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에 투표 종료되자마자 방송3사 공동으로 조사한 출구조사가 발표되었었죠. 그때만 하더라도 민주당이 최소 128석에서 최대 150석까지 얻는다는 결과였습니다. 그런데 현재 민주당은 110석 얻기도 힘들어보입니다.
출구조사의 오차가 최소 18석에서 40석이상이나 되는데, 이 부분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우선 이 오차 자체가, 근래의 선거와는 정 반대방향으로 흐르는, '역오차 현상'이 일어났다는 겁니다.
출구조사의 오차는 지난 박원순 서울시장선거와 지자체 보궐선거, 그리고 한명숙-오세훈간의 선거에서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에는 분명 한나라당이 더 유리한 것처럼 나왔다가 실제 개표시에는 5~10%라는 큰 차이로 민주당 쪽의 득표가 많아지곤 했습니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과거부터 있어왔는데, 설문에 응할때에 자신의 솔직한 심경을 잘 얘기하지 않고 주변의 눈치를 보는 한국민의 특성이 반영되는 현상중의 하나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야당에 표를 준 사람이더라도, 출구조사에 응할때에 '정부를 반대하는 사람'으로 주변에 보여질까봐 자신의 '야당성향'을 감추려는 행동에 의해 저런 오차가 생긴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현상은 지난 박원순 시장 선거때에까지 이어졌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번에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와서, 출구조사에서는 민주통합당을 지지하는 것 처럼 대답해놓고 실제로는 새누리당에 투표한 사람이 5%가까이 됩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기존의 해석으로는 민주통합당은 야당이기 때문에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제 생각은 지금 사회 분위기가 현 정부에 대해 찬성한다는 의견을 표시하는 것이 오히려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즉 주변 분위기 상으로는 '나는 새누리당을 지지할 거야'라고 말을 꺼내기 힘든 상황인데,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그 당을 찍고 싶은 사람들의 열망이 출구조사의 오류에서 드러났다는 것이죠.
이것을 뒷받침 하는 것이 바로 부산에서의 결과 입니다. 출구조사와 실제 결과의 차이가 부산에서 가장 큰데, 낙동강벨트라고 불렸던 지역에서 출구조사 당시에 사전 여론조사와 다르게 상당히 팽팽한 접전을 보였습니다. 문성근의 경우가 대표적인데 출구조사때에는 거의 비슷한 득표율이었다가, 결과적으로는 8%차이로 새누리당의 후보가 승리하였습니다.
즉 8%의 사람이 실제로는 새누리당에 투표하였지만 주변에는 민주통합당에 투표한 것처럼 보이길 원했다는 거죠.
저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나름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봅니다.
그것은 견고한 경상도의 지역 패권주의가 확실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부산에 사는 상당수의 시민들이, 새누리당이 아무리 잘못 하더라도 무조건 표를 주는 것에 대해 '떳떳하게 생각하지 못하기 시작했다'라는 사실을 반증한다는 것이죠.
사실 과거 92년 선거때 부산의 초원복집 사건, 즉 부산 내에서 관건 선거의 명백한 증거가 나와서 온 나라가 들썩 거렸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로 인해 보수표가 더 결집하여 한나라당을 당선 시켰던 그 사건은 경상도의 지역 주의가 얼마나 무서웠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출구조사의 오류로 인해, 부산시민들도 한나라당의 실정에 대해서는 분명히 잘못되었다는 인식을 하고 있음을 알수 있고, 그것은 이후에 올 대선을 비롯한 선거에서 점차 지역주의의 힘이 약해질 것이라는 희망적인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당장 투표는 새누리당에 몰아준 것이 사실입니다만, 모든 변화는 사실을 직시하고 인식하는데에서 시작한다는 점에서 볼때 분명 희망적인 사건이라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