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관심사병을 무슨 특별한 사회성 결여자, 정신질환자,
미치광이, 예비살인자 같은 시점으로 접근하는게 관심사병을
다루는데 장벽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군대에서 관심사병으로 분류하는 애들 중 정말 사회성 결여자나
개념이 이상한 종류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 중 태반이 사회생활에서는
그냥 아무 문제없이 사는 일반인들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수줍음이 많다거나, 내성적이라든가, 상명하복식 인간관계에
적응하기 힘들다거나 하는 특질들이 군대라는 집단의 특성과 충돌하는
경우라고 봅니다.
(군대라는 집단에 제일 적응 잘하는 종류가 체대, 운동부 출신들 아니면
조폭 출신들이라는 말도 있는 걸 보면..... 군대에서의 적응을 일반 사회성과
직결시켜 보는 시점이 문제. 조폭은 과연 사회생활을 잘하는 것인가? ㅋㅋ)
저 또한 군생활 하던 시절 돌이켜보면
스스로도 군대에 적응하기 힘들어했고, 너무 힘들었지만
(특히 윗사람 눈치보면서 알아서 박박 기어야 하는 그 분위기....
하루종일 남들의 감시와 평가속에 살아야 하고, 개인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군대생활.........)
최소한 관심사병이란 딱지는 받기가 싫어서 모든 걸 감내하고
힘든척 하지말고 엇나가지 말고 견디자고 스스로를 채찍질 했거든요.
당시에도 무슨 상담사 같은 사람들 파견해서 이등병, 일병과 대화하는
자리 만들어주고 뭐 그런 행사를 부대에서도 많이 했었는데,
저 스스로도 느꼈던게, 그런 자리에서 조차도 힘든 모습이나
못견뎌하는 모습을 고백하면 모든 부대원들이 저를 관심사병이나
사회성 결여자, 뭔가 이상한 놈(찐따)으로 여길까봐, 그게 너무
싫어서, 당시 적극적으로 상담을 해주려 하던 그 상담사 선생님에게
아무 문제도 없고 힘든것도 없는 척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내부에 가진 문제점을 집단에 노출하고
고백하고 수정하려 하는 병사가..... 그렇게 서로의 문제점을
정직하게 주고받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을까.........
이 군대라는 집단에서 적응 못하는 놈, 사회성 결여된 놈,
뭔가 이상한 놈, 피해야 될 놈, 사고칠 놈, 김일병 후보...........
관심사병에 대해 우리가 일반적으로 정의내리고
결론지어 버리는 개념이 대략 이 정도인데,
관심사병으로 지정된 병사들은 자신들이 보호받거나
군대라는 곳이 자신을 배려하고 지켜주고 있다고
생각할까요, 아니면 외딴섬처럼 버려지고 박해받는다고
생각할까요.......... 관심사병들 스스로도 관심사병이란
단어가 죄인의 낙인처럼 느껴지고, 언젠가 잘못을 저지를
예비 미.친놈의 표식처럼 느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스스로의 문제를 더욱 구렁텅이에 빠지게 만들고
남들을 그 문제에 접근하지 못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만든다고 봅니다.
나중에 제가 고참이 되고 나서도....... 이렇게 자신이 가진 특질과
군대 집단의 특질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는 것 같은 삘이 느껴지는 후임들에게,
질책과 낙인보다는, 우리 모두가 일반적으로 겪는 문제고 전혀 이상할 게
없는 것이니, 스스로 자괴감에 빠지거나 자신을 집단에 분리된 존재라
여기지 말라고 조언했었습니다.
나를 비롯한 내무실 고참들도 널 낙인찍거나
비정상이라 여기지 않는다...... 그냥 좀 서투르고 적응이
덜 된 놈이라 여길 뿐이지...... 그러니 너도 너 스스로를
낙인찍고 숨기려하지 말라고.....
(아휴 다시 돌아보니 손발 오글오글 ㅋㅋ)
탈영 사건을 보면서 문득 제 군생활 당시의 심정들이
조금씩 생각나서 찝찝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