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동훈 기자] 한샘에 이어 여성친화기업 ‘엘지생활건강(LG생활건강)’도 여직원들을 대상으로한 집단 성추문에 휩싸였다. 엘지생활건강은 명실공히 국내 기업을 대표하는 대기업 LG의 계열사여서, 조사결과 사실로 밝혀질 경우 큰 파장이 예상된다.
6일 서울 광화문 LG그룹 본사 앞 엘지생활건강 근로자들의 철야농성장. 비늘 천막들이 군락을 이룬 이곳은 앳된 얼굴이 채 가시지 않은 20대 여성 근로자들로 가득했다.
현재 LG생활건강 청주공장 노조는 임금협상과 여성노조원의 권리신장을 위한 총파업을 지난 20일부터 시작했다. 23일부터는 협상에 응하지 않는 엘지생활건강 사측에 실망, 조합원 700여명이 서울로 상경해 철야농성을 펼치고 있다.
이중 450여명이 여성 노조원들로 이뤄졌다.
“엘지생활건강 간부들이 회식자리 때 마다 젊은 여직원들에게 어떤 말을 하는 줄 아세요?! 포경수술한 과정을 자랑삼아 리얼하게 묘사하는가 하면, 술에 취한 척 (여직원에게) 어깨를 빌려주라는 등 노골적인 성희롱을 서슴치 않았다구요.”
면세점에서 일했다는 임지영 씨(가명ㆍ25세)는 수치와 분노로 뒤섞인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심지어 어떤 간부는 회식 자리서 유부녀는 내 옆에 앉지 말라고 선언했다고. 이 간부의 말을 뒤집어보면 미혼 여성들만 옆에 앉아야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한 영업관리직 파트장 등은 “우리회사는 66사이즈이상의 여성은 뽑지를 않는다” “너는 피부도 하얀데 뚱뚱해서, 베이맥스(영화 빅히어로 캐릭터)를 닮았다”고 폄하하기를 서슴치 않았다고 한다.
여직원의 다이어트를 시킨다고 매일 체중계를 재게 했다고. 엘지생활건강 여성 근로자들은 일상적인 폭언과 인격적 모욕, 성희롱에 노출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법적 의무인 육아휴직을 3개월 쓴 여성 매니저를 직책 강등시키고, 자격수당마저 취소시켰다고 한다.
이것도 부족했는지 출퇴근 시간이 2시간이 이상 걸리는 근무지로 발령을 시켰다는 것이 노조측의 설명이다.
11월6일 기준 철야농성 48일차. 엘지생건은 육아휴직 썼다는 이유로 직위해제 시켰다고.
반면 엘지생활건강 사측은 이와같은 항의에 다음과 같은 해명을 노조 측에 내놓았다고 한다.
우선 성희롱 문제에 대해서는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조사했지만, 성희롱을 당했다고 답한 사람이 없었다”고 엘지생활건강은 주장했다.
이에 노조 측은 여직원을 대상으로한 성추문을 증명할 다수의 진술서를 확보했다고 반박했다.
둘째 여성 매니저의 육아휴직 건에 대해선 “회사측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합쳐 6개월을 보장해줬다”는 답변을 내놓았다고 한다.
육아휴직에 대해 위키백과사전은 “자녀의 양육을 위해 일정기간 동안 휴직할 수 있는 제도. 한국에선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가진 근로자가 쓸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한다. 출산 휴직과 헷갈리면 곤란하다”고 기술한다.
무엇보다 이 여성 매니저는 3개월 육아휴직을 썼을 뿐이다. 육아휴직은 대통령 령으로 정해진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1년 이내로 사용하도록 보장받고 있다. 만일 사업주가 육아휴직을 해고나 임금 감봉 등 불리한 처우를 했을 때는 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
엘지생활건강 대표이사인 차석용 부회장은 2005년 취임 이후 “능력 이외에는 어떤 것으로부터 차별과 상처를 받지않는 회사” “여성이 일하기 좋은 회사” 등을 슬로건으로 여성친화 경영 방식을 부르짖었다.
차석용 부회장은 ‘여성 직원의 고통을 외면하면서 여성친화기업을 내세울 수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질문해봐야 할 것이다.
http://www.sisa-news.com/news/article.html?no=110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