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체에 걸친 북한의 전략이, 다만 축구 뿐만이 아니라 정치/외교/군사에 걸친 그네들 특유의 성격을 그대로 관통하는 것이더군요.
쉽게 말해서 평소에 하던 짓 똑같이 그대로 축구로 옮겨놨단거죠.
골키퍼를 포함한 총 10여명의 선수들이 비효율적으로 수비에 집착, 스포츠보다도 단순한 장애물로써 충실한 그 모습. 옹기종기 들어찬 북한 진영에서 세계 최강의 브라질 선수들이 활로를 뚫지 못해 번번히 탄식만 흘러나올 정도로 진입이 좌절되고, 그대로 공을 빼앗은 북한은 브라질 진영에서 속공을 노리는 정대세에 다이렉트 패스, 그리고 풀리지 않는 공격 때문에 안 그래도 전방 달려나갔던 브라질 수비수들, 공격 위치의 포진은 단 한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2, 3명에 불과한, 또는 2, 3명이나 되는 마크를 붙였던 정대세가 그것을 모두 농락하고 브라질 골대로 직행.
어떻게 보자면 약체 북한이 세계 최강 브라질에 대해 둘 수 있는 전략으로서는 유일하면서도 가장 이상적인 것입니다만...브라질의 포문이 연이어질거라 당연스럽게 생각했던 입장에서나, 또 재밌는 축구를 바라는 입장에서나 별로 기분 좋지 않은 플레이죠.
대체로 이런 방식으로 어제도 그리스가 스페인을 농락했는데 -,.-
특히 북한의 경우엔 그런 전략이 축구 경기 밖에서도 하루 이틀 봐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기분이 나쁘죠.
전시대적인 군사장비를 오로지 방어를 위한 용도로 차곡차곡 쌓아놓고, 대륙간 탄도 미사일과 핵을 개발한 불쾌한 조합에, 개성 지역의 집단 포대.
외교에 있어서도, 오로지 본토 외교만을 할 뿐이죠. 경제적 지원이라든지, 외교관 방문이라든지. 항상 본토로 받아들이고 나서 자기들 입맛에 맞게 뜯어고치고. 외부로의 진출은 겨우 중국을 대표로 한 공산권 동맹 정도? 그리고 UN 대사.
이런 북한의 찜찜하고 지독스런 태도가, 어쩐지 그런대로 먹혀들어간단 느낌을 줬기 때문이겠죠.
북한의 전선을 뚫는데에 그 많은 비용 -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서도 전혀 통하지 않아 결국 브라질 조직력이 와해됐고, 끝내는 스타 플레이어들의 개인적 기량에 기대어 골을 터뜨리는데 성공했구요. 이 교착 상황이 그대로 이어져 붕괴된 브라질 수비진을 그대로 통과해 북한이 한골 넣었을 땐 진짜 -,.-
겨우 스포츠라지만 정말 불쾌하고 짜증나는 경기였습니다. 브라질도 왜 그런 약체에게 휘둘렸는지, 며칠 동안 사기도 떨어지고 고민도 많겠지만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있어선 별로 좋지 않은 테스트 사례를 제공한 셈도 되는군요.
거기다 -,.-
경기에서의 자기 개성을 모두 버리고 당의 수족에 불과한 부품처럼 기계마냥 통솔에 따르는 모습도 기가 질리더군요. 선수들끼리 부딪혀서 쓰러지면 브라질 선수를 격려하며 일으켜주는 모습도 보였는데, 그러면서도 일률적으로 복종할 수 있다는 것이, 뭐랄까 북한의 세뇌 기술이랄까, 그런 것들의 무서움도 새삼 느꼈고.
어떤 면에선 이번 경기만으로도 김정일의 비열한 선전 효과가 크게 성공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서구 사회가 북한 경기만 보고 설레발이칠 걸 생각하면.
애초에 출장을 못하게 막았어야 했는데, 그 좋은 기회를 놓고도 후...줘도 못 먹냐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