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표가 정권교체 자신있다면서 대권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기사를 접하고 지금이 적절한 시기인 거 같아 두고두고 회자될 짤을 다시 봅니다.
당시 상황을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문재인 전 대표의 이른바 "광주 선언"의 전후 맥락에 대해 얘기하겠습니다.
때는 2016년 4월 8일... 4.13 총선을 일주일도 채 안 남겨 놓은 상황이였죠. 더불어민주당은 이전부터 문재인 전 대표가 호남에 유세를 가니 마니를 놓고 당내 옥신각신을 하는 촌극을 벌이고 있었고, 30년 가까이 밀어 준 정당이자 4년 전 대선에서 90 % 가까이 몰아 준 당사자가 총선 같은 중요한 선거에 오니 마니를 갈등하는 것 자체가 기가 찼던 호남 유권자들은 오든지 말든지 사실 별 관심이 없었음. 여기서 별 관심이 없었다는 건, 호남 유권자들이 국민의당이냐 더민주당이냐를 결정하는 데 문재인 전 대표의 지원 유세는 큰 변수가 아니였다는 얘기.
그런데... 변수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이 상당한 변수가 돼 버린 사건이 발생했으니 그것이 바로 "4.8 광주 선언"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는데 문 전 대표에게 저런 무리수를 강요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반문정서라는 것도 "문재인, 정계은퇴해라!" 가 아니였음은 주지의 사실. 이처럼 그 누구도 시키지 않았는데 본인이 직접 원고를 작성해서 광주에서 비장하게 읽었습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발표한 ‘광주시민께 드리는 글’을 전날 밤 서울 홍은동 자택에서 밤늦게까지 고치고 또 고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표의 메시지를 관리하는 측근은 “이런 문제(정계은퇴)를 거론하는 연설문은 대표가 직접 쓸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밤늦게까지 고심한 끝에 완성한 것”이라고 했다.)
자, 그럼 저 선언을 본 호남 유권자들은 저 선언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요? 우선 저는 저걸 본 후 콧방귀를 꼈고 (총선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정계은퇴할 리가 없으니까...) "지지를 거둔다면" 이란 특정한 기준 없는 모호한 워딩은 나중에 말 바꾸기를 위함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자 화가 났습니다. 왜냐면 애초에 정계은퇴할 생각이 없었다면 저런 발언을 한 이유는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되기 때문이죠. IQ가 두 자리 이상이라면 누구나 추론할 수 있습니다. 그건 바로 "호남, 너희들 우리 더민주당 안 찍으면 나 확 정계은퇴해 버린다! 너희 새누리당이 정권잡는 거 엄청 싫지? 정권교체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 내가 정계은퇴하는 걸 막으려면 이번에 더민주당 찍어라!" 혹시 이 해석 이외에 다른 해석이 가능하신 분이 있으면 댓글에 달아 주세요. 제가 채점해 드립니다. (지금까지 다른 사이트에선 C 학점 이상이 없었음)
저를 제외한 다른 호남 유권자들도 당연히 협박으로 느꼈습니다. (협박인데 협박으로 안 느낄 수가 없지) 그리고 변수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문 전 대표의 호남방문은 상당한 변수가 됐죠. 국민의당을 찍는 것에 다소 찝찝함과 알 수 없는 미안함이 있었던 호남인들은 아주 홀가분하게 국민의당을 찍었죠. Thanks to Moon...
총선 결과가 누가 봐도 호남이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지지를 거둔 것으로 나왔지만 의도적으로 모호한 워딩을 썼던 문 전 대표는 총선 이후 기자의 질문에 저런 비문(非文)을 쓰면서 어버버했고 (박근혜 대통령인 줄... 변호사 맞나?) 4년간 법안 4개 발의하면서 받은 세비가 쏠쏠했는지 히말라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이것이 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가 가진 말의 가벼움입니다. 전 만약 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면 공약을 믿지 않는 것은 당연하고 어떤 발언도 신뢰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문 전 대표가 저 발언에 대한 납득이 갈 만한 해명을 하거나 오만한 협박성 발언이었음을 인정하지 않는 한 이 짤을 주기적으로 올려서 상기시켜 드리겠습니다. (1년 반 이후의 선택에 도움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