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언급해두는데 이번 통진당해산청구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우리나라 국민의 성숙도와 비교하면 통진당이 심각한 위협 요소가 될거라
생각하지 않으며 개인적으로 폭력적 적화 또는 투쟁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면 공산당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기도 하다.
여러 사태 등등으로 통진당의 당세가 기우는 상태로 보였기 때문이고
법리적 해석으로 일개 정당을 해산하느냐 마느냐 논쟁은 얻는 것 보다 잃는 게 더 많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니 이번 헌재의 결정을 왈가왈부 하는 것이 의미없는 일일 수도 있다.
다만 현실 상황에 따라 의견이 있고 지나간 일보다 당장 지금이 문제라서
(중요한 게 아니라서 조목조목 길게 쓰는 건 생략)
여하튼 해산청구는 헌재로 넘어 왔고 헌재는 어떻게든 결정을 해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아주 우호적으로 생각해줘서 헌재는 이미 흘러내린 물이라면 여기서 그 기준을 제시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겠나 싶다.
그런 의미에서 나름 해당 재판관들의 고심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예상 밖의 8:1의 압도적인 결과라 당황스럽긴 하지만)
(해산청구인용결정에는 많은 의견들이 있으니 그 부분은 더 얘기하지 않고)
해산청구 기각이 결정되었다 가정하고 다른 의미로 본다면
앞으로 반민주적(?) 단체의 강령과 기본정책을 유사하게 사용하는 정당이 나타났을 때
위법성의 기준을 법리적 해석으로 보느냐 증거 위주 (증거위주라 함은 필연적으로 어떤
위해(危害)가 있어야 하며 상처를 입어야 한다.)로 보느냐를 제시한 것이라고 본다.
그런 면에서 통진당이 희생양으로 보여질 수도 있으나
기각되었을 경우, 이 기준은 다른 반민주적 속성을 가진 유사단체의 출현에 유리하게
작용될 것이라는 건 배제할 수 없으며 헌재로서 체제의 위협은 일반 형사사건과 다르게
판단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되돌릴 수 없지만 처음부터 해산청구를 한 현 정부가 잘못한거다.)
만약 해산청구가 기각되었다면 통진당에게 면죄부(?)를 발급해주는 것이다.
기각되었다면 통진당은 과연 대한민국의 선진적인 민주주의를 찬양하고
민주주의의 승리를 외칠 것인가? 아니면 이 사건을 통해 공격하는 또 다른 무기로 사용할 것인가?
어차피 가부와 상관없이 통진당의 노선은 정해져 있었다.
또한 논리적으로도 통진당은 졌다.
‘일부 당원의 일탈적 행위가 모든 구성원의 이념이 아니기 때문에 정당해산은 기각되어야 한다’
라고 하지만 그 일부 당원의 일탈을 꾸짖지도 배척하지도 않았으며
‘그 일부를’ 지키기 위해 비민주적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였다면
이미 그들이 말하는 최선의 민주주의를 스스로 버린 것이며 민주주의 우산 아래서
보호받기를 포기했다고 생각한다.
지금 통진당에 수십년간 독재와 싸우며 민주 민중 대오의 앞자리에서
합리적 좌파(진보)의 길을 걸었던 사람들은 다 어디 갔는가?
지금 당의 앞자리에 누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
(통진당을 과하게 비판한 적은 없지만) 이미 현 체제에서 되돌리기 힘든 결정이 내려졌다.
통진당은 진보의 상징이 아니며 순교자도 아니다. 통진당이 해산되었을 뿐 진보가 죽은 것도 아니다.
통진당이 해산되었다고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것도 아니며
현 통진당의 합리적 진보 구성원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후퇴했다고 주장하는 그 민주주의는
더 멀리 뛰게 될 것이다.
투쟁만의 시대는 끝났다.
진정 민주주의를 원한다면 독재라 주장하는 정부의 우산아래 숨어 단물 못 빨게 된 것을 억울해 하지 말고
뼈를 깍아내고 합리적 진보인사를 앞세운 새로운 진보 정당으로 거듭나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