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경찰청은 2일 장군의 딸을 사칭하며 군 장교들에게 접근해 돈을 받아 챙긴 A씨(여·27·대구)에 대한 고소사건을 국방부로부터 이첩받아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뉴시스 4월 2일 보도)
양씨는 작년 5월부터 다섯달간 장교 8명에게 2400만원을 뜯었다. 공교롭게 8명은 모두 20대 육·해·공군 사관학교 출신이었다. 양씨는 이들에게 우연을 가장한 문자 메시지를 보낸 뒤 연락이 오면 작업을 걸었다. 그 중 실제로 양씨를 만난 사람은 1명뿐이었다. 젊은 장교들은 왜 낯 모르는 여성에게 지갑을 열었을까.
◆"혹시 김 중위님 아니세요?"
양씨의 수법은 간단했다. 장교들의 휴대전화로 "누구누구 아니냐"는 식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주로 흔한 성씨가 많았다. 요행히 성(姓)과 계급이 맞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 장교들이 양씨에게 연락을 해왔다.
"박 대위, 이 사람 한번 만나보게"같은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직속상관이 여성을 소개해주는 것으로 착각한 젊은 장교들이 주로 응답했다. 양씨는 "나도 비슷한 문자를 받았다. 누가 장난치는 것 같다"는 식으로 발뺌한 뒤 "그런데 뭐 하시는 분이냐?"며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았다.
양씨에게 문자 메시지를 받은 현역 장교가 40여명이다. 주로 경기도 파주 인근 전방에 몰려 있다. 그중 30여명이 사관학교 출신이다. 대구경찰청 최윤혁 경사는 "양씨가 어떤 경로를 통해 군 장교들의 전화번호 명단을 입수한 걸로 보인다"고 했다.
양씨는 자신을 초등학교 교사, 예비역 소장의 딸, 법무고시를 통과한 뒤 교도소에 근무하고 있는 교위라고 둘러댔다. 양씨는 "교도소에 있어 외출을 하지 못한다"며 "나중에 갚겠으니 돈을 좀 보내 달라"고 장교들을 현혹했다. 명목은 조의금, 축의금, 병원비 등 다양했다.
◆꽃뱀? 철부지?
양씨는 특별한 직업이 없었다. 한때 부모가 운영하는 분식집 일을 거들었을 뿐이었다. 같이 아르바이트를 했던 지인들은 양씨가 "전체적으로 컸다"고 했다. 양씨는 160㎝대의 키에 체중이 90㎏에 육박했다.
경찰은 양씨가 '꽃뱀'일 가능성을 일축했다. 양씨에게 돈을 떼인 8명의 장교 중 실제 양씨를 만나 성관계를 가진 것은 육사 출신 김모(27) 중위가 유일하다. 김 중위는 서울에서 만난 양씨에게 신용카드 3장을 맡기는 등 총 1000여만원을 뺏긴 것으로 드러났다.
양씨는 이렇게 얻은 돈을 옷이나 화장품, 밥 먹는 데 썼다. 집 근처 대형 할인마트도 이용했다. 8000원어치 커피부터 2만원대 레스토랑 밥값까지 다양했다. 명품은 사지 않았다. 대신 휴대 전화 2대를 샀다. 양씨는 최근 1년 새 5~6차례나 전화번호를 바꿨다고 한다.
경찰은 "물정 모르는 젊은 장교들이 양씨에게 혹해 돈을 빌려준 것 같다"면서 "우리도 어떻게 전화 통화로만 그 많은 돈을 뺏을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경찰은 10일 양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