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화폐개혁 이후 탈북자들의 유형이 달라졌다고 한다.
예전 같으면 북한에서 사회적 신분이 낮고 생계가 어려운 계층, 다시 말해서 죽지 못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란 생각으로 죽음을 각오하고 탈북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경제적 능력이 있는 사람만 탈북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주로 북한의 중산층 이상으로 북한에서 먹고살 만하지만 한국 드라마 등의 영향을 받은데다 김정일 체제에 염증을 느껴 더 나은 삶을 위해 탈북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 국경지대에서 탈북자들에 대한 감시가 심해지면서 브로커나 국경 근무 북한 경비병에게 상당한 돈을 줘야 하기 때문에 그만한 비용을 치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탈북은 꿈도 꿀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올해 2월 양대 보안기관인 인민보안부와 국가안전보위부가 처음으로 연합성명을 내고 ‘불순세력을 쓸어버리기 위한 보복성전’을 선포하고 탈북기도자 및 방조자 체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탈북 감시가 강화되다보니 예전에 남한 돈 몇 만 원 선에서 흥정되던 도강(渡江)비용이 최근엔 몇 백만 원으로 치솟았다고 한다.
지난 2일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이 ‘북한 당국이 국경지대에 대한 경계를 강화해 탈북자 색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보도한 것도 북한에서 탈북자 감시통제가 강화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서해안이나 동해안을 통해 탈북이 이뤄지고 있는 것도 국경지역에서의 감시가 강화된 것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무튼 돈이 없으면 탈북조차 할 수 없게 된 북한의 하층주민들은 이제 탈북이라는 마지막 희망마저 무너져 버렸으니 앞으로는 무슨 희망을 가지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