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1단위인 관계로 별동부대(예비대)처럼 취급받아서 광화문 주변(합청타, 옥인타, 적선타, 광화문타...)을 전력하듯 뛰어 다닌 시간만도 아마 서너시간을 될 듯 합니다. 이게 엊그제 저녁부터 자정까지 벌어진 일인데 일일히 설명하자니 입만 아파서 생략하고요...
당시 제가 보았던 상황만 말씀해 드립니다. 저는 어제 새벽 가장 치열했던 적선로터리 차단벽 바로 뒤어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상황을 직접 보았지요.
언론에는 일절 등장하지 않았던 비하인드 스토리..
시위대 중 수백명이 광화문 담장을 넘어 기습적으로 들어가 보존되어야 공간을 마구마구 휘젓고 다녔드랬죠. 이들을 붙잡는다고 그 새벽에 잠자고 있던 202직원들이 죄다 뛰어나와 경복궁 안으로 들어가고.. 전의경 중대도 속속 쪽문으로 들어가고..
적선로터리 주변 담벼락 위에 올려져 있던 기와장을 뜯어내 통째로 던지거나 깨트려서 대원들에게 마구마구 집어던지더군요. 소중한 문화재가 순식간에 무기로 돌변한 순간이었습니다. 적선로터리 주변 담장은 온전한 곳이 없었습니다. 광우병 걸린 미국 쇠고기를 막기 위해 그 소중한 문화재를 깡그리 부숴버린 시위대... 훌륭했습니다. ㅋ
광화문 앞 쪽의 넓은 도로 복판에서는 캠프파이어를 하듯 군데군데 커다란 불꽃이 피어오르고, 자욱한 연기는 그야말로 무법천지 그 자체였습니다.
죽창, 쇠파이프, 화염병이 등장하지 않은 거 맞습니다. 그러나 시위대들이 들고 있던 깃대는 손쉽게 무기로 돌변했었고, 어디서 구했는지 기동대 버스 주변에 무수한 돌이 날아들고(예전처럼 보도불럭을 깨트려서 던졌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음), 물이 반쯤 차 있던 각종 물병들은 오히려 고마운 존재로 보였으니..
언론에서는 전의경이 40여명 다쳤다고 나오던데......, 119구급차, 인근 지구대 순찰차, 기동대 지휘차, 소형 승합차..등으로 밤새도록 실어나르는 전의경만 족히 100명은 넘는 듯 보였습니다.
다리를 절둑거리며 스스로 걸어 나오는 대원, 검붉은 피가 팔에서 솟구치는지 피로 붉게 물든 손목을 움켜쥐고 구급차로 향하는 대원, 동료 대원들에 의해서 들려가는 대원, 넋이 나간 듯 고개를 뒤로 제끼고 가면서 하늘에 대고 뭐라뭐라 소리치며 울부짓는 대원(가장 기억에 남는..)..,
그 수 많은 부상자들 중에는 탈진한 전의경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의식을 잃은 듯 실려가는 대원들이 탈진한 대원들인 듯... 자정을 전후해서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고, 다른 중대가 교대를 할 수 있는 틈이 없었으니 초저녁부터 자정을 넘어설때까지 교대도 못하고 1만여명이 넘는 시위대와 맞짱을 뜨고 있었으니 탈진이 속출할 수 밖에... 오히려 뚤리지 않은것이 기적일 정도였습니다.
시위대와 가장 가까이에 있던 기동대 버스들은 걸레짝처럼 부서져 그야말로 흉물처럼 변해버렸더군요. 유리창은 고사하고, 그 유리창 주변의 단단한 버스의 철재 외벽을 어떻게 찌그러트렸는지 아직도 의문입니다.
한마디로 전쟁터였습니다. 그 속에 매몰된 채 대치를 하고 있는 수 많은 전의경들과 경찰관들은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렸을 겁니다. 뒤쪽에서 지켜보는 저도 흥분되고 가슴이 콩탁콩탁 뛰는데 직접 시위대와 얼굴을 맞딱트리고 있는 사람들은 오죽했을까요.
저는 어제의 상황이 불법집회라기 보다는 "테러"처럼 보였습니다. 선량하고 평온하고 온건하고 얌전한 시위대들을 향하여 제 표현이 너무 심한가요? 제 시각이 경찰쪽에서만 바라본 편협한 시각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