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이 필리버스터를 중단하는 명분으로 총선승리를 위한 프레임 전환을 들고나왔다. 확실히, 이념대결구도의 프레임 속에서는 현재 야당이 매우 불리, 거의 승산이 없다고 봐도 된다. 왜? 북핵 안보 문제만큼 직관적으로 설득력을 갖는 공익관련 이슈가 없거든.. 원래 어떤 쟁점이 국가적 시련을 바탕으로 형성되는 것이면 그 이슈를 선점하는 쪽이 여론전의 헤게모니를 갖게된다. 2차대전후 겪은 하이퍼인플레이션에 대한 경험으로 인플레에 대한 병적인 결벽증세를 보이는 독일국민이나, 원폭 두방에 걸레가 된 일본인들이 아무리 자민당천하라 하더라도 개헌과 자위대의 공격적 운용을 꺼려하는 것 처럼 말이다. 말 그대로 북한 관련 안보이슈는 이미 새누리당이 선점한지 오래고 그만큼 막강하기 때문에 선거등 국민적 선택의 기로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려지는 것. 여기서 막강하다는 것은 그 헤게모니가 해당 이슈를 선점한 세력들의 논리에 자발적으로 수긍하여 복종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런데, 그렇다고 이념대결구도에서 경제실정문제로 프레임을 전환했을경우 총선이 말그대로 '할만해' 지는가 여부는 생각해 볼 문제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전환된 경제프레임으로도 승산 없다.
먼저, 총선 앞두고 예정된 한미정상회담과 한미 키리졸브 훈련, 그리고 미중관계개선과 대북결의, 이에 대응하는 북한의 추가적 도발 가능성 등 북한관련 안보 이슈거리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불편한 현실때문에 그렇다. 다음으로, 지난 8년간의 새누리당 집권기간동안 국민들이 겪은 경제문제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위에서 말한 안보관련 이슈들을 뚫어낼 정도로 파괴력있는 경제이슈가 없다. imf 경제위기를 맞아도 기본 900만표 가져가는 세력이다. 그것도 이인제가 트롤해서 이겼지 안그랬음 졌다.
아무리 가계부채문제의 심각성을 얘기하고, 초이노믹스를 논리적으로 일목요연하게 까고, 담배값 인상에 분노하고, 누리과정 예산으로 태클을 걸고 경제민주화 공약을 불이행 했다고 졸라게 얘기해도 북핵관련 안보이슈를 뚫어버릴 정도는 아니다. 그까짓거 다시한번 국민들을 상기시킨다 한들 달라질것은 없다. 왜? 콘크리트 지지율, 그리고 그와 상반되는 야당 지지율 보면 답 나오잖나? 경제문제로 프레임을 짜려고 해도 imf 처럼 임팩트 있는 이슈가 없어서 '북핵으로 망하기 전에 경제위기로 나라망하게 생겼다' 라는 마음의 소리를 유권자들로부터 끄집어 낼 수가 없단 얘기다.
그래서 김종인이 말한 경제실정 프레임으로의 전환도 답이 될 수가 없다. 골치아픈거지 김종인은 물론 야당 국회의원들과 그 지지층에게 이만큼 빡치는 일도 없다. 생각해보라. 세월호 국면을 기가막히게 돌파하는 저들이다. 이런 놈들을 경제실정 프레임으로 잡겠다고? 여당 입장에선 좋지 왜? 경제프레임은 저쪽도 자신있게 다퉈볼 수 있는 그라운드니까. 절대 수세에 몰리지 않을거란 거다. 그런데 그런 프레임으로 이긴다고? 종편과 지상파까지 저들이 컨트롤 하는 언론환경에서?
네버. 절대 못이긴다.
그런데..
이걸 김종인이 모를까? 경제민주화 전도사라서 너무 경제문제에 집중하는 나머지 다른곳은 살펴볼 여유가 없어서 그럴까?
아니, 누구보다 잘 알고있으면 알았지 모를 리가 없다. 사실, 현재 우리가 알고있는 상황과 정보를 종합해볼때 야당이 주도적으로 프레임체인지를 통해 뭘 해볼 수 있는 선거 여건이 아니다. 김종인도 그걸 알고 있을거다. 즉, 지지층 결집과 긍정적 여론 환기라는 뜻밖의 호재를 가져다준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키기엔 너무 설득력이 떨어진다. 당장 이 글을 읽는 님들 스스로를 봐라 설득되었나?
그런데도 총선 승리를 위해 필리버스터를 종결하겠다면 무언가 다른 카드를 들고 있어야 한다. 그 카드가 뭘까? 앞서 얘기했듯 총선일까지 매우 지저분하게 저쪽의 안보관련 이슈들이 깔려있는 상황. 이 안보 프레임을 걷어낼 수 있어야 승산있는 싸움을 할 수 있을텐데 무엇으로 그 프레임을 걷어낼 수 있을까?
국회의원 출사표를 던지는 정권 실세들의 부패 비리 스캔들 말고는 없다. 그것도 매우 직관적이면서 자극적인 스캔들 이를테면 병역문제나 불륜 또는 성상납같은 스캔들. 이것 말고는 앞으로 또 한번 보게될 단단한 안보프레임을 뚫을 수가 없을거다
쓰기 더럽긴 하지만(그래서 오히려 인간적이기도 하다) 이 카드 말고는 야당에게 승산은 없다. 과연 그렇다면 김종인이 이 카드를 들고 있을까? 문재인이 이미 이 카드를 넘겨주고 퇴장한 것이었을까? 이정도의 카드라면 보안을 위해 전부 다는 아니더라도 아웃라인만으로도 의총에 소집된 강경한 필리버스터 중단 반대의원들을 설득할 정도는 된다.
궁금하단 말이지. 과연 그런 카드를 더민당이 들고 있을까?
이와 관련해서 영입인사들중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긴 하다. 근데 모르지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거니까.. 과연 지금 필리버스터 중단이 블러핑일지, 아님 야당이 그간 보여줬던 또 하나의 삽질일지...
개인적으로 조커를 들고있다에 내 돈 모두와 손모가지 걸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