반 두달 전 만큼의 살갑게 대해주지 않더군요. 요세 좀 예민해 진 느낌이랄까요. 위에서 업무로 많이 지쳐보이더군요. 

 

다른 분들 말로는 사장님이 업무로 스트레스를 많이 준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위로해 주고 싶다가도 내가 그럴 입장도 처지도 아닌거 같고 부담 주는거 같기도 하다 보니 망설여지더군요. 

 

싫다는 거절 의사를 간접적으로 듣기도해서 인지 많이 소극적으로 변한 것 같습니다…

어디서 누구를 어떻게 만나야할지 20대의 적극성은 어디로 간건지 예전 생각하면 “내가 여자한테 그렇게 적극적일 때도 있었구나”싶습니다.

그냥 다 귀찮고 마음 무겁고 상처 받기 싫었는데 다시 이런 일이 생겨버렸네요.

 

그래도 건설적인 방향으로 생각하고 싶어 여러 인생 선배님들의 조언을 듣고 싶어 이렇게 글을 씁니다.

긴 내용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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