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넷에 ‘분노의 글’… 누리꾼들 슬픔 위로 댓글
임신부가 성폭행을 당했다. 세 살 난 아들과 낮잠을 자다가. 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요즘도 비가 오면 이불을 뒤집어쓴다. 인천 남동구의 다세대주택에서 8월 12일 일어난 사건.
▶본보 9월 3일자 A12면 인천서 3살 아들 앞에서 만삭 임신부를…
A 씨의 부인은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가까스로 진술을 마쳤다. 경찰은 “범인을 못 찾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범인을 찾지 못한다니…. 이런 말보다는 “범인을 꼭 잡겠다”고 해야 위로가 되지 않을까.
답답한 마음에 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피해자의 상해가 경미해 국가 지원은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 성폭행 피해자를 위한 ‘원스톱 지원센터’에선 “직접 와서 상담을 받으라”고 했다. 월 35만 원짜리 반지하 월세방에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형편에 일을 쉬고 상담을 받으러 가기는 힘들었다.
정부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상담, 수사, 법률 지원을 원스톱으로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이런 지원은 하나도 받지 못했다. 얼마 후 가해자가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반성문을 두 차례 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형량을 낮추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A 씨는 5일 아동성폭력 추방 카페 ‘발자국’에 탄원서를 부탁하는 글을 올렸다. 가해자를 엄하게 처벌하려면 탄원서를 여러 차례 제출하는 게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는 이 글에서 어두웠던 어린 시절을 털어놨다. 학대, 가정불화, 눈물로 얼룩진…. 이어 “아이와 아내에겐 이런 일이 없게 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살았는데 이번 일로 또 다른 충격이 왔다”고 했다. 그는 기자에게 “피해자를 외면하는 여성가족부가 가해자보다 더 원망스럽다”고 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마음이 아파 글을 읽는 내내 눈물이 난다” “진심으로 탄원서를 쓰겠다” “조금이나마 힘이 된다면 못할 게 뭐가 있겠느냐”며 격려했다.
A 씨는 ‘발자국’에 올린 또 다른 글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저는 가족들이 살아있어 모두 모일 수 있지만 서진환 피해자 가족들은 (피해자가 숨져) 그럴 수 없다.”
얼마 전 서진환 사건의 피해자 남편이 목 놓아 우는 장면을 TV에서 보고 펑펑 울었다고 한다. 그는 간곡하게 부탁했다. “서진환 사건 피해자 가족을 도와줄 수 있는 길이 없는지, 그분이 어떤 지원을 받았는지도 꼭 알아봐주세요. 부탁입니다….”
같은 여성도 외면하는 부서에 왜 4천억이라는 예산까지 편성하는 머저리들은 뭐지?