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자퇴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죽을때까지 철없는 락커 되고싶다

전남대 작성일 08.12.20 22:2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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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윤현진 기자]

알고 싶다 서태지! 듣고 싶다 서태지! 말좀 해라 서태지!

문화대통령 서태지와 마왕 신해철의 만남, 그 두번째 이야기.

19일 밤 12시에 방송된 MBC 에브리원 '신해철의 스페셜 에디션(Special Edition)-서태지 편'에서는 지난 주에 이어 신비주의 뒤에 감춰진 서태지의 모든 것이 낱낱이 공개됐다.

연습실에서도 무선 마이크를 사용하거나 서태지 밴드가 독자적으로 개발해 외국보다 우수하다는 키보드, 공연용 스피커까지 그야말로 실제 공연무대와 큰 차이 없이 국내 최고가의 장비들로 세팅된 서태지의 연습실은 가장 먼저 신해철의 눈길을 끌었다.

신해철은 “요즘 경기도 나쁜데 이 방송 나가고 괜찮겠나? 인디밴드나 직장인밴드가 본다면 서태지씨 얼굴을 다트 판으로 사용하고 싶을 수도 있다”며 장난끼 넘치는 질문을 건넸다.

이에 대해 서태지는 “오랜 공백 기간으로 인해 공연 기회가 많지 않다. 그래서 한 번의 공연을 하더라도 완벽하게 해낼 수 있도록 수많은 연습을 하기 때문에 최대한 실제 공연 무대와 비슷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서태지의 연습실은 최근 8집 앨범 녹음 작업을 했던 공간이기도 하다.

이어 서태지는 국산이라고 보기에는 훌륭한 사운드라는 신해철의 칭찬에 “장비보다는 시간이 더 중요한 것 같다. 곡의 완성도를 위해 한 곡을 만드는데 한 달이 걸린 적도 있다. 그만큼 녹음할 때는 시간에 구애 받지 말자는 생각으로 한다”고 덧붙였다.

“문화대통령이라는 족쇄 차고 싶지 않다”

서태지는 자신에게 붙여지는 문화대통령이라는 직함에 대해서도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기분 나쁘지 않고 오히려 듣기 좋았다는 서태지는 이제는 누군가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서태지는 “문화대통령이란 수식어에 대한 대중들의 요구가 있기 때문에 부담감이 없지는 않다. 그냥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계속 하고 오직 음악을 통해서만 팬들과 즐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며 마치 문화대통령이란 말을 족쇄처럼 찬 채 그에 대한 책임감으로 음악을 하고 싶지는 않다고 전했다.

“나는 천재가 아니다”

'스스로 천재라고 생각해 본 적 있냐'는 신해철의 질문에 서태지는 “전혀 그런 생각을 안 한다. 천재였다면 은퇴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남들과 다르다는 생각은 갖지만 음악은 아직도 너무 어렵다. 하면 할수록 어려워진다”며 “천재였다면 음악을 만드는데 4년이나 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천재가 확실히 아니다”고 설명했다.

“돈은 꿈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서태지는 지금까지 번 돈이 1천 억 정도 되느냐는 신해철의 질문에는 서태지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확실히 많이 벌기는 했다"고 자연스럽게 답했다. 그만큼 항상 자주 받는 질문이라는 것.

음악으로 얻은 수익의 대부분을 다시 음악에 투자하고 있다는 서태지는 “돈 관리를 특별하게 잘 하지는 않지만 헤프게 써서 어려웠던 적은 없다”며 “돈을 잘 버는 게 나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어떻게 보면 돈은 부질없고 행복과 연관이 안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만 꿈을 실현하기 위해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이 바로 돈이다”고 말했다.

“자퇴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서태지는 없었다”

신해철은 서태지가 전국의 자퇴생들에게 최고의 귀감이자 목표이며 그들에게 명분을 제공하는 인물이라며 서태지의 고등학교 자퇴에 대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이에 대해 서태지는 “오히려 자퇴가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 그 때 자퇴하지 않았었다면 지금의 서태지는 없었을 것이다”며 자신의 지난 선택에 후회 없음을 드러냈다.

서태지는 “17살 그 나이 때 나는 음악이 너무 하고 싶었고 학교생활을 하면서는 원하는 음악을 못한다고 단정을 지었었다. 그래서 자퇴를 했고 학교를 그만두면서 그만큼 음악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고 밝히며 대신 목표 없는 자퇴는 타당치 않다는 조언을 덧붙였다.

“‘쫄핑크뿌짖댄스’는 전위 퍼포먼스 같은 춤이다”

서태지는 후속곡 휴먼드림의 ‘쫄핑크뿌짖댄스’가 유럽이나 일본에서 하는 전위 퍼포먼스의 일종이며 평소 그런 춤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전위 퍼포먼스 성격을 띠는 춤은 기분을 묘하게 만들고 감정을 움직일 수 있는 매력을 갖고 있다는 것.

1~2달의 오랜 시간에 걸쳐 탄생했다는 ‘쫄핑크뿌짖댄스’에 대해 서태지는 “휴먼드림의 뮤직비디오는 노래 가사는 그렇지 않지만 드라마 타이즈의 내용은 슬픈 이야기들로 구성돼 모순된 콘셉트를 갖고 있다. 그래서 노래할 때는 완전 반대로 가보자는 생각을 했고 마치 아이돌 가수처럼 핑크를 선택해 깜짝 놀랄 만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며 상상에 근접했던 안무가 핑크로 도배를 한 충격적인 비주얼의 ‘쫄핑크뿌짖댄스’로 탄생하게 된 사연을 밝혔다.

“죽을 때까지 철없는 락커가 되고 싶다”

서태지는 평소 자신이 피터팬 콤플렉스를 지녔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깜짝 발언을 했다. 자신은 아직 정신적으로 어른으로는 성장하지 못했다는 것.

서태지는 “실제로 어른이 되지 못했다기 보다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다.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어른이 된다면 비참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죽을 때까지 철없는 락커가 되고 싶다. 아무 생각 없이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고 싶다”며 어렸을 적 간직했던 꿈을 현실로 만들며 매사를 편안하게 생각하고 살고 싶다는 마음을 털어놨다.

한편 이 날 방송에서는 그동안 어디에서도 제대로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던 멤버들의 속 깊은 대화가 공개됐고 이후 서태지는 멤버들과 함께 커플 ‘쫄핑크뿌짖댄스’를 다정하게 추며 척척 맞는 호흡을 자랑했다.

휴먼드림의 즉석 연주와 열창도 이어졌다. 연습실에서 펼쳐진 즉석 공연은 새벽이라는 시간이 무색할 만큼 섬세하고 완벽했다. 장난스러운 말투와 표정으로 쫄핑크 댄스를 추는 서태지의 모습은 지금까지 베일에 가려졌던 가수 서태지가 한 순간에 대중의 품으로 편히 녹아드는 진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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