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데이] 이벤트와는 뭔가 좀 다르지만...

빌어먹을붉음 작성일 09.03.12 00: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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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여친과 전 매우 스케일이 큰 다각 관계에서 시작했습니다.

 

혼란스러운 애정 전선의 실타래 속에서 다른 선을 다 끊어버리고 고른 인연이지요.

 

저희가 처음 사귈 때 당시에 제 여친을 좋아하던 남자가 3명이었는데 그 안에 저는 없었습니다.

 

저를 좋아하던 사람은 남녀 포함 4명이었는데 그 안에 제 여친이 있었습니다.

 

저는 저를 좋아하던 사람 가운데 한 명에게 관심이 있었는데 연애에는 별 관심이 없는 상태였기에

 

그냥 그 애매한 관계를 즐기고 있었던 상태였죠.

 

그런데 제 여친이 자기 좋다는 남자를 다 버리고 제게 왔습니다.

 

그리고 전 제 여친의 고백에 넘어가줬습니다.

 

즉, 애매하게 걸려있던 모든 애정전선을 다 정리하고 나 좋다고 고백한 여친에게 간 것이지요.

 

이게 또 문제가 되었는데

 

제가 좀 이벤트라던가 여자가 일반적으로 남자에게 바라는 모습을 연출한다던가 하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고 생각도 없습니다.

 

그래선인지 전 제 나름대로 잘 해준다고 했지만 여친은 제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더군요.

 

완전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여친이 휴학을 하게 되어서 고향에 내려갔습니다.

 

장거리 연애가 되었는데 전 가난하기에 자주 찾아갈 수 없는 상태였죠.

 

그러다가 화이트 데이가 다가왔습니다.

 

저는 여친을 위해 선물을 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었죠.

 

멋진 사탕과 선물을 사서 보내주고 싶었지만 그럼 여친을 만날 수가 없는 사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단기 알바를 시작했죠.

 

원래 오후에 학원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새벽에 일어나서 다른 학원 전단지를 돌렸습니다.

 

학교 앞에서 휴지나 노트 주는 아저씨들 있었죠?

 

제가 그거 했습니다.

 

화이트 데이 당일에도 일했습니다.

 

저는 그날 제 여친에게는 주지 못한 사탕을 200명이 넘는 여고생에게 주었습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여친을 만나러 갔습니다.

 

여친의 집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커튼을 치고 모든 불을 끄고 제가 준비한 선물을 꺼냈습니다.

 

먼저 가장 아래에 선물상자 1을 두고 그 위에 선물상자 2을 올렸습니다.

 

그 위에는 향초를 하나 놓았죠.

 

불을 다 끄고 향초에 불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엄숙하게 분위기를 잡은 다음에 말했습니다.

 

'난 지금부터 마법을 부릴거야. 내가 널 위해 세계를 변화시키겠어.'

 

그리고 15초가 지난 다음에 진지하게 향초를 꺼 향기를 퍼지게 했죠.

 

그리고 선물상자 2에 들어있던 날짜까지 표시되는 시계를 꺼내어 주었습니다.

 

그 시계에 표시된 날짜는 3월 14일이었죠.

 

그렇게 작은 방의 시간을 3월 14일로 돌린 다음에 선물상자 1에 있던 사탕과 선물을 주었습니다.

 

이게 벌써 2007년이군요.

 

이제는 마법을 부려도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는 없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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