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의 분노와 연민

닫힘학원 작성일 09.07.06 13:3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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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의 분노와 연민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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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의 분노와 연민...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울음을 터트리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모습을 기억한다.
나는 그때 그 모습에서 진정한 인간의 얼굴을 보았다. 아무리 전직 대통령 영결식이라 현직 대통령이 헌화하는 절차를 빠뜨릴 수 없다 하더라도, 따지고 보면 노무현의 죽음에 가장 책임이 크다 할 이명박이 헌화하는 장면을 보면서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속에서 무언가가 부글부글 치밀어오르는 것을 애써 누르고 있던 순간이었다.
 
이명박, 김영삼에 이어 헌화하고 자리로 돌아오면서 김 전 대통령은 유족들 앞에서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라며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의례적인 위로의 말만이 아니라 80이 넘은 노정객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울음을 터트렸다는 것은 그만큼 심경이 참담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모두들 슬픈 듯, 비감한 듯한 표정을 짓고 앉아 있었지만, 그날 영결식장에서 김 전 대통령만큼 인간적인 사람은 없었던 듯 하다. 나는 본래 노빠, 명빠 하듯이 김 전 대통령을 특별히 좋아하지도, 뇌사모나 빨갱이 어쩌구 하듯이 특별히 싫어하지도 않는 중립적인 입장이었는데, 그날 이후 김 전 대통령을 좋아하게 되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얼굴을 보았기 때문이다.
 
치열했던 민주화 투쟁 이력이나, 정치인으로서 보여준 달변과 능력으로서가 아니라 주위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터트린 울음 하나로 내 마음을 움직인 그가 요즘 이명박과 이 정권을 향해 분노와 탄식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이 3일 "목숨을 바쳐온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 억울하고 분하다"고 말했다. 얼마 전 6.15 선언 9주년 기념식장에서의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라는 발언 이래 기회 있을 때마다 이명박 정권을 질타해 오던 그였다. 전직 대통령이 그런 표현까지 한다는 것은 그만큼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방증일 터이다.
 
본시 임기를 마치고 퇴임해서 '전직'이란 칭호가 붙으면 현 정권에 대해선 자문(諮問)을 받기 전에는 가타부타 안하는 게 예의고 상식이다. 그럼에도 정권에 대한 발언을 자제해 오던 김 전 대통령이 최근들어 발언의 강도를 높여가는 것은, 상황이 그냥 바라고만 있기에는 너무도 심각한데다 무엇보다도 민주주의를 위해 평생을 바친 정치인으로서 느끼는 분노 때문일 것이다.
 
어떻게 이뤄온 민주주의인가. 민주열사들이 목숨 바쳐 쟁취해온 이땅의 민주주의가 억압과 통제, 성장 만능, 가진 자들만의 나라로 만들려는 괴이한 집단에 휘둘리며 몇십년 전으로 후퇴하는 것을 보면서도 아무런 분노를 느끼지 않는다면 그런 사람이 오히려 비정상이라 해야 할 것이다.
 
김 전대통령은 또 노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읽으려 했으나 소문대로 청와대의 반대로 인해 무산된 사실이 있음도 밝히고, "그런 짓을 하는 이 정권에 연민을 느낀다"는 말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이 지적하지 않더라도, 어이없다 못해 분노와 연민을 느끼게 하는 이 정권의 해괴한 짓들이 어디 한두가지인가. 최근만 해도 비정규직들이 줄줄이 해고되는 상황에서 사회 약자들을 배려하고 보듬어야 할 대통령이란 자가 "고용유연성이 근본대책"이라는 기가 찰 소리나 하고 있고, 서울 경찰청은 아직  용산참사 희생자들의 장례가 치러지지 않았는데도 대 테러 훈련 한다면서 참사를 일으킨 진압방식을 그대로 재현했다고 한다.
 
그런 게 도대체 정상적인 인식을 가진 대통령의 입에서 나올 말이며, 정상적인 정권에서 벌어질 수 있는 짓들이란 말인가?
 
집회에 나가든, 인터넷에 글이라도 쓰든, 그도 저도 아니면 담벼락에 대고 욕이라도 하라는 김 전 대통령의 분노에 대해 누가 지나치다 말할 수 있겠는가. 이명박과 이 정권의 위인들이 눈곱 만큼이라도 양심이나 염치가 있다면, 전직 대통령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정도로 이 나라가 엉망이라는 것에 대해 진실로 부끄러워 해야 마땅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저들의 행태를 보건대 그것을 기대하느니 차라리 황하의 물이 맑아지길 기대하는 게 나을 터이다.
 
하여, 나는 오늘 김 전 대통령의 이명박 정권을 향한 분노에 나의 분노도 보태고자 한다.
"도대체 어쩌다가 저런 정권이 들어서서 이토록 국민들을 피곤하게 만든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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