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왜관의 미군기지에 고엽제가 매몰되었다는 한 예비역 주한미군의 발언으로 전국이 고엽제 파문에 휩싸이고 있다.
고엽제가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독성물질인 만큼 이로 인해 우리 국민들에게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볼 때 그 진상은 분명히 가려져야 하고, 고엽제가 실제로 매몰되어 있다면 하루 속히 제거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이를 이용해 사회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주한미군의 철수를 주장하는 일 등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당시 고엽제가 어떤 경로를 통해 국내에 반입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그 고엽제를 우리 군이 필요로 했다는 점이다.
고엽제가 들어왔던 1970년대 초는 지금처럼 비무장지대가 철책으로 되어있지 않았다. 일부는 목책으로 되어 있었고 또 일부는 팻말만이 덩그러니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당시 북한군이 야간에 아군지역을 습격하는 일이 잦았고, 공비들의 침투로 용도로 이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비무장지대는 울창한 숲으로 형성되어 있어 적을 식별하기 쉽지 않았고 이 때문에 아군의 피해도 컸다.
고엽제가 도입된 것은 바로 전방 지역의 시야를 확보하기 위한 고육책의 하나였다. 그리고 당시만 해도 고엽제는 단순한 제초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고 또 그 폐해를 잘 알지도 못했다.
그런데도 미군이 독극물인 고엽제를 의도적으로 가져와 매몰 처리한 것처럼 매도하고 그 책임을 고스란히 미군에만 묻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다만 지금 우리 정부가 할 일은 주한미군과의 공조를 통해 고엽제의 매몰실상을 파악하고 이를 신속히 처리해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