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용산참사 비판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군포 연쇄살인 사건을 활용하라고 경찰에 지시한 의혹을 사실상 시인했다. 무고한 여성들의 목숨을 앗아간 엽기적 살인사건을 6명의 철거민과 경찰이 사망한 참사를 덮을 '호재'로 인식해 '물타기 여론조작'을 시도한 청와대의 행태가 가히 엽기적이다.
그럼에도 이번 일이 "행정관의 개인행동"이라고 서둘러 무마하기 급급한 청와대의 태도는 그야말로 안하무인이다.
▲ ⓒ연합뉴스
청와대는 13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이번 '여론조작 파동'과 관련된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다. 그러나 브리핑에 나선 것은 이동관 대변인이 아니라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였다. 이 관계자는 다소 경직된 표정으로 다음과 같은 청와대의 입장을 읽어 내려갔다.
"자체 조사결과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이 경찰청 관계자에게 개인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로 확인됐습니다. 비록 (공문이 아닌) 사신(私信)이긴 하지만, 이런 이메일 발송하는 것은 청와대 근무자로서 부적절한 행위라 판단해 구두경고 조치를 내렸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청와대는 민주당 김유정 의원의 폭로와 같은 지침이나 공문을 내린 바 없습니다."
예상됐던 '꼬리자르기'였다. "사실이지만, 사실이 아니다"는 해명 아닌 해명을 내놓은 것이다. 당연히 각종 사실확인을 위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이 관계자는 "회의가 있다"며 자리를 총총히 떴다.
"이대로 가면 어떻게 하느냐", "충분한 해명을 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이 관계자의 표정은 조금씩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이어진 기자들의 질문에도 그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일정 때문에 불가피하다면 오늘 중 다시 브리핑을 해 달라"는 기자들의 요구에 대해서도 그는 "잘 모르겠다"라고만 답한 채 준비돼 있던 차량에 황급히 탑승해 기자실을 빠져 나갔다.
전날 기자들과 만났던 다른 핵심 관계자도 마찬가지였다. "내부적으로 경위파악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이 관계자의 설명에 대해 기자들은 "청와대의 메시지가 경찰 측에 전달된 것은 사실이라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한국말도 못알아듣냐"면서 짜증섞인 반응을 내놨다. 그는 "사실여부를 포함해 경위를 파악하는 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사고만 터지면 '개인행동'이라고?
청와대의 이런 태도는 증거가 드러난 데에 따른 당황함으로만 보기는 힘들다. 정권의 심장부인 청와대에서 발생한 '여론조작'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응태도를 보면 '별 것 아닌 일에 괜한 소동을 부리고 있다'는 투다.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에 대한 발표라면, 야당과 언론의 의혹제기와 별개로 해당 행정관이 언제, 어떻게, 왜 그런 메일을 보냈는지 소상히 밝히는 게 마땅하다. 또한 청와대 행정관이 경찰청 간부에게 이메일을 보낸 것이 사실이라면, 지난 이틀간 "그런 일 없다"고 잡아뗀 청와대의 거짓 해명에 대한 사과를 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하며 장막 뒤에 숨은 이 '청와대 관계자'들은 사과는 커녕 해명 한 마디 없다.
이메일을 보낸 행정관에 대한 조치도 가관이다. 청와대 5급 행정관이 상부 보고도 없이 총경급에 해당하는 경찰청 간부에게 '개인적'으로 지시를 내렸는데 징계도 아닌 '구두 경고'라니. 이번 사태가 어떤 의미인지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일만 터지면 '개인행동'으로 돌리고 마는 청와대의 변명도 습관성 질환이다. 용산참사 당일 김은혜 부대변인의 '말 실수' 파문 때도 그랬다.
김 부대변인은 6명의 국민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사태를 두고 "과격시위의 악순환이 끊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국민의 죽음 앞에서 청와대가 할 말이냐'는 비난이 일자 청와대는 "이는 김은혜 부대변인의 개인적 발언"이라고 잘랐다.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한승수 총리가 "행정관이 경고를 받았으니 니 정도에서 이 문제는 정리되는 게 좋겠다"고 한 발언이 청와대가 차마 하지 못한 말을 대변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이번 '홍보지침' 사건은 국민들의 애꿎은 죽음을 '여론조작'에 활용한, 정권의 부도덕성을 만천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대통령의 사과도 모자랄 판에 의심스런 해명으로 회피하기 급한 청와대의 태도가 이럴진대, 과연 '이 정도에서 정리'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송호균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20090213164155§ion=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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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정말 화딱지가 나서ㅡㅡ
저런 논리라면 이번 민노총 문제도 민노총의 이름을 거들먹거릴필요없는
단순 개인의 문제라 할 놈들이네요
요즘 왜 이렇게 언론에서 강호순에대해 심하다 싶을정도로 떠든다했는데
방송 소재거리로 적절했던 이유도 있겠지만
충분히 철거민 문제도 다룰만한 소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랬던 이유가 있었던거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