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독서한 책 중 인용 (1)

NEOKIDS 작성일 11.03.29 19: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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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관계학 : 송형석 : 청림출판사 : 2010 중 215P~218P

 

전혀 모르는 사람의 파편을 가지고 생각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바로 인터넷을 통한 인간관계가 그렇다. 최근 10년간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우리는 나이나 성별 등을 모른 채 인터넷에서 어떤 사람과 짤막한 대화를 하기도 한다. 이 때 최소한의 정보로 상대의 나머지를 상상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상대에게 덧씌우는 '전이현상'을 일으키는 것이 자연스럽다. 바로 이러한 착각이 인터넷에서의 심리문제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것이다.

 

익명이란 불리한 점이 있는 사람에게는 유리하고, 상대와 적극적으로 관계를 갖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는 불리하다. 평소 대인관계가 좋지 않은 사람이 메신저로 대화하는 것을 편하게 생각하며, 매우 활동적이고 공격적으로 댓글을 다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들은 대개 이런 메시지로만 대화하는 것을 편하다고 한다. 사람은 서로 대면한 상태에서는 표정, 몸가짐, 타인의 신체정보를 받아들이고 자신과 비교해가며 분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의 경우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상황에 부담을 느끼며, 복잡한 생각이 힘든 사람은 타인의 표정이나 몸짓 정보를 해석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그런데 메시지나 메신저를 이용하여 대화할 때는 자신에게 가장 편한 사람의 태도와 표정을 가상으로 상상하면 그만이다. 타자속도가 빠르고 관심을 유발시킬 주제만 있다면, 이 세계에서는 강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인간적인 깊이가 있거나, 논리가 강한 사람은 인터넷에서 전혀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인터넷 세계에서는 순발력과 자극이 가장 큰 미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차차 인터넷에 대한 호기심이 잦아들 것이다.

 

한편 인터넷에서는 무난한 대화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내 의견이 반박을 받거나 전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그것이 자신의 이해부족 탓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막장인간'을 상상한다. 상대를 불쌍한 젊은이라고 생각하며 싸우지만 실제론 60대 아주머니일 수도 있고, 내가 애정을 갖고 쓴 글을 보며 상대는 나를 극악무도하고 거만한 인간이라 여길 수도 있다. 그런데도 무작정 자기가 아는 사람들 목록의 누군가로 상대를 상정해 버리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유유상종이라 그런지 자기 주변사람 의견은 항상 비슷비슷한 편이다. 다르다면 애초 주변에 있지도 않았다. 인터넷은 상반된 의견이 직접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니 황당하다, 뭐 이런 생각을 하나, 어려서 그런가? 나이 먹어 때가 타서 그런가? 같은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이때 단순한 사람은 상대를 태생 자체가 변화 불가능한 놈들 (꼴통, 빨개이, 먹통 등의 용어로 지칭됨)로 상상하기 시작한다.

 

타인을 이해하려 하기보다 적으로 설정하고 죽어라 싸우는 것이 머리를 쓰지 않아 편하다. 자기 내부의 모든 악한 속성을 다른 인간에게 부여하면 죄책감도 사라진다. 자신에게 가장 미운 사람을 용서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듯, 인간이 타인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은 세상이 좀 더 진보해야만 가능한 일인 듯 싶다.

 

앞서 말한 불화를 야기하는 인간 타입이 정말 문제다. 자신과 의견이 다르면 적으로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보니 화해할 일도 다퉈서 해결한다. 정작 자신은 진실을 위해 싸우고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그랬다고 하겠지만 말이다. 예수도 이 세상에 불화를 가져오려 했다고 하셨고 나 또한 기존 질서의 파괴를 긍정적으로 보는 면이 있으니, 뭐 그렇게 까다롭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항상 자신의 기준에 얼마나 융통성이 있는지 체크하며 살기를 권고할 뿐이다.

 

북한을 적으로 놓든, 기득권 세력을 적으로 놓든, 진보집단을 적으로 놓든, 상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이들은 정신적으로 미성숙하다. 성숙이란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이자 그들의 경험에 대한 동감의 다른 표현이다. 앞으로는 반대되는 두 가지 입장이 형성되는 과정을 서로에게 이해시키는 데 몰두해야 할 것이다.

 

 

 

요즘은 사람에 관련된 일을 시작하면서,

사람과 관련된 책들을 많이 보고 있네요.

설득과 관련된 내용이나, 심리학과 관련된 내용들 많이 보는 중입니다.

물론 소설자료와 관련된 서적들도 읽고 있는 중....ㅋㅋㅋ

나름 읽어보실 만한 부분이라 생각되어서 인용해봤습니다.

 

사족으로, 이 책의 244p 말미가 백미입니다.

'선빵을 날리고 도망가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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