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김정일 운구차를 호위했던 8인 중에 ‘김기남’이 포함됐다. 그가 ‘당과 군’의 양대 축에 포함된 것은 선전선동이 북한 체제유지의 버팀목임을 상징적으로 대변한다. 북한의 선전선동은 체제유지나 주민통제용에 머물지 않는다. 한국사회를 겨냥한 선전선동으로 연계돼 종북세력과 통일전선을 구축하면서 사이버 공간을 핵심적 활동무대로 악용한다.
사이버 공간은 지상·해상·공중·우주에 이은 ‘제5의 전장’인 동시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는 ‘현재 진행형’ 전쟁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우리 국민의 80% 이상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스마트폰 보급률이 2000만 대를 넘어서면서 사이버 생활화와 의존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그동안 디도스 공격·농협전산망 해킹·GPS교란 등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사이버 테러, 기밀유출 및 정보통신망 교란·마비·파괴 행위에 대한 경각심은 향상됐다. 이에 따라 국가 차원에서 정보보호와 네트워크 방호와 관련된 다각적 대책이 마련됐다. 그러나 사이버 선전선동 분야에 대한 대처는 ‘표현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 보장 논리와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트위터를 통해 130건의 ‘우리민족끼리’ 게시물을 리트윗(재전송)하고 이적 표현물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로 구속 기소된 사건도 논란이 되는 시대가 됐다. 사이버 선전선동은 고도의 전문 인력이나 기술력도 필요 없이 악의적 댓글이나 자유게시판·SNS 등을 통해 손쉽게 이뤄진다. 북한이 해외 서버에 구축해 놓은 우리민족끼리·구국전선·조선중앙통신 등 120여 개에 달하는 인터넷사이트는 선전선동 논리와 자료를 제공한다. 종북세력들이 그러한 사이트에 게재된 선전선동 자료를 국내 네티즌에게 퍼 나르면서 단순한 호기심이나 장난인 것처럼 위장한다.
세계 각국은 국가안보적 차원에서 날로 진화하는 사이버전 위협에 대처하고 있다. 자국의 실정에 맞도록 기본전략을 수립하고, 법적·제도적 뒷받침과 더불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대응기술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우리 군도 2010년 1월 국방부 직할부대로 사이버사령부를 창설하는 등 사이버위협 관련 대응조치를 강화해 나가는 중이다.
21세기는 사이버 공간의 취약 요인을 간파해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국가안보를 굳건히 하기 어려운 시대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국가의 핵심기반 네트워크에 대한 사이버 해킹이나 공격은 전쟁행위로 간주해 자위권 차원의 무력 대응까지 정당화하는 추세다. 예컨대 악성코드인 스턱스넷(Stuxnet)을 이용해 국가의 송전 기반설비를 마비시킨다면 사실상 선전포고나 다름없기 때문에 무력 대응을 정당화하는 요건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이버 공간을 이용한 심리전이나 선전선동 분야의 파급력은 과소평가되거나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체계적 대처가 어려운 특성이 존재한다. 국가의 공권력을 무력화시키고 교묘히 국민의 안보의식을 저해하는 활동이 난무함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내세워 여론몰이를 한다.
사이버 공간은 무한대의 자유를 보장하는 해방구가 아니다. 위법행위는 엄정한 대처가 필요하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직면한 이른바 ‘진화된 사이버위협(Advanced Persistent Threat)’은 전문기술에서 비롯되는 것보다 국민의 의식·태도·행동에 집단적 파급력을 몰고 올 때 더 위협적이다. 올해처럼 정치 시즌에는 북한의 대남 사이버 선전선동을 통해 남남 갈등을 부추기는 등 해악이 심화되지만 정치적 오해소지 때문에 국가 공권력 발휘가 더욱 제한된다.
우리나라는 아직 사이버 안보를 위한 기본법도 마련되지 않는 등 법적 근거가 취약한 상태다. 그나마 국가보안법이 법적 보루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기존의 컴퓨터 네트워크 보안 및 방호 위주의 기술적 접근방식과 병행해 사이버 선전선동에 대한 안보차원의 대처가 긴요한 시점이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선전선동은 ‘명백하고 현존하는(clear and present)’ 안보 도전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되 객관적 사실에 입각한 애국활동이 북한의 교묘한 선전선동 책동을 압도해야 한다. 국가안보를 위한 전략커뮤니케이션은 우리 국민의 생활 영역인 사이버 공간을 굳건히 지키는 데서 출발한다.
“北 교묘한 사이버 선전선동 자위권 차원 대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