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장관급에 해당하는 3명의 고위급 인사를 처형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을 보니 김정은에게로의 세습을 위해 숙청이 본격화 된 것 같습니다.
북한은 김일성이 권력을 장악할 때는 물론이고 김정일로의 권력 승계
과정에서도 흔히 말하는 ‘숙청바람’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갔었습니다.
김정일은 1974년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정치위원으로 선출돼 후계자로
결정된 뒤 권력 장악과정에서 김일성과 빨치산 활동을 함께했던
혁명 1세대 일부와 체제 불만세력은 물론 일부 친인척까지 숙청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그 대표적인 희생자가 김일성의 동생인 김영주와 김일성의 빨치산 동료였던
최용건입니다. 김정일과의 후계경쟁에서 밀려난 이복동생 김평일과 측근들도
권력의 무대에서 사라졌습니다. 김평일의 어머니인 김성애 역시 1974년
축출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김정일의 셋째아들 김정은이 인민군 대장 칭호를 받은데 이어
노동당 군사위 부위원장으로 등장해 3대세습체계가 공식화되었을 때부터
북한 권력집단 내에서의 숙청바람이 불가피하다고 봤던 것입니다.
이번에 확인된 김용삼 철도상의 경우 지난해 6월 용천역 폭발사건의
책임을 지고 처형되었지만 이는 권력 승계를 위한 쳐내기 작업이었을
가능성이 크고, 이후에 사망한 박남기, 문일봉, 리용철, 리제강, 박정순 등은
후계구도 구축과정에서 단행된 숙청이었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특히 리제강 노동당 조직지도부제1부부장이었던 리제강이 길가에 차가 거의 다니지 않아
술을 먹고 운전해도 사고가 나지 않는다는 평양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더군다나 김정은의 경우는 김정일이 수십년간 권력승계과정을 밟아왔던데
반해 짧은 기간에 권력승계를 마쳐야 하는 만큼 반대세력을 제거하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반대파 숙청작업은 금년들어
본격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월 북한 보위사령부가 옛 소련의 프룬제
군사학교 출신 장교들을 체포해 조사하는 일이 잦아졌다는 보도가 나온 것도 이 때문입니다.
결국 김정은은 제 아비의 세습과정을 그대로 밟으며, 아비에게 배운대로
숙청을 통해 걸림돌이 될만한 세력의 뿌리를 뽑아내고 있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