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을 보다가 한 여고생의 질문에 대한 답이 인상적이어서 퍼왔슴다!!
질문
이제 고1이 되는 여고생인데요.김대중대통령 께서는..(일단 예의 지켜야..겠죠.)왜 전두환을 풀어준겁니까?(전두환 같은 사람에게 예의따윈 갖추고싶지도 않습니다)
예전에 어렸을 때, 5.18 국립묘지에서 그 당시의 사진을 모아놓은 걸 봤었는데...하..끔찍해서 말이 안나올 정도더군요.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구토감이 밀려올 정도의 잔인한 사진들이 잔뜩 있더군요.그 5.18의 피해자 분들은 죽을 때까지 그 원한이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사형을 해야 할 사람을,그래도 무기징역으로 들어갔는데..하- 그런 사람이 2년만에 감옥에서 나왔다는 게,기가 차더군요(반성의 기미는 눈꼽만큼도 안보이고)저는 김대중대통령도,5.18의 피해자-라고 들었는데 아닌가요?
그 끔찍한 상황을 격어봤으니 풀어주는 건 왠만한 사람이 아니곤 아주 감옥에서 썩어빠지게 놔둬버리고 싶을 거 같은데요.
물론 김대중씨는,노벨평화상도 받으신 분이니 그렇다고도 칩시다.아니 -그런데 그럼,그 다른 5..18의 피해자들은 그걸 보고 어땟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그딴 일을 저지른 사람이 지금 잘먹고 잘살고 있으니..
도대체가 김대중씨는 이해가 안 가더군요.아는 분들은 "니가 부족해서 그러는 거야-어른되봐"라고 하는데..
저도 제 의견인데 그런 식으로 무시하니 참 기분이 더럽더군요.예-그럼 저는 부족한 아이라고 칩시다.
그래서 김대중대통령님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당시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그랬었나요?대체 이유가 뭔가요?
그리고 다른 분들의 의견은 어떤 지요-
답변
아직 어린 여고생이 역사적인 인물과 사건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칭찬 받을 일이네요.
전두환이 저지른 천인공노할 짓은 기가 막힐 노릇이죠. 옛날 같으면 모반으로 능지처참과 아울러 부관참시도
할 수 있는 범죄를 저지른 것이죠. 대한민국 건국이후 헌정을 유린한 예가 두번 있었습니다. 바로 박정희의 5.16
쿠테타와 전두환의 12,12 사태 입니다.
관련해서 글을 쓰다보면 너무 길어 질듯 하니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전두환을 잡아 넣은것도 아니고 풀어주지도 않았습니다. 그를 잡아 넣은것도 김영삼이고 특사로 풀어준것도 김영삼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다만 재임시절 전두환 노태우를 청와대에 불러서 식사도 하고 전직 대통령의 대우를 해준적은 있습니다. 전두환이 그자리에서 미안했다는 말한마디 했다는 소리 들어보지도 못했네요. 정말 파렴치한 사람입니다.
김전대통령이 전두환이를 잡아 넣지 않은것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크게 보면 두가지로 볼 수 있겠습니다.
첫번째는 그의 인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정치를 하면서 자신을 배신한 자들을 곁에 두려고 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해치거나 비난 하지도 않았습니다. 자신의 정적들에 대해서도 해치는 법은 없었습니다.
예를들면 현재 한나라당의 심재철 의원은 80년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장으로서 대학생들의 시위를 주도한 사람이었는데,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이해찬 김옥두등 여러 사람과 함께 끌려가서 고문을 당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것은 다른 모든 사람들은 모진 고문에도 불구하고 김대중으로 부터 돈을 받았다거나 내란을 음모 했다는 진술을 거부했는데, 오로지 동향으로 광주일고 출신인 심재철 만이 신군부가 원하는 답을 했습니다 (당시는 군부의 출현을 막기위해 재야 인사들이 시위를 자제하자고 학생들을 다독이는 형국이었으니 그가 내란을 음모했나는 것은 말이 안되죠. 더구나 당시에는 아무런 힘도 없을 때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전대통령은 최종 대법원 판결에서 사형이 확정 되었을때 심재철이 보고 동지 고생 많았다고 했답니다.
또 대통령 재임시절 이전부터 줄기차게 괴롭혀온 정형근과 국회의사당내에서 마주쳤을때 공부 열심히 하라고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고 어느 토론회에서 정형근 본인이 이야기 하더군요. 그러면서 그의 정책과 사상이 맞지 않은 것이지 인간적으로 존경한다고 말한적이 있습니다. 또 자신을 두번씩이나 죽이려고 했던 박정희에 대해서는 기념관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해서 특별법까지 통과 시켰습니다. 민간이 주도하고 일정금액 이상이 모여지면 나머지는 정부에서 지원 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런데 민간 모금액이 적어서 지원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박정희의 딸 박근혜는 아버지의 잘못에 대해서 김대중 대통령을 찾아가 대신 사과를 했죠.
최근 김영삼이가 그토록 씹어대도 김영삼을 비난하는걸 본적이 없습니다. 김대중 전대통령은 죄는 밉지만 인간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그런 자신의 철학을 실천하는 것이죠.
두번째는 정치적 상황 입니다. 이미 김영삼이 잡아 넣었고 다시 특사로 풀어주었는데 또다시 잡아 넣으면 모양이 우습게 되고 정치적인 보복이 됩니다. 그는 집권하면 정치보복은 절대 없다고 유세에서 여러차례 반복해서 선거공약을 했죠. 그리고 법적으로도 동일 사건으로 중복 처벌이 될수 있어서 법리상으로도 문제가 있을듯 보입니다.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할 의무도 있으니까요. 물론 다른 죄목으로 잡아 넣으면 되기는 하지만 그렇게도 하지 않았죠. 만일 전두환이를 잡아 넣는다면 무조건적으로 김대중이 밉고 싫은 영남지역 사람들의 반발도 무시 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지역감정은 더욱더 깊어지고, 국론은 분열될 것이고 나라는 혼란스럽게 되었을 것입니다.
김대통령 집권당시 IMF 로 인해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국론이 분열 된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대한민국 자체가 많이 힘들어졌을 것 입니다. 어쨌든 자신을 사형시키고 모진 고문을 가한 박정희 전두환을 용서하며 기념관건립을 지원약속하고, 청와대에 초청해서 식사를 같이하는 행동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것이죠. 그러기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고 수적으로 호남유권자 수가 영남에 비해 절대 열세인 상황에서, 호남 출신이면서도 대통령이 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참고로 노벨평화상을 북에 퍼준 댓가로 받았다고 폄하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김대중 전대통령은 노벨상을 수상하기전에도 이미 14차례나 후보에 올랐었고 수상직전에 고배를 마신적도 여러차례 있었습니다. 작년에 고은 시인이 노벨문학상 수상직전에 탈락한것 처럼 말입니다. 물론 햇볕정책이 수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것은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죠. 남북대화와 평화와 길을 열었으며 살날이 많이 남지 않은 이산가족들의 평생소원중 하나인 일가친척들을 만나게 했으니까요. 노벨상을 돈으로 샀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노벨상을 돈으로 살 수 있었다면 정주영이나 이건희는 분야별 노벨상을 다 받을 수도 있었을 것이고 노벨상의 권위도 없었겠죠. 자기 나라 대통령이 세계 최고의 상을 받는데 못받게 역로비 하는 나라는 아마도 우리나라 밖에는 없을듯 합니다.
좀 길게 썻는데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김대중 대통령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