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즌 동안 맹활약을 펼쳤으나 삼성 라이온즈와 간극을 좁힐 수 없었다. 그만큼 커리어 막판 미국 무대에 대한 재도전 의지도 강했다. 데이비드 뷰캐넌(35)에게 신시내티는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을까.
신시내티는 28일(한국시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현금 트레이드를 통해 뷰캐넌을 영입했다.
필라델피아는 현재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다. 가을야구 진출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선발진에 도합 44승을 챙긴 4명의 선발 투수가 있어 뷰캐넌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고 필라델피아는 미래를 기약하기 위해 35세 베테랑 투수를 처분하기로 했다.
뷰캐넌은 2010년 메이저리그(MLB) 드래프트에서 7라운드에서 필라델피아의 지명을 받았고 2014년 데뷔 시즌에 6승 8패 평균자책점(ERA) 3.75로 팀 최고 ERA를 기록할 정도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이듬해 2승 9패 ERA 6.99로 주춤했고 2016년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낸 그는 2017년부터 3년간 일본프로야구(NPB)를 경험한 뒤 2020년부터 삼성에서 뛰었다.
4시즌 통산 54승 28패 ERA 3.02로 리그를 대표하는 외국인 투수로 맹위를 떨쳤으나 올 시즌을 앞두고 다시 미국행을 택했다. 다년 계약을 원했으나 삼성으로선 다른 외국인 선수 계약에 걸림돌이 생겨 난색을 표했고 결국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삼성으로서도 크게 아쉬울 게 없는 결과가 나타났다. 코너 시볼드는 10승 투수가 됐고 데니 레예스도 9승을 보태며 제 역할을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이 뷰캐넌은 올 시즌 필라델피아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서만 시간을 보냈다. 싱글A+에서 1경기 7이닝 무실점 1승을 거둔 뷰캐넌은 트리플A 리하이 밸리에서 22경기(선발 16회)에서 102⅔이닝을 소화하며 9승 3패 ERA 4.82를 기록했다. 탈삼진은 78개, 볼넷은 33개였다.
MLB 이적 소식을 다루는 MLB트레이드루머스(MLBTR)은 "17.5%의 삼진률은 평균 이하지만 볼넷 비율은 7.4%로 견고했다"고 평가했다.
신시내티는 63승 70패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4위다. 와일드카드 경쟁에서도 3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10경기 뒤져 있어 사실상 가을야구 진출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통상 이런 상황에선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며 팀의 미래를 위한 초석을 다지는 게 보통이지만 신시내티가 현금 트레이드까지 하며 뷰캐넌을 데려온 건 그만큼 현재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뷰캐넌이 2016년 이후 다시 빅리그 콜업을 받을 절호의 기회를 맞은 것이다.
MLBTR은 "신시내티의 선발진은 부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그들은 지난 몇 주 동안 앤드류 애벗, 헌터 그린, 닉 로돌로를 부상자 명단에 올렸고 그레이엄 애시크래프트와 브랜든 윌리엄슨은 몇 달 동안 출전하지 못했다"며 "뷰캐넌은 이번 시즌 트리플A에서 탄탄하게 이닝을 소화한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아는 투수"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시내티의 일련의 부상 악재로 뷰캐넌은 거의 10년 만에 처음으로 필라델피아에서보다 더 좋은 MLB 진출 기회를 얻었다"고 밝혔다.
더구나 9월부터 확대 엔트리가 시행돼 뷰캐넌이 콜업을 받을 가능성이 더 커진 상황이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다시 빅리그의 꿈을 꾸게 될 수 있을까. 신시내티엔 지난해까지 KBO리그에서 함께 뛰었던 케이시 켈리도 있어 콜업시 적응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