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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경선' 통합진보당, 문도리코식 5년전 민노당 '복사판'
'평행이론'이 실감날 정도로 똑같다. 어찌보면 더 심한 듯도 하다. 2007년 대선을 전후한 민주노동당 분당국면과 현재 통합진보당 이야기다.
언론사 상대 '실력행사'도 5년 전과 닮은 꼴
민노당의 2007년 대선은 지리멸렬하기 짝이 없었다. 이명박의 독주 속에 정동영은 'BBK'만 물고 늘어졌고 문국현이 경제민주화를 트레이드마크로 내세울 때 민노당은 '코리아연방공화국'을 국가 비전이라고 들고 나왔다. 그때나 지금이나 '경기동부'의 좌장으로 불리는 이용대 당시 정책위의장의 작품이었다.
이에 대해 '진보언론'들의 비판이 쏟아지자 자주파는 '정면돌파'를 감행했다. 당시 선대위 내 자주파 고위관계자들은 <한겨레>, <경향신문>, <프레시안>을 항의 방문키로 했다. 첫 방문지인 <한겨레>에서 사단이 났다. "기사에 팩트가 틀린 게 뭐가 있냐. 논조는 편집국의 고유권한"이라고 항변하는 김종구 당시 <한겨레> 편집국장에게 한 자주파 인사는 "너 몇 살 먹었냐"고 고래고래 고함쳤다.
민노당은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해 당 홈페이지에 올렸다가 빈축을 샀다. 당시 한 자주파 인사는 기자를 향해서도 "며칠 있다가 <프레시안>에 갈테니 기다리라"고 '예고'했지만 권영길 후보 등의 반대로 결국 성사되진 못했다.
2012년 3월 총선 국면에서 <프레시안>이 통합진보당 당권파(자주파)계열의 윤원석 성남중원 전 후보 성추행 전력과 청년비례 경선 과정의 온라인 투표 부정 의혹을 최초 보도했을 때도 똑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통합진보당은 부정 의혹을 최초 보도를 한 기자의 실명을 거론하며 맹비난한 보도자료를 국회에 살포했고, 당 청년위원회는 <프레시안> 사옥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총선 이후엔 윤원석 전 후보가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고소했다.
5년 전 모습 그대로다.
'반격'과 '거래제안'도 5년 전과 닮은 꼴
'사고'이후의 모습도 지금까진 과거를 답습하고 있다. 2007년 대선 패배 이후 민노당은 자주파-평등파 합의로 심상정 비대위를 출범시켰다.
납작 엎드려있는가 했던 자주파는 당원 정보를 북한에 넘긴 일심회 관련자들을 제명해야 한다는 비대위측 안에 일제히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대선에서도 진 것이 아니다. 반북주의자들과 당을 함께 못한다"는 반격까지 나왔다. 이정희 대표가 지난 18대 총선에 비례대표로 영입된 직후 의원실 수석보좌관이 된 신석진 대표비서실장이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일 위험한 건 동지로 위장해 세작(간첩)질을 일삼는 일군의 세력"이라며 비당권파 측을 맹공하고 나선 것도 정확히 닮은 꼴이다. 통합진보당 홈페이지에선 당권파 성향 당원들이 자주파 성향의 민주노동자전국회의 출신인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을 향해서도 화살을 날리고 있다.
5년 전 국면에서 "우리가 총선 비례대표까지도 포기할테니 다른 건 넘어가주면 안되겠냐"고 자주파 일각이 심상정 비대위 측에 정치적 거래를 제안한 것과, 최근 유시민 공동대표 측에 "이정희만 물러나고 비례대표는 자리 지키면 안 되냐"는 제안이 들어간 것도 너무나 흡사하다.
'쇄신' 안면몰수하고 '연대'에 전력투구한 '성과'
하지만 '안면몰수'는 그 때 부터였다. 비대위의 혁신안은 오간데 없었고 '신장개업 간판'이나 다름없었던 이수호 비대위원장 등 외부 영입 인사들은 철저히 배제됐다. 권영길 의원 같은 상징적 인물도 겉돌기 시작했다. 강기갑 전 대표 쪽에서조차 "대표가 힘이 없다. 사무총장한테 치인다"는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이정희 의원이 당대표가 됐다.
분당 직후에는 그래도 전국적 자주파 연합체 성격이었던 이 당은 경기동부 단일대오 식으로 변모했다. 울산, 인천, 경남 등의 자주파가 지역 돌파에 여념이 없을 때 경기동부는 광주전남과 손을 잡고 중앙을 휘어잡았다. '이정희식 진정성'과 '당권파 단일대오'라는 두 가지 무기를 갖춘 민노당은 주로 '야권 연대'에서 쏠쏠한 성과를 거뒀다. 예전 자주파는 온라인 공간에선 약했는데 그 약점도 극복하는 모습을 보이며. 민주당을 압박하는 한편 국민참여당에 공을 들였다. <민중의소리> 주관으로 이정희-유시민 두 사람이 책도 쓰고 북콘서트도 했다.
진보신당에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노회찬-심상정도 민노당 주도의 그림에 합류했다. 통합진보당이 출범할 때 "옛날 그림이 그대로 나오지 않겠냐"고 지적하자 진보신당 출신, 국민참여당 출신들 인사들이 "아니다. 진짜 달라졌더라. 저 사람들도 그 간 배우고 깨달은 게 많더다라"고 앞장서 손사래를 쳤었다. 참여당 출신 고위급 인사에게 "편견을 갖지 마라"는 충고도 들었다. 그런데 이 인사는 며칠 전 "심하다 심하다 해도 이럴 줄은 누가 알았겠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또 이렇게 됐다. 게다가 한 번 더 도돌이표 노래를 부를 기미까지 보인다.
(나 따라하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