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집회 61건 불허한 경찰, 어버이연합 집회는 모두 허가…“특정 집단에 대해서만 다르게 취급하는 것은 재량권 남용”
[미디어오늘조윤호 기자]
경찰이 최근 ‘관제 데모’ 의혹을 받고 있는 어버이연합 집회 신고에 대해 단 한 번도 불허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세월호 관련 집회 61건을 불허하고 2015년에도 도심 대규모 집회를 3차례 불허했던 것과 상반된 결과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은평갑)이 9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집회시위 신청 및 불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어버이연합의 집회신고 건수는 모두 3580회였으며, 경찰이 이에 대해 ‘금지통고(불허)’를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최근 3년간 집회시위 신고에 대한 경찰의 금지통고 비율은 평균 0.16%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집회가 많았던 2014년에는 평균보다 높은 0.19%를 기록했다. 경찰은 2014년에 있었던 세월호 집회 신고 61건에 대해 불허 결정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이에 대해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경찰은 지난 연말에도 도심 대규모 집회를 3차례 불허한 바 있다. 경찰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집회 ‘신고제’가 경찰에 의한 ‘허가제’로 운영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이유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집회를 신고제로 규정한다. 다만 일정한 불법적 요건에 해당할 경우 경찰이 ‘금지통고’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집회의 금지는 집회를 허용하는 가능성을 모두 소진한 후에 비로소 고려될 수 있는 최종적인 수단(2000헌바67, 83)‘이라고 판시했다. 집회 신고제가 허가제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
경찰이 ‘친정부’ 성향의 어버이연합의 집회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불허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경찰의 자의적인 집회 불허가 사실상의 ’허가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박주민 의원은 “경찰이 사전신고제인 집회를 허가제로 운영한다는 비판이 빈번하다”며 “사실상 허가제로 변질된 실정“이라고 지적하고 ”특정 집단에 대해서만 다르게 취급하는 것은 명백한 재량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또한 “(이런 상황에서도) 최근 경찰이 야간 옥외집회에 대한 입법을 직접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집회에 대한 경찰의 장악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라며 ”경찰이 아닌 국회가 입법을 추진해야 하고 이에 앞장 서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