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선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

JHS 작성일 15.04.30 21: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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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재보선이 야권의 참패로 끝났습니다. 물론 국회의원 선거구 네 곳의 재보궐 선거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할 수도 있겠지만 제 나름대로의 평가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야권의 패배 후에 항상 원인(이라 쓰고 변명이라 읽는...)으로 지목되는 낮은 투표율에 대해 반증을 제시해 보자면 MB 정권기에 2009년 10월 28일 치러진 다섯 곳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은 3석을 얻어 승리했습니다. 당시 한나라당은 경남 양산의 박희태, 강원 강릉의 권성동 두 후보가 승리하였는데 두 곳 모두 전통적인 보수 우세지역이였습니다. 반면, 민주당 세 석은 경기 수원의 이찬열, 안산의 김영환, 충북 중평의 정범구의 승리로 이중 안산을 제외한 두 곳 또한 전통적으로 보수가 강한 곳이었고 이곳이 표심의 향배를 보여주는 중부권에 속한 곳이라 전체적으로 진보진영의 압승으로 평가됐습니다. 또한 2011년 성남 분당에서 손학규의 승리도 재보궐 선거를 통해 이루어진 겁니다. 이처럼 MB 정부에서 치뤄진 재보궐 선거에서 진보진영이 거둔 성과를 보면 재보궐 선거의 낮은 투표율이 4.29 참패의 직접적 원인이 될 수 없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럼 무엇이 원인일까요? 두 정부의 보수적 성격에는 변함이 없고 박근혜 정부가 딱히 MB 정보보다 국정운영을 잘 하고 있는 것도 아닌 거 같은데요. 게다가 세월호 참사와 성완종 리스트는 여권 입장에서 악재 중의 악재...

 

제가 생각하는 원인은 야권이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의 실책이나 삽질에서 비롯되는 반사이익에 기대는 거 말고는 정국을 주도할 주체적이고 긍정적인 어젠다를 던지지 못한다는 겁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서 얘기해 보겠습니다. 2007 대선 패배 이후 제가 가장 높게 평가하는 선거가 2010년 지방선거입니다. 왜냐하면 당시에 김상곤 교육감으루터 촉발된 '무상급식'이란 어젠다가 선거정국을 주도했기 때문이죠. 당시에 이 무상급식이란 어젠다를 축으로 유권자가 거의 반으로 갈렸습니다. 매우 선명한 구도죠. 이런 선거에서는 지더라도 원인 분석을 하기가 쉽고 그에 따른 보완책을 찾기도 쉬운데 특정 어젠다를 통해 유권자의 성향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죠.(국민성 운운하는 이런 뜬구름 잡는 소리 말고요;;) 제가 무상급식을 단순한 교육정책의 하나로 봐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맥락과 닿아 있습니다.(개인적으로 진보진영이 무상급식 이슈에서 밀리면 앞으로 희망이 없다고 생각...) 각설하고...그런데 지금 야권은 그런 게 없습니다. 아니,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습니다. 유권자들이 많이 찬성하든 반대하든 먼저 주도해서 어젠다(떡밥)를 던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요. 따지고 보면 무상급식도 김상곤 교육감이 던졌다고 봐야 맞는 거고 야당이 거기에 편승한 거죠. 

 

그럼 왜 못할까요? 제가 생각하기엔 야권(민주당)이 리스크가 큰 모험을 하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하고 딱히 할 이유도 없기 때문입니다. 상대적으로 정권심판론과 반사이익에 기대는 게 훨씬 안전하고 골치도 덜 아프죠. 이번 재보궐 선거도 정동영과 천정배 변수를 제외하면 2:2라고 얘기하시던데 그 얘기가 맞습니다. 결국 반사이익과 정권심판론으로도 민주당은 반띵은 한다는 얘기니까요. 다음 총선을 예상해 볼까요? 시간은 덧없이 흘러 또다시 아무 대책 없이 총선...아마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더 떨어질테고 이번엔 정권심판론이 통할 거라는 기대와 함께 어영부영 치뤄지는 선거...호남 싹쓸이에 수도권도 좀 먹을테고 충청도도 일부 PK도 일부 비례대표까지 합해서 100석 이상 하겠죠?(아...물론 이기진 못하죠;;) 그렇지만 이정도면 노력이나 감수한 리스크가 없는 거에 비해 남는 장사 아닌가요? 책임질 일도 별로 없는 2등...익숙해 지면 그거 그렇게 나쁜 거 아닙니다.

 

결론은 다 잃을 걸 각오하고 정국을 주도하려고 하지 않는 한 이 고착화된 양당체제를 바꾸기 어렵다는 겁니다. 아마 일본처럼 양당체제이긴 하지만 보수쪽으로 많이 기운 체제가 더 견고해질 수도 있겠지요. 이철희 소장이 한 인터뷰에서 이런 얘길 한 적이 있습니다. 나같으면 결과가 어떻게 되든 교육복지라는 측면에서 '서울대 폐지론'같은 걸 던져서 논쟁을 붙이겠다고...그러면 야권에서도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테고 정신나갔다는 사람도 있을테도 암튼 시끄럽겠죠? 시끄러우면 언론에서 안 다룰 수도 없습니다.(은근히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논조로 다룰 수는 있어도 아예 무상급식 자체를 안 다룰 수는 없는 것처럼...) 이러면 절반은 성공한 겁니다. 성공과 실패는 그 다음 문제구요! 

 

그럼 이만 두서없는 글을 마치면서 말 나온 김에 이철희 소장의 인터뷰 중 인상적인 부분을 옮기면서 끝내겠습니다!

 

 

전략은 분석이기도 하지만 다른 절반은 상상력이에요. 새로운 걸 상상해야 전략이 나오거든. 상상은 시도 때도 없이 되는 게 아니야. 내가 상상이 잘 될 때가 있어요. 그때는 내가 하는 거지. 그러나 다음 시대에 나보다 상상을 더 잘하는 놈이 있으면 걔가 해야지. 근데 1997년 대선,2002년 대선,2012년 대선, 전략 짠 사람들이 다 똑같은 사람들이야. 난 무지 자존심 상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 난 그 자들이 감당도 안 되는데 전략을 짰다고 생각해. 심하게 말하면 2012년 전략은 나한테 맡겼어야 하는데. 그랬다면 최소한 새로운 상상력 없이 2002년 대선을 베끼는 전략을 쓰진 않았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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