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에 걸친 숙고 끝에 내린 결론인데, 아마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나라 망신이라는 말을 모르는 것 같다.
최근 일본인 관광객이 시위진압대에 구타 당해 입원 치료를 받게 되었다는 일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란 관광객에게 진압 사실을 고지하기 위한 외국어 방송.
푸하하하, 이거도 참 걸작이다.
골라 패겠다는 말이다. 사실 이 해프닝을 통해 저런 생각이 우선 떠오르기 보다는, 그간 진압 행위에 있어 폭력시위대와 일반 행인들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 진압을 해왔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할텐데. 그저 시위 현장 근처를 지나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폭행 당하고 강제 연행을 당했다던 수많은 작은 목소리들은 아예 어디다 파묻었는가보다.
자 그래서, 이제 시위에 관련없는 일반 행인이더라도 외국인은 골라 패지 않기 위해 방송 고지를 하겠습니다, 하고 전세계에 널리 알렸으니 우리 이명박 각하의 혜안에 대하여 참으로 칭송이 자자하겠다.
대한민국 국민들을 말로 속이고 주먹으로 억누르면, 시국 불안이란 문제는 깨끗하게 해결인 줄 알았나보다.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면 하늘이야 안 보이지만, 하늘을 가릴 수 있는게 아니니까.
그리고 오늘의 노무현 전 대통령 서울 분향소의 전의경 포진.
사실 이거야 잘못된 점이 하나 없다.
시위와 집회에서의 모든 유혈 사태는 집단의 감정 폭발에 있는거니까, 만약의 만약을 대비하여 병력을 대비시킨 것은 타당한 것이지 싶다.
문제의 발생은, 분향소 철거에 있다.
누가 지시를 내렸는지는 몰라도, 참으로 단순하신 생각을 했나보다.
'분향소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꾸 몰려들테니, 분향소를 철거해서 해산시키자.'
이런 생각은 또 못하신 탓이다.
'군중들의 감정 폭주야말로 피하고 싶은 일인데, 분향소 철거로 인해 큰 자극을 줄 것이다.'
이 모두를 알고 있었다면 이런 생각이었을테고.
'우리는 공권력이므로, 불상사 발생 시에는 진압하면 그만.'
그래서 비탄에 젖어 눈물을 떨구던 조문객들의 얼굴이 분노로 항의하고, 여기에 대처해 전의경들은 방패를 들었다.
아직 노무현 전 대통령의 투신과 서거에 대해 해야 될 말이 많고, 해야 할 일이 수 없이 많다.
분향소에서 육개장 먹고 머릿고기 먹고 화투를 칠 때가 아직 아니란 얘기다.
그러나, 나라 망신이 걷잡을 수 없이 불거지는 이때 가장 큰 수치는 또 초상집에서 박수치고 웃고 떠드는 무뢰한들에 있다.
대표적으로 전여옥 의원 홈페이지의 노무현 전 대통령 시신 북송 운운한 모 정치목사 사건이나, 조선일보 홈페이지의 고인 비하 리플들이나, 디시인사이드 코미디 프로그램 갤러리의 '고인드립' 따위를 거론하면 될 것 같다.
인간인가 금수들인가.
분향소에 전의경 병력 대비에 대해 사정을 대비한 합리적인 판단이란 말을 했는데,
사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암살되었을 때나, 많은 세계 정상들의 예기치 못한 서거에 대하여서는 그 성격이 다르다는 말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이들의 그것은, 말 그대로 '만의 하나'를 대비한 것이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에 관한한 전의경 배치에 대해서는 조문인들에 대해 혐의를 짙게 두고 있었기 때문이니까.
사실 그래서 더욱 병력 배치에 타당한 면도 있다.
이명박 각하 재임이래,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 연이은 집회와 시위 일색에, 그리고 국민들의 거칠어진 감정에.
당연한 시퀀스가 아닐까?
반대로 말하자면, 초상집 조문객마저 경계하고 두려워하게 된 이 나라 정부의 슬픈 단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