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런 칼럼) 국정교과서의 논란에 대해

NEOKIDS 작성일 15.10.10 17: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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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말했다. 진실은 없으며 오직 해석만이 있을 뿐이라고. 

 

이런 것이 특히 심해지는 것이, 역사의 부분에서이다. 

 

 

 

역사의 해석과정은 두 가지의 측면에서 사람들을 맹점으로 이끈다. 

 

하나는 푸코가 말한 에피스테메의 측면이다. 푸코는 사물의 질서와 양식을 규정하여 지식에 제공하는 것을 에피스테메라고 일컬었으며, 이 에피스테메는 현재와 과거가 동일하지 않다고 했다. 쉬운 말로 하자면,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도덕관, 시스템의 가치체계, 인식과 철학 등의 기준 자체가 과거의 역사에서 그렇게 돌아가야 했던 상황들의 기준 자체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김구의 독립운동을 살펴보면, 그의 활동이 테러였다고 주장하는 것은 헛소리다. 왜냐하면, 현재의 권력과 국가 시스템이 규정하는 '테러'라는 기준으로 그 당시 김구의 독립운동을 잣대지으려 하기 때문이다.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하에서 벌어지던 일을 지금의 '테러'에 관한 사고방식과 접목시키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주장한다는 것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맹점은 바로 이 부분과 연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바뀐 부분들로 판단해야 하는 부분들이 과거의 역사에는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쯤 되면, 이것과 이것은 서로 모순이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게 될 것이지만, 잠시 스톱. 

 

그럴거면 이런 이빨 까지도 않았다. 

 

 

 

지금의 바뀐 부분들로 판단해야 하는 부분들이 과거의 역사에 존재할 때, 그 과거의 역사는 언제나 명백한 오류로써 정의되어야 한다. 그것도 지금의 바뀐 부분들이 월등히 과거에 비춰 봤을 때 인간세계를 구축하는데 있어 우월하다는 전제 하에. 전제정치가 현재의 정치보다 훨씬 우월하다고 판단되는가? 그럼 전제정치의 기준으로 꼬우! 

 

해석의 문제는 항상 이런 것들이 어떻게 패거리를 짓고 논리를 완성시키는가에 따라 진행되어 왔다. 

 

그 당시의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는 누가 어떻게 뒤집어 봐도 현재의 월등한 자주적 국가 상황들에 있어 명백한 오류이다. 인종주의도 그렇고 남녀차별주의도 그랬다. 더 나아진 현재 상태에서 오류투성이의 과거를 되짚어 보는 의미와 가치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다시는 그런 오류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 또 그런 오류들이 발생할만한 이슈들이 생길 때에 적확한 상황판단과 입장표명을 위해, 우리는 현재의 기준으로 과거를 보아야만 한다. 

 

우리가 일제시대를 바라보아야 하는 것은 이 명백한 오류의 바탕 하에서다. 독일은 이 명백한 오류를 깨닫고 그러한 것이 일어나지 않도록 (어떻게 보면 진짜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컨트롤하고 있다. 장난삼아 나치식 경례 했다가 경찰에게 잡혀간 이슈같은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우리 현대사는 그런 컨트롤을 해볼 새도 없이 망가졌다. 

뉴라이트들이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그것이 현실이다. 

 

이 두 가지의 적용을 햇갈려 하는 사람들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우리는 한 가지 공통점을 볼 수 있게 된다. 그것은 첫째로 사유가 없고, 둘쨰로 독해력과 분석력이 없으며, 셋째로 관념에 대해서 너무나 고정적이라는 것. 그리고 특히 이런 경향이 보수 쪽에서 두드러진다. 

 

이 역사를 한 번 파고 들어가 볼까? 어릴 때부터 죽도록 쳐외우기만 했어. 생각 따위 필요도 없고 고민할 필요도 없어. 그렇게 공부해서 학자가 되고 사회지도층이 된다, 어차피 다 비슷한 놈들끼리 모였으니. 사람들은 정말 공부 많이 했다며 알아서 굽신거리지. 

 

그런데 외우기만 했지 고민이 없었으니, 딜레마나 모순 같은 것은 생각해 볼 필요도 없고 오로지 천편일률적인 기준 하에서만 모든 것은 판단된다. 그런데 역사를 보니 오호? 이거 일본 욕만 할게 아닌 것도 있었네. 특히 조선 역사 막장을 보면 기도 안차. 그럼 일본이 온게 잘 된 거 아냐? 그리고 그 뒤에도 그런 정신을 본받아서 발전한거 아니냐고. 그럼 일본 만세해야 되는 거네? 

 

오로지 발전이라는, 딱 한 가지의 기준에서만!

 

 

 

 

이런 함정에 두 팔 벌려 빠지고는 신념화 하는 것. 

 

그게 이번 국정교과서 논란의 핵심인 것이다. 

 

역사를 대하는 것에 있어, 명백한 오류마저 합리화하려고 하는 것은, 그들이 맹신하고 있는 기준의 문제다. 뉴라이트들이 주장하고 있는 말로 이런 게 있다. 역사저술이 너무 좌편향되어 있고 근현대사를 자학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바로잡기 위함이라고. 그런데 내가 보기에, 뉴라이트들은 (그 의도가 어쨌든 간에) 구한말의 양반꼴들이다. 변화하고 있고, 변화해온 시대에 오로지 자기가 안착해왔던 세상들에만 집착하려고 시대착오적인 주장도 서슴지 않는.

 

그런데 그런 놈들 말을 듣고 있단 말이지. 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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