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사건을 통해 생각해 본 토론프로그램의 가치

쿠라라네 작성일 09.10.12 21: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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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씨가 100분 토론에서 하차할 것이라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방송사가 프로그램 진행자를 바꿀수도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아주 옛날부터 명분이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기에

그들의 명분을 보았는데 그런 논리로는 의혹만 증폭 될 듯 해 보입니다.

전혀 수긍이 되지 않고 '진짜 이유가 뭔가요?' 라고 묻고 싶은 마음만 생기네요.

 

그래서 그 '진짜 이유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왜 이렇게 까지 해서 손석희씨를 짤라야 하나? 손석희의 가치는 무엇인가 하고 생각해 봤습니다.

결국은 손석희의 가치라는 것이 토론프로그램의 진행자라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고

토론프로그램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더 근본적인 문제점에 다가서는 것이겠죠.

토론프로그램, 우리나라에서는 100분 토록과 심야토론인가요?

이 두 프로그램으로 대표될 것 같습니다.

그럼 이러한 토론프로그램이 과연 어떠한 가치를 가지는가?

 

엄밀히 말하면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서 얻어지는 명확한 결과물은 없습니다.

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어디 결론이 나는 경우가 있던가요?

대부분의 토론에서 서로 나뉜 두 그룹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서로 반복하면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려고도 하지 않는 분들도 많죠.

'답도 없는 토론. 성숙되지 않은 토론문화. 그런걸 왜 봐?' 라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시청자가 있기만 하다면 토론프로그램은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토론프로그램은 정책심의 기구도 아니고 행정기관도 아닙니다.

토론프로그램에서 결론이 났다고 해서 그것이 정책이 될 것도 아니죠.

 

제가 생각하기에 토론프로그램의 가치는 국민들이 잘 모르는 사항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하고 기초적인 지식을 갖게 하는 것에 있습니다.

만약 토론의 질이 떨어진다면 그 관심을 바탕으로 공부를 하겠지요.

이렇게 현재 우리나라에는 어떤일들이 있고, 그러한 일은 어떤배경으로 진행이 되었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떤 이유로 반대를 하고...하는 것을 국민들이 스스로 알게되고

그것에 대해 공부하고, 생각하게 되어서 결국에는 국정의 감시자가 되어 정부를 견제하고

많은 시민들의 중론으로 나라가 흘러가게끔 하는 것에 조그마한 밑거름이 되는 것이죠.

 

하지만 토론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관심이 없는 사람이 보기에는 너무 어려운 말도 많고

지식인이라는 분들이 나와서 하는 말은 이해도 잘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아직 성숙하지 못한 토론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기 싫은 추태도 좀 있죠.

여기서 중요한 것이 토론 진행자의 역활입니다.

자칫 중구난방이 될수 있는 토론에서 상황에 맞는 포커스를 잡아주고

이야기가 길어질 때는 중간 중간에서 내용을 깔끔하게 정리도 하고

무의미하게 길어지는 이야기는 짤라주면서, 성숙한 토론을 만드는 것이지요.

그러한 역활을 잘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토론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시청자가 늘어날테고

그들은 앞서 말한데로 정부의 감시자가 될 수도 있지요.

 

그러한 의미에서 손석희씨가 가진 능력은 상당합니다.

사실 저도 손석희씨가 아닌 다른 사람이 진행하는 토론프로그램은 보지 않습니다.

그럼 그런 진행자를 왜 그만두게 할려고 하는 것 일까요? 자본주의 논리에서

비싼 출연료 운운하는 것은 기본중의 기본이지만 아마도 다른 진행자도 바뀌게 되면

출연료의 감소와 시청률하락에 대한 손익계산은 되어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습니다.

김제동씨와 윤도현씨의 일에 대한 이외수 선생님의 말씀처럼

그야말고 '속 들여다 보이는 처사' 입니다.

 

정치가가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국민은 정치에 무관심한 국민입니다.

민주주의가 활발히 이루어 진 것처럼 보이는 로마도 '빵과 서커스'라는 말이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그들은 '속 들여다 보이는 처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가만히 놔두면 관심도 안 가질 것에 자꾸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사람이니

눈에 가시처럼 거슬리는 존재였겠지요. 그래서 토론프로 진행자를 그만두게 할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국정에 관심이 없는 이상적이 국민을 만들기 위해. 그들만의 로마제국을 건설하기 위해.

 

이 글을 읽는 분이 있다면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있는 세상이 돌아가는 것에 관심을 가져 주세요.

우리가 원하는 대로 모든것이 바뀔리는 없지만, 무관심한데 우리가 원하는 데로 바뀌지는 않을 겁니다.

아주 조그마한 관심과 힘의 합. 그것이 민주주의 입니다.

 

 

출처 다음 아고라 / 루트원

 

 

손석희씨 하차에 대해서 아쉬움이 많네요.

정치성향을 무엇인가를 떠나서 지상파방송 토론프로그램중 가장 사회를 잘 본것 같은데 말입니다.

중간 입장에서 토론의 방향을 잘 이끌어가는것 같았고, 적절한 시점에서 끊는것도 잘했던거 같은데....

다음 백분토론 사회가 누구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아쉬움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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