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신상을 조금 밝히는 갓 같지만
저는 동탄에서 살고 있습니다.
오늘은 광화문에 가지 못해 동네 촛불을 갔습니다.
작은 동네라고는 할 수 없지만
화성시 차원의 촛불도 아니었음에도
수 천 정도 모인 것 같았습니다.
마련한 광장이 모자라 횡단보도 넘어까지
가족이, 학생들이, 어린 아이들이, 할아버지들이 가득 모였습니다.
솔직히 광화문 백만 촛불보다도 더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유독 자유발언에 초중등 학생이 많았습니다.
어떤 아이는 분노와 긴장감으로 횡설수설하고
어떤 아이는 명연설을 했습니다.
기특하면서도 복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찌보면 순수하고 자유분방한 게 아이들이고 학생들이지만
한편으로
자신들이 직접 나오고 또 직접 발언하고자 했던 마음에는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사회와 정치, 그리고 미래에 대해
신뢰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아이들을 보며 세월호 아이들이 생각났습니다.
그 아이들이 살아있더라면 저렇게 분노를 터트렸을 겁니다.
아니 이미 법정에서나 다른 곳에서 이미 그 슬픔과 울분을 터트리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무대에 올라올 때마다 눈물이 납디다.
미안했습니다.
우리동네 촛불에 모인 수천의 사람들과
누구보다 적극적인 아이들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나 이대로는 문제가 있다고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치와 사회가 쉽게 바뀌지 않는다며 좌절하고 답답해하는 시대였습니다.
그런데 바로 지금이야말로
이를 바꿔내야한다는 마음이 모여
정말 중요한 갈림길을
지금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들이 길을 내어가며
걸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확실히 02년 촛불, 08년 촛불보다 시민들과 촛불은 발전하고 있다 생각합니다.
이 촛불을 주도한 민주당,
그 소속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앞서서 시민들은 자유발언을 통해
추미애가 환노위에서 노동악법을 통과시킨 걸 규탄하고
미적지근한 현재 대응에 대해 지적한 상태였습니다.
이 상태에서 했던 민주당 의원의 발언이 가관이었습니다.
우리가 미리부터 퇴진 구호를 들었다면 특검법 통과 못되었을 것이다.
추미애 대표는 환노위 노동법 통과 문제를 사과했다.
사과하지 않는 박근혜랑은 다르다.
지난 주 6월 항쟁의 주역 함세웅 신부님과 만나 밥을 먹으며 조언을 구했다.
6월 항쟁 때 자기도 야당 비판도 하며 감옥가며 투쟁했었다.
그랬던 우리가 지금 국민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지만
야당은 야당으로서 역할이 있는 것 아니냐.
여기까지 듣고
시민들이 그만하고 내려오라고 난리쳤습니다.
뭐랄까,
시민들이 어떤 생각이 들었겠습니까..
나도 예전에 데모 좀 했었다.
정치란 게 그런 게 아니다.
너희가 정치를 아느냐,
가르치려는 꼰대.
새누리당 아니면 대안은 어차피 우리라는 마인드가
그 허무맹랑한 발언을 가능하기 했던 토대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저는 짱공에서 이전에도 민주당에 비판적인 글이나 댓글들을 많이 달았지만
정말이지 민주당이 잘 안되길 바란 것은 아닙니다.
잘했으면 좋겠고 그래서 저도 진심으로 지지하게 되었음 좋겠습니다.
위에서 말한 국회의원의 발언이
민주당의 전반적인 생각은 아니길 바랍니다.
지난 선거에서도 드러났지만
(하필 그 대안이 안철수였던 것이 아쉬웠지만)
이미 국민들은 민주당 너머를 보기 시작했다고 확신합니다.
무대에서 황급히 내려와야했던 오늘의 경험에서
그 국회의원이라도 교훈을 얻었길 바랍니다.
어떤 집회갔을 때보다
시민에게서 배우고 교훈을 느꼈던 집회였습니다.
대학생 때와는 달리 돈을 벌다보니
매주 집회가는 게 내심 좀 주저되었는데
끝까지, 될 때 까지 나간다는 마음이 굳건해지는
동네 촛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