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의 연개소문과 북한의 김정일

한연 작성일 10.10.13 14:5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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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8세 때인 1960년에 ‘삼국통일 문제를 다시 검토할 데 대하여’라는 제목의 논문을 썼다고 한다. 논문 집필의 진위여부를 논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 논문에는 신라가 고구려 영토를 전부 차지하지 못한 사실을 들어 삼국통일을 부정한다.

 

신라는 영토를 넓히려는 야망만 있었지 통일을 지향하는 의지와 역량이 부족했단다. 요컨대 현재와 같이 한반도 분단 상황에서는 강한 통일의지를 가진 쪽이 역사의 정통세력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것이다. 북한에 의한 적화통일야욕을 드러내 보인 장면이다.

 

그런데 다른 시각에서는 이 글의 의미를  달리 해석할 수 있다. 김정일은 고구려 멸망 원인을 연개소문 사후 “고구려 통치배들 사이에서 알력과 분렬이 급격히 심화”된 데서 찾았다. 고구려 통치배들이 저마다 연개소문의 세 아들을 끼고서 권력을 잡기 위한 암투를 벌이는 바람에 정치혼란과 위기가 조성됐다는 것이다.

 

연개소문의 자리를 물려받은 장남 남생(男生)은 성(城)들을 순시하러 평양을 떠났다가 두 동생에게 쫓겨나자 당나라에 투항해 고구려 침략 길을 안내했다.

 

연개소문의 동생 연정토는 12개 성을 신라에 바치고 항복했다. 그러나 고구려를 망친 책임은 결국은 포악한 전제 정치로 인심을 잃은 연개소문에게 있다고 하겠다. 쿠데타를 일으켜 왕과 대신들을 도륙하고 족벌지배체제를 만들었으니 그의 사후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리가 없었다.

 

지금 북한에서는 연개소문 시대와 같은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60년 이상 철의 장막에서 철권통치를 해 온 김 부자(金 父子)가 이제 3대 세습에 들어갔다. 김정일의 3남 김정은이 후계자로 세워져 우상화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해외에 망명중인 장남 김정남이 3대 세습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겉으로는 애써 평온한 척, 적극 협조를 피력한 것 같지만, 김정일 측근들을 둘러싼 고도의 긴장으로 인해 광풍을 동반한 비구름이 몰려 올 것만 같다. 연개소문 아들들의 내분을 안타까워한 김정일 논문과 그로부터 50년 후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일종의 재판(再版)인가? 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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