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결국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의 합당이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합의로 공동 발표되었다.
신당 창당이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를 떠나서
역시 안철수는 아무래도 정치 신인이라는 점과 진짜 대통령되고 싶어하는구나
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김한길 김한길 말이 많지만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도 느꼈다.
무엇보다 합당 발표하면서 머뭇거리거나 눈시울을 붉히는 장면이 연출되었다는 점에서
"이런 노련한 여우"라는 생각 역시 지울 수 없었다.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 지분을 약속 받았을 것이고, 합당 신당 내에서 지위도 보장받았을 것이지만
이건 명백히 안철수의 패배고 백기 투항이다.
사실 안철수가 정말 민주당을 잡아 먹을 생각이 있었다면
출혈이 있더라도 현재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텃밭을 잠식하고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민주당을 흡수통합하는 방식을 취했어야 한다.
이는 과거에 열린우리당과 새천년민주당의 대결에서 열린우리당이 사용했던 방식이다.
물론 당시 열린우리당은 여당이었기 때문에 그 때와 동일한 방식을 안철수가 선택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대통령이라는 목표가 있고 이를 관철하는 방법이 민주당을 손에 넣는 것이었다면
최소한 민주당 사람들에게 패배할 기회라도 주었어야 한다.
아무리 안철수 본인의 인기가 하늘을 치솟는다고 하더라도
지금 민주당은 130석이나 되는 제1야당이며,
지자체에서도 적지 않은 지역을 점령하고 있는 정당이다.
더구나 아직 부정대선의 논란도 식지 않았고, 그 때 당사자인 문재인 후보도
여전히 대통령에 대한 의지를 저버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굴러온 돌에게 자신들의 기득권을 쉽게 내어 줄까?
안철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이제 안철수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통합 신당의 당권을 두고 승리해야 하고(제1전투)
지방 선거라는 제2전투 역시 승리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만만치 않은 대선후보인 문재인 역시 제압해야 한다. (제3전투)
지금 아무리 적게 봐도 눈에 보이는 큰 전투만 3개, 당장 올해 승리해야 하는 전투가 2개다.
더구나 단순히 통합신당 일원으로 전투를 벌여야 하는 입장도 아니다.
대형 정치 신인 입장에서 전선 지휘관이 아니면 의미도 없는 전투이다.
내가 안철수 입장이거나 안철수 진형의 모사였다면
일단 이번 지방 선거가 망하더라도 그래서 욕을 먹더라도
민주당에게 더 이상 일어설 수 없을 정도의 타격을 주었어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민주당 측에 지난 대선 때 참고 물러났지만 너희들 정말 내 말 안 들으면
다음 국회의원 선거 역시 공멸이라는 메세지를 주어야 했다.
하지만 이건 전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투항하는 꼴이니
민주당으로서는 급한 불을 별 어려움없이 진압했을 뿐만 아니라
민주당 측에 결국 어쩔 수 없는 정치 신인 안철수라는 인상만 주게 되었다.
이제 안철수에게 남은 카드는 차기 대선이 아니라
현재의 이미지를 계속 이어 가면서 민주당 내에서 세력을 얻어
차차기 대선을 노리는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