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소개를 하자면 그냥 나이만 조금 먹은 찌질이입니다.
제가 저 자신을 찌질이라고 하는 이유는 제가 자유의 나라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너무나 몰랐던 게 많았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들이 제 자신과 정말, 정말로 많이 연관되어 있고 저 또한 피해자였으면서도
정작 알려고 하지도 않았고 몰라도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부끄럽고 창피한 일인지를 알기에 저 스스로를 찌질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찌질하다는 단어의 의미와 얼마나 부합되는 지는 모릅니다만 지금 전 제 자신을 그렇게 부르고 싶을 따름입니다)
전 조금 전에 섹시코만도 님의 '당신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꼭 읽어주시길 바랍니다'라는 글을 읽고
제가 알았던 대한민국이 제 생각보다 너무나,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너무나 슬펐습니다.
저는 지금 열 평 남짓한 조그마한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닫힌 공간이지요.
아침에 출근하면 늘 중앙일보가 놓여져 있지요.
오늘도 티비에서 G20을 홍보하는 광고와 대통령님의 연설을 보면서 그저 무식한 식당주인인 저는
우리나라가 정말 대단한가 보다, G20을 되게 세계적인 회의같은 건가 보다라고 생각하며
잠시나마 내 나라에 대한 자랑스러움을 가졌고
집회를 자제하는 신문과 방송을 보면서
다른 나라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면 안되겠지 생각하면서
오히려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였고
스마트 폰이 판을 치는 인터넷 시대에
이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아직 기계값 7000원 씩 나오는 김태희의 쿠키폰을 만지작거리면서
나중에 공짜폰이 나오지 않으려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를 위안하는
그런 무식한 식당 주인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저 '애인'하나 만들 시간도 없는 작고 초라한 식당주인보다도
그 놈의 대기업에 한 번 들어가서 나도 한 번 번듯한 양복 입고 출근해서
그 놈의 미팅이나 소개팅도 좀 나가서 나 대기업 다닌다고 자랑 한 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러고 싶어서 하루에 열두 세시간씩 일하고 하루에 대여섯 시간 자면서도
계속 자격증 따기 위해 노력하면 언젠가 막연하게 대기업 가고 싶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돈 많이 준다던 삼성 한 번 가 보고 싶었습니다.
삼성 갔다는 친구의 친구가,
예전에는 미팅 나가면 깍두기 취급 받았다던 얼굴 모르는 친구가
지금은 여자분들이 사귀지 못해서 안달 낸다는 그 친구가
너무나도 부러웠습니다.
손에선 음식 비린내가 가실 날이 없고 청바지에 김치 국물이 흥건해도 물로 대충 훔쳐야 하고
스트레스에 담패 쩐내가 진동을 하고 밤이면 내일에 대한 걱정으로 두 세시간을 설쳐야 하는
제 모습이 싫었습니다.
그래서 그 모든 걸 바꾸고 싶었습니다.
항상 제게
자격증 몇 개만 더 따면 대기업 가서 그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친구처럼 될 수 있을 꺼라고 위로했습니다.
그런데 섹시코만도 님의 글이 제 마지막 희망을 깨부서버렸습니다.
내 자랑스러웠던 대한민국, 내가 좋아하는 대기업에 대한 막연한 동경 같은 것을 철저히 깨버렸습니다.
나는 처음에 놀랐고 그리고 분노했으며 이내 허탈해 했습니다.
난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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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은 두서가 없습니다.
첫째는 글재주가 없기 때문이고
둘째는 지금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 막장으로 달려가는 대한민국에 대해 더 자세히 알기도 두려운데
난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요.
내가 원하는 것은 그저 잘나가는 직장이랑 예쁜 여자친구, 그게 다였는데
그저 그게 다인 평범한 20대 청년에 불과했는데
왜 내가 이렇게 밤잠 못 이루고 이 나라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우리 대한민국은 잘못 되어가고 있었던 건가요?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옳은 걸까요?
부지불식간에 빨간약을 삼켜버린 나는 이제 무엇을 해야
나 자신도 만족하고 이 나라에도 옳은 선택을 하는 걸까요?
여러분은 지금 어떻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