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의 한계를 짚어봅니다.

외로운 둘리 작성일 17.02.04 00: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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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이 유능하고 똑똑해보인다는 글들이 있는데, 저도 어느정도 공감합니다.

경제학자 출신이기 때문에 확실히 경제정책과 국가재정 측면(즉 복지 및 세입)에 대한 자기 관점이 확실하고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제가 찬성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유승민 자신만의 논리가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유승민은 경제쪽으로는 자신의 주관이 뚜렷하긴 하지만, 정치, 외교쪽은 좀 약해보입니다. 

 

첫째, 정치쪽을 말씀드리자면

새누리당을 나와서 당선한다음 다시 입당하고, 또다시 바른정당 만들며 뛰쳐나온 다음 열흘만에 다시 합치자고 하는 걸 보면, 정치 이념적으로는 그다지 소신이 없어보여요.

 

바른정당은 실용주의 보수이고 새누리당은 이념+수구 보수인데, 둘다 부패가 심하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새누리당 쪽이 좀더 조폭 수준의 조직 논리에 시대착오적 이념을 가진 집단이죠. 그래서 이번 기회에 보수쪽에서는 새누리당쪽 세력을 확실히 제압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왜냐하면 새로운 세대들이 현재 새누리당 스타일에 엄청난 염증을 느끼고 있어서, 한국전쟁 직후의 아노미 사회 시절의 가치관으로 살고 있는 60대 이후 세대들 말고는 그들을 절대 지지하지 않거든요. 

 

유승민이 한국의 보수를 대표하는 리더 입장에서, 만약 새누리당 세력을 끌어안고 간다고 하면 아마 향후 십수년안에 한국의 보수는 소수정당으로 몰락하고 말겁니다.

 

즉 유승민이라는 사람의 정치관은 당장의 집권을 위한 공학적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어요. 유시민이 썰전에서 얘기했던 '뭔가 큰 한건'이라는 말은 사실 이런 점을 뜻한다고 봅니다. 안희정처럼 변방의 인물임에도 한국 전체를 아우르는 큰 그림을 꾸준히 얘기하는 그런 부분이 없어요.

 

둘째, 외교적 측면에선 거의 순진한 반공주의자 수준이네요. 

전통적으로 새누리당은 외교와 안보를 미국에게 올인해왔기 때문에 의외로 그쪽에 무능한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그들은 외교 안보마저 국내 통치, 즉 집권을 위한 선정적 종북몰이 따위에 이용해왔죠.

 

원래 사드라는게 미국에서도 버리는 카드였던 장비였는데 작년에 뜬금없이 등장했고, 그 배경에는 록히드 마틴과 최순실의 커미션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고 있죠. 그게 아니라 하더라도 도입과정에 엄청난 논란을 일으킨 사드를 지키기 위해 경제 파탄을 각오하고라도  중국과 한판 뜨자는 생각... 이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정말 단순한 생각이죠.

 

게다가 북핵문제를 중국이 마음을 돌려서 북한을 압박해서 해결하면 된다고 장담을 하는데, 바로 앞에서 사드를 지키기 위해 중국과 경제전쟁까지 불사한다고 해놓고 이제와서 중국한테 도움을 청한다? 이게 과연 말이 되는 소립니까?

 

무엇보다 북한의 핵개발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나온 것이죠. 그러니 한국과 중국이 아무리 북한을 설득한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북한한테 강경한 압박 정책을 구사하면 물건너가게 되어있습니다. 그게 바로 아들 부시시절의 결과였어요. 노무현이 아무리 협상을 잘하려 해도 조지부시의 똘짓과 그에 맞서는 김정일의 똘짓의 반복이 당시의 역사였습니다. 

 

 

현재까지 북한의 핵개발에 조금이라도 좋은 성과를 냈었던 정책은 모두 화해 협상 전략이었습니다. 김영삼때의 협상, 디제이때의 정상회담, 노무현때의 10.4 공동성명같은 것들이었습니다. 

 

반면에 보수쪽에서의 북한 압박 전략은 모두 실패였어요. 이명박, 박근혜 정권 10년동안 얼마나 많은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했습니까? 

북한이 지금처럼 대륙간 탄도탄과 소형 핵탄두를 자신있게 말하게 된 데에는 이명박근혜의 대북 정책 실패가 큰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데 유승민이 주장하는 대북정책은 과거에 보수 정권이 늘 해왔던 얘기와 하나도 다르지 않아요. 그야말로 실패가 뻔히 보이는 정책입니다. 별 고민이 없었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아요.

 

 

 

따라서 유승민이 나름의 유리한 분야가 있기는 합니다만, 한국 민주주의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비전이 부족하고, 통일, 외교분야에서는 실효성 없는 강경보수의 프레임에 갖혀있습니다. 

게다가 그의 대책없는 강경론은 트럼프와 맞물려서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을 일시에 높일수도 있는 위험한 관점입니다. 진정한 안보는 적개심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위한 장기적 전략이라는 관점에서 볼때 유승민의 안보관 역시 높은 점수를 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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